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도착한 유럽동포들의 호소

유럽동포 155명 파병반대 유럽동포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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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광열(jjagal55)등록 2004.09.05 17:50

6월 25일 암스테르담 이라크점령 반대집회에 참여한 유럽동포들 ⓒ 장광열

이 선언에서 동포들은 이라크 전쟁의 부당성이 명백히 드러났고, 고 김선일씨의 피살 사건은 병력의 대량 파병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이라크 점령은 이라크를 식민지로 만들려는 의도인 만큼 우리 군대를 보내지 말라고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군대를 보낸 만큼 이제 파병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라크 저항세력이 점령군과 미국에 의해 임명된 임시정부의 고위 관리들과 이라크 정부, 경찰에 대한 공격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로 들어간 한국군의 안전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제 제 3위의 대규모 주둔 병력이 된 한국군은 다른 나라 주둔 병력들이 당했던 것처럼 이라크 저항 세력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무엇보다도 이라크 저항세력은 미국 중심의 동맹을 약화시키기 위해서 파병하고 있거나 고려하고 있는 나라의 민간인을 납치해서 처형하거나 동맹국 군대에게 공격을 가하고 있다.

저항세력은 정세의 변화에 민감하게 민간인 납치를 하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 의해 제기된 이슬람국가 군대의 파병 계획에 이집트와 파키스탄이 같이 참여할 것으로 보이자 점령군은 파키스탄 인질 둘을 처형하면서 이 계획을 무산시키려 하고 있다.

이라크 점령 동맹이 약화되는 것을 추궁하는 여론에 대해서 부시 정부는 대선을 앞두고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동맹국들이 빠져나가는 와중에 3천명의 추가병력을 보낸 한국의 예는 부시에게 가뭄 속의 단비나 마찬가지이다. 부시정부는 한국을 거론하면서 점령국 동맹은 굳건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의 한국군을 거론하면 할수록 저항세력과 이라크인들은 한국군에 대한 반감을 키울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군이 자리잡을 아르빌은 이라크에서 석유가 가장 많이 매장된 지역에 위치해 있고, 키르쿠크와 모술 중간에 위치해서 두 지역에서 교전이 있을 때 작전에 동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라크인을 대상으로 한 미국언론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열명 중 아홉 명이 미국은 이라크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이 내세운 임시정부가 이라크 상황을 안정시킬 수 있을 지도 미지수이다.

임시정부는 현재 바그다드 밖에서는 어떤 통제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증언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 미국이 내년 초에 실시하겠다고 약속한 선거는 실시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 이라크 국민들의 저항은 더 크게 분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는 파병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이라크 전쟁은 과연 무엇을 위한 전쟁이었고, 미국과 영국은 어떻게 전쟁을 준비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또 유엔이 유명무실화하고, 강대국의 횡포가 판치는 국제사회의 질서를 어떻게 바꿔 나가야 하는지, 이라크 문제의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

미국의 뒤만 좇으면 된다는 낡은 사고방식으로 21세기를 맞는다면 우리는 미국 지배력 쇠퇴와 함께 추락하는 운명에 놓일 지도 모른다.
파병반대 유럽동포선언문
선언문 전문

<파병반대 유럽동포선언문>

고 김선일씨 사망사건으로 우리 동포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고, 슬픔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쩌다가 우리 한국인이 이라크 저항세력의 표적이 되었습니까.

김선일씨가 피살된 것은 정부의 파병결정 때문입니다. 파병소식이 전세계의 뉴스를 타고 이라크 저항세력의 귀에 들어갔을 때 그들은 김선일씨의 생명을 담보로 파병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파병방침을 바꾸지 않을 것임을 단호하게 밝혔고, 저항세력은 그를 처형하였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난 근본 원인은 한국이 미국의 더러운 전쟁에 동참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부시정권은 국제테러를 뿌리뽑고,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막기 위해 후세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이라크를 침략했습니다. 전세계에서 이라크 전쟁반대 시위가 불처럼 번지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회원국 다수가 전쟁에 반대하는 가운데서도, 미국은 유엔의 승인도 받지 않고 침략전쟁을 벌였습니다.

