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객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하는 케리와 에드워즈 ⓒ 민주당보도자료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케리가 목요일 해군 전우들과 함께 배를 타고 보스톤항에 도착할 때, 그리고 후보수락 연단에 서서 "존 케리, 신고합니다"라는 인사말로 연설을 시작할 때, 그가 '강한 지도자상'을 부각시키리라는 사실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아니, 늙은 전우들이나 거수경례가 아니었어도 그가 '강한 미국'을 강조할 것이라는 사실은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것만이 정체불명의 공포 속에 사는 국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일 것이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기간동안 경제진작과 복지강화 대책 등 여러가지 정책과 대안이 제시되었으나, '테러경보'의 불안에 떠는 국민여론은 정책이라는 '사치'에 눈을 돌릴만한 여유을 갖고 있지 못했다.
전당대회 세째 날, 아내의 소개로 연단에 선 존 에드워즈. 그는 관객의 환호에 양 손의 엄지손가락을 높이 든 채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는 '부통령후보를 겸허한 마음으로 수락한다'고 밝힌후, 곧바로 케리의 베트남 복무 이야기로 연설을 시작했다. 서민들의 복지강화에 초점을 둔 연설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서두였으나, 정책이 실종된 '전시선거체제' 속의 후보들에게 '조화'를 고려할 만한 여유는 없어 보였다.
"저는 우리의 다음 대통령에 대해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케리가 어떤 지도자가 될 것인지 궁금하시다면 저와 함께 35년을 거슬러 올라가보십시오. 존 케리는 대학을 마치고 군복무를 지원했고, 베트남전에 자원했으며, 정찰선 함장이라는 당시 가장 위험한 임무를 자청했습니다. 그 결과 케리는 부상을 입었고, 그에게는 용맹함을 기리는 훈장이 수여되었습니다."
에드워즈는 케리의 베트남 복무 사실을 언급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그가 어떻게 적진을 뚫고 들어가 아군을 구해냈는지를 상세하게 묘사했다. 그리고는 케리가 전장에서 보여준 '결단력'과 '힘'이야말로 다음 대통령이 될 사람이 갖추어야 할 요건이 아니냐고 힘주어 말했다. 에드워즈는 네거티브 전략으로 일관하는 공화당의 선거전략에 불만을 표시한 후, 서민들의 위한 경제와 복지정책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에드워즈: "우리는 부유층과 소외계층으로 분리된 ‘두 개의 미국’ 속에 살고 있다"
"지난 몇 달간 케리는 전국을 다니면서 미국을 위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비전을 제시해 왔습니다. 이 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계획에 대해서 말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케리에게 돌아 온 것은 무엇입니까? 그에게는 터무니 없이 부정적인 공격만 쏟아졌을 뿐입니다. 앞으로 몇 주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이미 아실 것입니다. 더 부정적인 공격이 쏟아질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여러분들, 이제 지겹지 않습니까?"
관중으로부터 부시를 향한 야유가 쏟아졌다. 에드워즈는 청중과 더불어 찡그렸던 얼굴을 펴고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이전의 미국사회에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자신이 부통령 후보가 될 수 있을만큼 많은 기회가 존재했으나, 이제 빈부차가 심화되고 있는 현 사회에서는 더 이상 그런 꿈을 찾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는 인생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기회를 얻었습니다. 저의 가족 가운데 처음으로 대학에 가는 행운도 누렸습니다. 저는 고학으로 공부를 하면서도 야무진 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제게는 꿈보다 높은 곳에 도달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 선거 캠페인의 핵심입니다. 바로 모든 미국인들이 저와 똑 같은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어디 살고 있든지, 여러분들이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든지, 여러분들이 어떤 피부색을 가지고 있든지 말입니다. 이것이 제가 믿는 미국입니다."
