이라크 파병과 국익에 대하여

파병에 따른 국익을 논하는 것은 불의할 뿐만 아니라 위험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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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asbelee)등록 2004.07.29 09:44
이라크 파병이 임박한 지금, 한 번 더 이라크 파병문제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도덕률을 따지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 문제는 이미 미국 의회에 의해, 미국 국민들에 의해 판결이 났습니다. 저는 현실적이라 자처하는 사람들이 그토록 중요시 여기는 국익에 대해서 말하려 합니다.

한국이 파병하면 미국은 틀림없이 한국에게 어느 정도의 이익을 줄 것입니다. 앞으로 미국중심의 세계질서를 지속적으로 구축하려면 협력국에게 미국이 반드시 댓가를 지불한다는 것을 전세계에 공개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멀지 않아 미국은 비공식적, 공식적 경로를 통해서 한국으로부터 훨씬 더 많은 것을 가져갈 겁니다. 일제가 식민지 조선에 사회간접자본 마련과 예속적인 근대화를 위해 투자한 후 투자액보다 훨씬 막대한 액수의 재화와 한민족 구성원들의 생명과 육체를 합법적, 비합법적으로 강탈했던 것 처럼. 모두가 알다시피 미국은 순수한 동기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는 자선사업가가 아닙니다. 오히려 투자액 이상의 이익을 철저하게 추구하는 장삿꾼에 가깝습니다.

약점이 많은 분단된 반쪽짜리 남한을 미국이 욹어 먹을 방법은 많습니다. 가령 한국에 부당하게 비싼 가격으로 무기를 팔 수도 있고 아예 불필요한 무기를 구입하도록 강요할 수도 있습니다. 또 평생 일해도 집장만이 빠듯한 서민들이 수 백만인 남한에서 국민들의 혈세로 제 2의, 제 3의 미군 호화 아파트를 세워줄 것을 요구할 것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한국을 위해 쓰여져야 할 한국의 국방비를 동북아에서의 미국의 패권유지를 위해 쓰도록 강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MD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은 그러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동북아의 군축에 반하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무기 시스템들이 이 땅의 주인인 국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국민들의 혈세로 들어올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도입된 무기들로 무장한, 이 땅의 젊은이들로 구성됐지만 미국의 작전명령을 받는 군대를 이용하여 미국은 한민족이 알지도 못하는 때에 7천만 겨레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미국의 전략상의 필요를 위해 한반도를 전쟁의 참화속으로 밀어 넣을 수도 있습니다.

실례로 1994년 클린턴 정부하에서 있었던 전쟁위기, 그리고 불과 일주일 전 서해상 NLL부근에서 있었던 남북 해군간의 전투위기시 있었던 보고누락을 봅시다. 두 경우 다 남한의 최고 군통수권자인 대통령들은 사태파악 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의 권위에 대한 도전인 보고누락으로 표현된 군부내 일부의 수구회귀 움직임은 한국군내의 일부 장성들이 과연 한반도내의 최고 권위를 존중하는지를 의심하게 합니다.

무엇이 참된 국익인지를 분별하는데 필요한 역사적 정세의 냉철한 인식과 참된 국익을 실현할 올바른 전략이 없다면 우리는 영원히 종속된 채 통일의 주체가 될 수 없고 이 땅의 주인이 아닌 눈치보는 하수인으로 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역사적 정세 인식이 얼마나 잘못됐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라크 파병 강행입니다. 눈 앞의 불의한 이익만을 보고 이라크 민중들의 염원에 반하여 미국의 제국주의적 침략전쟁에 동참한다면 장차 훨씬 더 큰 민족의 이익을 잃고 20세기 중반까지의 피비린내나는 부끄러운 역사의 반복을 경험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부당한 이라크 침략을 거짓으로 정당화하기 위한 미국정부의 정보 왜곡과 대중 기만, 이라크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이란의 핵개발 의혹과 알카에다와의 관련 운운하는 미정보기관과 언론들, 그리고 북핵문제와 최근의 북한인권법안의 하원 만장일치 통과를 보면 위의 언급이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다는 암시를 받습니다.

일제라는 괴물의 입에서 간신히 기어나온 후에도 올바른 역사의식의 재고없이 파병을 강행한다면 기만과 탐욕을 동인삼아 꿈틀되는 미제국주의라는 괴물이 더 강해지도록 도운 댓가로 그 괴물에게 잡혀 먹힐까 불안에 떠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미제국주의의 침략적 야욕에 동참하지 않는 것이 바로 한민족의 절대적인 이익인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자존을 지키고 자주, 민주, 통일의 염원을 쟁취하는데 도움이 되는 올바른 정도입니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전쟁은 인류에 대한 범죄이고 마땅히 청산되어야 할 역사적 과오일뿐 아니라 이라크 침략전쟁에의 한국군 참여는 단기적으로 작은 이익을 한국에 안겨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무서운 민족적 손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서는 안되고 설사 당분간 있을 지도 모를 경제적, 정치적 어려움을 한민족 7천만의 슬기와 단결을 통해 자주적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단호한 의지를 표명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파병에 따른 국익을 논하는 것은 어리석고 불의할 뿐만 아니라 위험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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