그 후 미국이 확실히 있다고 장담하던 대량살상무기는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고, 이라크인들의 해방은 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미국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반감이 극에 달하자, 미국은 우방국들을 끌어들이고, 이라크 임시정부를 내세워 비난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라크 정부는 허수아비일 뿐이고, 이라크를 실제로 지배하고, 파병국들을 지휘하는 것은 미국입니다. 미국이 전쟁을 일으킨 이유는 이제 분명해졌습니다. 그것은 세계 제 2의 매장량을 가진 이라크의 석유를 장악하는 것입니다.

파병은 정부가 내세우는 것처럼 이라크인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점령을 돕는 것일 뿐입니다. 파병 결정에 따라서 무장조직 ‘유일신과 성전’은 김선일씨를 살해했습니다. 앞으로 한국은 스페인이나 터키처럼 테러공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정부는 자국민의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국민들을 테러의 위협에 노출시키면? ?허울뿐인 국익을 내세워 파병을 밀어붙여야 합니까?

이라크 사람들을 독재치하에서 해방시키겠다던 미군은 무고한 시민들을 감옥으로 끌고 가서 성고문과 전기고문을 하였고, 그 광경을 사진으로 찍는 엽기적인 짓을 저질렀습니다. 또 팔루자와 나자프등에서 일어난 이라크인들의 봉기에 대해서, 미국은 마치 1980년 광주에서 전두환 일당이 시민들을 총칼로 유린한 것처럼 민간인 학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한국군이 동맹국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것을 이라크인들이 어떻게 보겠습니까! ?

37년 간 일제의 식민지배를 겪은 우리 민족은 과연 역사에서 무엇을 배웠습니까. 일제는 온갖 좋은 말을 동원해서 자신들의 지배를 정당화 했지만 그들의 원래 목적은 우리나라를 수탈하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은 세계 유일의 강대국으로서, 점점 제국주의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의정부 여중생 효순이 미선이를 치어 죽인 미군이 무죄로 석방되면서 한국에서는 반미의 촛불이 뒤덮었습니다. 미국은 전쟁시 한국군의 작전지휘권을 가지고 있고, 우리 땅을 맘대로 쓰고, 우리 국민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러도 가벼운 처벌밖에 받지 않고 있습니다. 이라크처럼 우리도 미국의 오만이 판치고 있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대등하게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면서 국민들의 열성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자신의 약속을 뒤엎고 미국에 종속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 개혁세력을 자처하는 열린우리당의 많은 의원들은 총선 때 파병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지금은 김선일씨가 희생되었는데도 파병은 불가피하다고 말합니다.

우리동포들은 이제라도 노무현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이라크의 평화를 위해서 파병을 철회하고, 미국과 동등한 관계를 이뤄줄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파병반대 유럽동포선언 참가자 명단>

강윤영(학생 독일), 강정수(학생 독일), 고상현(독일), 곽수경(프랑스), 구순희(독일), 권정임(독일), 김경래(학생 독일), 김경태(유럽연대 독일), 김계환(프랑스), 김남호(학생 독일), 김대천(재독협중앙위원 독일), 김덕용(독일), 김미라(독일), 김미순(독일), 김봉순(프랑스), 김성옥(독일), 김수연(프랑스), 김수진(독일), 김수진(프랑스), 김순실(라인마인교회 통일위원장 독일), 김순환(재독일동포협의회(재독협) 자문위원 독일), 김승수(독일), 김영옥(베를린세종학교 교감 독일), 김옥순(독일), 김용빈(독일), 김용진(독일), 김윤걸(독일), 김윤해(독일), 김장생(학생 독일), 김재완(프랑스), 김정권(독일), 김정란(프랑스), 김정섭(학생 독일), 김정연(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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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광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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