ⓒ 민주당보도자료
청중들은 '존 에드워즈'라고 쓰여진 피켓을 들고 환호했다. 그의 연설은 '다양성'과 '서민보호'라는 민주당 고유의 철학과 정책을 잘 요약하고 있었다. 상기된 표정으로 객석을 응시하던 에드워즈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들은 할 일이 많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아직 '두 개의 미국'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 부류는 '미국의 꿈'을 향유하면서 걱정 없이 살고 있고, 다른 편에 속하는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하루 벌어 하루 연명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 나라가 이렇게 돌아가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에드워즈는 부유층 자제들 위주로 운영되는 교육제도와 그 혜택으로부터 벗어난 서민들의 교육이라는 '두 개의 학교교육'을 비판하면서, 모든 아이들을 평등하게 섬기는 '하나의 교육'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습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싼 학비를 감당하지 못해 대학교육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자녀를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학비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여러분들은 궁금하게 여기실 겁니다. 그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말입니다. 학비보조 자금을 어떻게 충당할지 말씀 드리지요. 저는 이것을 아주 분명히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바로 소수의 부유층에게 집중되어 온 감세혜택을 폐지하고 98퍼센트를 차지하는 보통 시민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이어 에드워즈는 정치인들 자신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의료보험 혜택을 받으면서 정작 그 세금의 주인은 돈이 없어 병원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전국민의료보험은 민주당이 2004년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핵심 정책이기도 하다. 그는 더 나아가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은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할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이어 최소임금 인상과 인종차별의 완전한 해소를 언급한 에드워즈는 다시 '안전한 미국'에 관한 이야기로 되돌아 갔다. 세계의 존경을 잃어가는 미국의 신뢰를 회복하면서 국제사회의 협조 속에서 테러와의 싸움을 펼쳐나가겠다는 것이다. 국제적 협력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미국을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드는 길이라고 말한 에드워즈는 모든 국민들이 이 대의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분명한 것은, 미국이 다시 세계 속에서 존경받는 나라라 될 때, 이 나라의 모든 아이들과 가족들이 더 안전하게 보호받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함께 힘을 합쳐서 만들어가야 할 세계입니다."
케리: "안보는 강화하되, 국민들을 잘 못 된 전쟁으로 이끌지 않는 대통령이 되겠다"
▲ 존 케리가 등장하자 환호하는 행사장의 청중들 ⓒ 민주당보도자료
마지막 날인 29일, 사흘간의 지지연설로 열기가 최고조로 올라 있을 때 케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의 모든 일정은 이 순간을 위해 예비된 서막이었다. 객석으로부터 쏟아지는 요란한 갈채와 구호 속에서 연단에 오른 케리는 오른 손을 머리 위로 올려 경례로 답했다.
"존 케리, 여러분께 신고 합니다."
행사장인 플리스센터가 떠나갈 듯한 박수가 터졌고, 관중들의 열기는 후보에게 좀처럼 입을 뗄 기회를 주지 않았다. 케리는 잠시 상기된 얼굴로 관중을 둘러 본 후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오늘 밤 우리가 여기 모인 것은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에서입니다. 우리들은 현재의 미국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또 조국이 미래에 나아갈 길에서도 자긍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들은 오늘 밤 하나의 목표 아래 모였습니다. 미국을 국내적으로는 더 강하게,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더 존경받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케리가 부시보다 '인품' 면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은 민주당 뿐 아니라 공화당원까지도 인정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케리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그 '모범생' 이미지에 있다. 한 마디로 케리는 따분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부시를 싫어하는 사람조차
'인간적 매력' 면에서 그에게 더 후한 점수를 주는 것이 사실이다.
케리는 크게 두 가지 면에서 부시와 맞서 싸우고 있는 중이다. 하나는 전투기 비행복 차림의 '전쟁 대통령(war president)'이라는 부시의 정치적 이미지이고, 다른 하나는 '재미있는 친구(fun guy)'라는 친근한 이미지다. 부시에게 사용되는 '두뇌'라는 명사는 언제나 조롱과 풍자로 사용되지만, 부시의 어눌한 태도는 오히려 큰 정치적 자산이 되어주기도 했다.
