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물과 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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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일(allday33)등록 2004.07.31 19:11
현실 정치 및 특정 정치인에 관한 창작자의 정치적 판단을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 포스터나 사진 등을 변형해서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요즘의 패러디물이다. 두 텍스트 사이에 호환이 가능한 것은 내러티브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유사성 판단 기준은 창작자의 정치적 통찰과 예술적 상상력이다. 이것이 네티즌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면 패러디물은 복제를 통해 대량 유포되어 소비되고, 그렇지 못한 것들은 외면 받게 된다. 그래서 패러디문화는 일종의 대중문화이다. 누구나 창작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패러디물은 헌법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권 중 하나이다.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심각한 부도덕성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패러디물은 존중되어야 한다. 비유를 통한 조롱은 사실의 왜곡과 다르다. 야당 대표가 지하철역에서 깡통을 차고 있든, 대통령이 연쇄살인범의 모습으로 나타난들 이걸 사실로 받아들일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총선 전 야당 대표를 조롱하는 패러디물을 게재했던 대학생이 선거법 위반죄로 처음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일이 발생했다. 이는 과도한 법적용으로 명백히 표현의 자유를 훼손했다.

필자는 정치인들의 특권 의식과, 사법부의 엄숙주의가 패러디를 대하는 이들의 시선에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야당의 정치 쟁점화 의도나, 경찰의 실적 올리기 의도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공당의 대표에게 어떻게'라고 핏발선 목소리를 높이는 그들에게서 정치를 전용(專用)하려는 특권의식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게 아닐까. 인터넷 실명제를 법제화하려는 세력도 이들이다. 결국 오프라인의 헤게모니를 인터넷 공간에서도 공고화하려는 기본 발상의 연장인 셈이다.

미국과 영국의 패러디 문화를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된다. 우리 사회의 다른 대중문화물이 어떻게 표현의 자유를 획득했는지를 살펴보면 패러디문화에 대한 규제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도 명명백백하다. 대중 통제 수단으로 일제강점기에 시작되었던 영화 및 음반의 사전검열제도는 1996년 헌재가 위헌이라고 판정내렸다.

패러디 문화는 네티즌들의 정치참여를 이끌어내는 일종의 놀이이다. 매일 접하는 신문의 한 컷짜리 만평과 다를 바가 없다. 단지 선택받은 소수가 창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패러디물을 창작할 수 있다. 그러기에 인터넷 공간은 탈권력 지대로 민주주의 실현의 바탕이 될 수 있다. 기존의 정치 권력이 두려워하는 점도 인터넷의 이러한 특성이 아닐까. 하지만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는 민주주의를 좀더 완전히 실현하기 위해 나아가는 것이다. 패러디물에 대한 규제는 철폐되어야 하며 표현의 자유는 적극적으로 보존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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