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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읽으려고 산 책인데, 이 책은 몇 시간 동안 퀘벡 주의 평원, 가난한 이민자의 아이들, 그들의 꿈이 서린 학교로 나를 여행하게 해주었다.
읽고 나면 잔잔한 미소가 떠오르는 이야기. 그러나 '마음을 열어주는 이야기' 류의 가벼움이 아니라 삶의 모든 고비를 통과한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깊고 따스한 미소가 있다. 생을 다 살아낸 자가 자기 삶에서 건져 올린 빛나는 경험의 흔적들.
작가는 열여덟이란 젊디 젊은 나이, 자신의 인생의 출발점에서 경험했던 교사 시절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생애의 말년에 그는 젊은 날의 그 경험이 얼마나 빛나는 순간이었는지를 되돌아 보았으리라. 그리고 쓰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난 순간. 우리 모두는 살면서 그렇게 '빛'이 되는 경험들을 갖고 있다. 우리 마음에 흔적을 남긴 이름들을 품고 있다. 그 빛은 결코 꺼지지 않는다. 등불처럼 우리 삶의 길을 안내해 준다.
아이들의 순수한 눈빛과 마주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감동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다. 그들의 순수한 사랑을 받아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아이들과 부대끼며 지내본 사람이라면 우리가 함께 있음이 얼마나 서로에게 소중한 시간인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지를 금세 느끼게 되리라.
빈센토, 닐, 메데릭.... 나는 그들의 표정 하나, 눈빛 하나 하나까지 눈 앞에 떠올릴 수 있다. 그들은 살아서 내 앞을 달려갈 것만 같다. 그만큼 이 소설의 묘사는 섬세했으며, 내면을 주시하는 작가의 문장력에 나는 감탄했다.
그 아이들 뒤로 펼쳐지는 광막한 평원, 퀘벡 주의 대자연은 우리를 또 다른 세계로 초대한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과 천진함의 세계로, 캐나다의 아름다움 속으로. 가난하지만 인간다움이 살아 있는 이민자 가정, 고단함과 희망이 교차하는 그들의 삶 속으로. 몇 년 전 퀘벡 주를 여행한 적이 있기에 나의 상상력이 더욱 힘찬 날개를 달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작가가 만난 아이들은 그 자신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그들이 함께 보낸 시간과 더불어. '내 생애의 아이들'보다 더 좋은 제목이 없을 것 같다. 잊어버린, 그러나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살아 있는 동심과 만날 수 있다는 건 늘 축복이다.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는 메데릭에 관한 것. 사춘기 소년의 열정과 방황, 교사에 대한 순수한 애정은 젊은 날의 순수한 열정과 폭풍을 경험해본 모든 이들에게 삶의 고뇌와 환희, 아름다움을 환기해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지낸다는 것은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이기도 하다. 나를 새롭게 발견하는 여행. 그들을 통해서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고 세상이 어떠해야 할지를, 삶이 무엇인지를 늘 생각하게 된다. 그들은 무엇이 참이고 진리인지를 나 자신에게 끊임 없이 되묻게 하는 존재이다.
우리가 외면하지 않고 세상을 향해 열려있을 수만 있다면, 우리의 정신이 우물 안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늘 새롭게 일어설 수만 있다면, 학교에서 가르친다는 것은 축복이다.
이미 내가 순수의 시대를 지나서일까? 아이들의 순수한 눈빛은 늘 내 영혼에 파장을 일으킨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미숙한 어른 흉내를 내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걸 볼 때, 그것이 잘난 것이라고 다들 여기는 모습을 볼 때, 내 마음 한 곳이 멍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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