▲ 대선후보 수락 연설중인 존 케리 ⓒ 민주당보도자료
다소 모자라는 듯한 부시의 행동은 오히려 실언과 실수를 중화시키는 기능을 하는 동시에, 토론이나 정책발언시 국민들의 기대감을 낮추어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순기능을 하기도 한다. 2000년 대선토론에서 부시가 앨 고어와 맞붙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상대도 안 될 것'이라고 단언했던 것이 오히려 부시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이 바로 그 예다.
케리의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선거전략의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그의 후보수락 연설은 높이 평가 받을 만하다. 케리에게 '재미있는 연설'에 대한 낮은 기대수준을 가지고 연설을 지켜본 사람들은 비교적 여러 번 '허'를 찔리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에 영감을 주고, 그에게 열린 마음과 열린 눈을 허락한 부모에게 감사를 표한 케리는 재치있는 농담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케리의 말에 따르면, 자신은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백악관의 웨스트윙에 들어갈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다.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콜로라도주의 피치먼즈 육군병원에서 태어났습니다. 제 아버지가 2차세계대전 전투비행사로 있을 당시의 일입니다. 순진한 생각을 가진 사람은 아닙니다만, 제가 병원의 어느쪽 병동에서 태어난지 아십니까? 농담이 아니고, 저는 정말 서쪽 병동(West Wing)에서 태어났습니다."
객석에서 터져나온 웃음이 오래지 않아 박수로 바뀌었다. 대부분의 내용을 자신이 직접 갱지연습장을 꺼내놓고 썼다는 연설문은 재치 뿐 아니라 문학적 감수성까지 갖추고 있었다.
"어머니는 저희 가족을 지탱해준 반석이었습니다. 다른 많은 어머니들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어머니는 늦게까지 주무시지 않고 제 숙제를 도와주셨고, 제가 아파 누울 때면 제 곁을 떠나지 않으셨습니다. 아이들이 늘 그렇듯, 세계의 경이와 신비로움에 놀라 시도 때도 없이 던져대는 질문에 일일이 답해 주셨습니다. 환경보호에 대한 열정을 불어 넣어주신 분도 그 분입니다. 어머니는 제가 나무들을 자연의 성전으로 대할 수 있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어 케리는 아버지와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 몇 가지를 더 나눈 후, 부시행정부의 실정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끝까지
'포지티브 전략'을 고수한다는 입장에서 연설이 끝날 때까지 '부시'라는 이름을 올린 것은 단 두 차례 뿐이었으나, 부시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미국이오랫동안 지켜 온 전통을 회복하겠습니다. 그것은 단지 원하기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전쟁을 시작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이 나라의 기준입니다."
▲ 케리의 연설중 한 참가자가 이름표를 들어올리며 지지를 표하고 있다. ⓒ 민주당보도자료
갈채로 끊긴 케리의 목소리는 좀처럼 이어지지 않았다. 케리는 전쟁의 참상을 지켜 본 사람으로서, 아무런 고민 없이 쉽게 전쟁을 결정하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부시행정부의 파병결정을 강력히 비판했다.
"저는 병사들이 소총을 들고 위험한 지역을 통과해야 하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군과 적군조차 제대로 구분할 수 없는 그 상황을 말입니다. 저는 병사들이 한밤에 정찰을 돌 때 겪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길 저편에서 무슨 일이 닥칠지도 모르는 그 상황을 말입니다. 저는 병사들이 집에 편지를 쓰는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무 일 없다고 편지에 쓰고는 있지만, 정작 어떤 일이 일어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 말입니다."
관중들이 다시 열광했다. 케리는 관객들의 함성이 그치기를 기다리지 않고 다시 말을 시작했다.
"저는 전쟁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이번 전쟁 문제를 다루겠습니다. 지도자라면 전쟁을 시작해기 전에 병사의 부모의 눈을 바라보며 진정한 마음으로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당신의 아들과 딸을 위험에 몰아 넣지 않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했습니다'라고 말입니다."
