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드라마 '반올림#'>에는 뭔가 특별한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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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우(lotrec78)등록 2004.08.06 19:01
8월 5일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에서 KBS2TV에서 방송 되는 <성장 드라마 '반올림#'>에 관한 모니터 보고서가 나왔다.

반올림은 청소년을 주 시청자층으로 하면서 그들의 얘기를 진솔하게 담고 있다. 따라서 성인 위주의 드라마제작 환경속에서 반올림은 그 희귀성만으로도 나름의 가치가 적지 않다. 모니터 결과 반올림은 극적재미뿐만 아니라 여러 부분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유일하게 청소년층의 얘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반올림을 추켜세운다기 보다는 드라마영역에서의 색다른 시도였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자 했다. 현재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신데렐라'풍의 상상만족형 드라마와는 구별되는 재미가 반올림에 있기 때문이다. <성장드라마'반올림#'>에게는 뭔가 특별한게 있다.

1.인간관계의 구조가 옹골차다

기존의 드라마는 속성상 몇몇 주인공의 갈등과 애환을 중심으로 속도감 있는 진행을 요구한다. 극적 재미와 반전, 그리고 절정으로 치닫는 갈등구조의 효율적 분배로 시청자를 몰입시키는데 역점을 두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간의 '관계맺기'에 대한 생생한 묘사보다는 작중에 필요로하는 인위적 '관계설정'과 인물성격의 고정성이라는 상대적 한계를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주인공은 주인공답게, 악당은 악당답게, 꽃미남이면 꽃미남답게, 청순가련이면 청순가련형답게 인물들의 성격과 이미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별반 차이가 없다. 앞에서 언급했듯, 이것은 드라마의 메세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기 때문에 시청자와 제작자가 감수해야 하는 상대적 한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으레 드라마라면 위치하는 영역일 것이다. 여기에 반올림이 차별되는 지점이 있다. 반올림은 좀 더 개연성 있는 '관계맺기'에 치중한다. 매회 내용마다 등장 인물들간의 긴박한 밀고 당김이 현실감있게 구성된다. 즉 한쪽의 시선(주인공의 사건 중심)으로 구성되는 일면적 구조가 아니라, 인물들간의 다면적 구조로 매번 새로운 인간관계가 드라마 발생한다는 얘기다.

'욱이는 여기서 이런 걸 느꼈겠구나', '옥림이가 이런 모습도 있었던가', '정민이의 쿨한 모습이 여기선 별로군', '옥림아빠는 저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등등 끊임없이 작중인물들의 새로운 단면들을 매회 엿볼 수 있다. 즉 결코 있을법하지 않은 가상의 이야기보다 현실속에서 나 너 우리의 부대끼는 모습이 구체적으로 드라마 속에 재현하고 있다. 즉 성장통이라는 것이 온전히 옥림이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옥림이의 친구들, 가족, 남자친구, 급우 등 여러겹의 만남을 통해 서로가 함께 겪는 것임을 알게 된다. 따라서 극중에는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내가 너라면', '네가 나라면'이란 방식의 인간관계에 대한 접근은 기존의 드라마에서는 그다지 흔치 않은 기법이다. 기존의 드라마는 빠른 전개와 감정의 격한 반응을 위해 갈등과 극적인 화해를 부각시키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반올림의 방식이 억지스럽다면 당장 유치하다거나 '청소년 드라마'틱는 빈축을 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게시판을 통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열렬한 호응이라고 판단 된다. 성장이라는 것이 단순히 키가 크고, 어른스럽게 말할 줄 알고, 철들어 가는 하나의 이미 제시된 규격이라고 하지 않는다면, 반올림에서의 '성장'이라는 주제는 충분히 대상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하겠다. 게다가 시청자들의 많은 수가 청소년이기 때문에, 열린 형태로의 '관계맺기' 방식은 그들에게 다른 드라마에서는 얻을 수 없는 관계맺기의 쏠쏠한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반올림은 제나름의 독특한 입지를 굳혔다고 볼 수 있다.