케리는 이어서 소외된 계층이 겪는 어려움을 언급하며, 모든 국민이 동등한 환경에서 교육받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공공교육을 강화하고 국민의료보험을 시행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미래의 세대가 온전한 환경 속에서 살 수 있도록, 그리고 국민의 소중한 자식들이 산유국의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지 않도록 대체연료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군대에서 겪었던 경험으로 말을 맺었다.
▲ 케리의 수락 연설이 끝난 후 참가자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민주당보도자료
"저는 메콩강을 순회하던 정찰선 위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저와 함께 적진에 섰던 전우들은 아이오와, 오레곤, 아칸소,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등 모든 곳에서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때 우리에게는 어느 학교 출신이냐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인종이나 출신배경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우리들은 모두 한 배에 탄 사람들이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대통령으로서 만들어 갈 미국의 모습입니다."
관중들의 환호와 갈채는 끊일 줄 몰랐고, 공식행사가 끝난 그 자리에서 사람들는 밤 늦게까지 춤을 추었다. 그들은 열망하는 후보의 이름을 거듭해서 외쳤고, 서로 얼싸 안으며 웃기도 하고 때로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각 주의 대표단들이 머무는 숙소에는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낮과 아침을 하나로 잇는 그 들뜬 분위기는 잠자리에 든 사람들마저 새로운 대통령의 꿈을 꾸게 할 듯 했다.
변화의 함성, 테러경보 속으로 사라지다
그러나 나흘을 뜬 눈으로 보낸 그들의 주말을 맞아 준 것은 '테러경보'였다. 각 일간지에는 케리후보의 한 자리수 지지율 상승소식과 더불어 완전무장한 경찰과 군인이 시가지 곳곳을 지키고 있는 사진이 실렸다. 방송에서는 '테러공격의 위험이 있는 건물들'과 더불어 검문검색이 한층 강화된 공항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난 화요일 지지연설에 나섰다가 관중들의 열기에 놀라 "오늘이 마지막날인 목요일인줄 알았다"고 능청을 떨었던 하워드 딘은 '테러경보의 순수성을 믿기 어렵다'고 항의하고 나섰다. '왜 하필이면 지금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비단 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우려스럽게도, 부시 대통령은 자신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길 때마다 항상 '테러'라는 '트럼프 카드'를 사용하곤 합니다. 부시의 선거전략은 단 하나, '내가 당신들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으니, 어려울 때면 내게 의지하라'라고 말하며 안보담당 관리의 성명을 내보내는 것 뿐입니다."
딘에 따르면, 이 테러경고라는 것이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정치적인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4일자 논평에서 당국이 시기적으로 9/11테러 이전의 정보를 가지고 현 시점에서 테러경보를 발령해야 할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케리 진영은 '안보에 관한 한 아무리 경계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 국민들의 일반적 정서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당국의 테러경보에 대한 의혹을 드러내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21세기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대선은 여러 면에서 '첨단'의 이야기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모금, 화상통신을 이용한 유세, 이메일을 활용한 자원봉사자 모집, 줄기세포 연구 허용여부와 대체연료를 위한 연구방안 등이 그러하다. 이 점은 케리 후보의 후보수락 연설에도 잘 나타나 있다.
"저는 이제까지 경제, 교육, 보건, 에너지 독립 등 여러 가지 계획에 대해서 말씀 드렸습니다. 그에 대해서 더 자세한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수락 연설에서 결코 하지 않았던 이야기 하나를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존 케리 닷 컴(johnkerry.com)으로 오시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첨단의 주제와 정책을 둘러싼 정교한 캠페인 전략도 테러의 적색경보에는 속수무책으로 힘을 잃고 있다. 경보등의 한 단계 색깔 변화가 모든 의제의 중요성을 뒤덮어 버린 것이다. 어쩌면 미국은 어느 때보다 원시적인 대선을 맞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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