2.솔직한 모습을 통한 자기 자리찾기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빠만세>에서는 아이들의 요구를 마냥 받아주는 아빠와 이것저것 챙기고 잔소리할 수 밖에 없는 엄마의 갈등을 다뤘다. 결론적으로는 아이들의 심리를 장악하고 있는 엄마의 수완이 더 현실적 위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그러나 아이들의 입장에서 최대한 공감하려는 아빠의 모습이 어리숙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옥림아빠는 엄마가 그렇게 잔소리꾼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영악한 아이들의 순진함에 상처받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권위주의적인 태도로 돌변하지는 않는다. 해결사 엄마의 계책이 뒤에서 작용하고 있긴 했지만, 아이들과의 화해의 장면에서 상처받은 아빠에게 아이들이 솔직하게 죄과를 다 털어내는 장면은 가족간의 화해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완벽한 부모와 완벽한 자식의 상이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빠만세>는 그 현실적 한계를 어떻게 가족이라는 울타리안에서 용해시키며 서로의 자리를 찾아갈 수 있는가를 한 단면으로써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빠만세>에서 또 다른 이야기인 옥림, 정민, 윤정의 친구 사이도 비슷한 방법으로 자리찾기를 모색한다. 윤정의 잘 삐지는 성격때문에 애를 먹는 옥림이 갈등을 푸는 방법은 정민과의 솔직한 대화로 가능했다. 달래주기나 위해주기로 일시적 화해를 모색하는 옥림이의 태도가 오히려 윤정이에 대한 친구로서의 자세가 아니라는 정민이의 단도직입적인 말은 결국 윤정 스스로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이런 와중에 생기는 극중의 현실성은 나의 자리찾기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한지를 보여준다. 반올림은 은연중에 서로에게 솔직해지라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가치관을 드러내고 있다. <엄마에게 생긴 일>에서도 아빠가 아이들에게 엄마의 건강에 관해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다른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가족에서 언제 한 번 똑같은 가족구성원으로서의 연대감을 아이들에게 진지하게 부여했던가를 생각하면, 반올림이 담고 있는 의미의 진취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솔직함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서로간에 아쉬워하는 인간관계의 공허함을 무엇으로 풀어가야 될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3.드라마 안팎에서의 성장이 있다

무엇보다 인터넷은 청소년세대에게 친숙하다. 그래서 반올림은 다른 게시판보다 그 반응이 한층 더 열렬하다. 물론 계속 게시판을 업데이트하고 이벤트를 마련하는 제작진의 배려와 품이 많이 담겨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리플플레이, 1318진실게임, 내 인생의 반올림 등을 통해 방송 전과 이후의 다양한 의견과 느낌이 올라온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드라마의 내용뿐만 아니라 각자의 이야기가 중요한 관심사로 등장해 그들만의 생생한 이야기를 나눌 수있는 공간의 역할도 한다. 그리고 비슷한 고민을 품고있는 또래들을 통해 위안받기도 하고 조언도 해주고, 때로는 격렬한 성토의 장으로 변하기도 한다. 마음을 터놓고 어울린다는게 애초부터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제한을 받는 학생의 신분인 이들에게 인터넷과 드라마를 경유한 만남은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게끔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제작노트나 출연배우들의 방송후기같은 글들은 드라마 외적인 즐거움을 준다. 더 재미있게 보기라는 측면에서 그렇고, 실제 제작진들의 고민과 고충, 실수담과 담백한 소감등은 시청자와의 눈높이 설정이라는 관점에서 그 성의가 느껴진다. 아이들에게 친근감 있는 제작진의 글도 돋보이는 부분 중의 하나다. 무엇보다 이를 통해 반올림 드라마를 통해 '성장'하는 시청자와 제작진, 출연배우들의 모습을 서로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유의미한 것 같다.


'반올림#'은 위에서 얘기한 것 외에 극적재미라는 부분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해 낸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그러나 시청률에서도 KBS내에서 상위를 지키고 VOD서비스는 가장 많은 클릭수를 차지한다는 것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드라마의 모범이 반올림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극적 긴장성이 약하다든가, 유치함과 진지함에서의 변주가 위태롭다라든가 식상한 주제에 대한 구태의연한 접근 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왈가왈부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 그러나 드라마가 떠안을 수 밖에 없는 문제점에 비판의 각을 세우기 보다는 '반올림'이 갖고 있는 드라마 내적 외적 가능성에 매료 당하는 것이 훨씬 더 유의미하다는 생각을 한다. 재밌게 지켜보고 있는 시청자들과 함께 열렬하게 성장하는 반올림을 기대한다.

다음은 민언련에서 발표한 보고서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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