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알고, 정치인은 모르는 대한민국의 정체성

정체성논란은 바로 왜곡된 대한민국정치의식의 현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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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성(oskwon)등록 2004.08.15 10:02
-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두고 말들이 많다. 그런데 과연, 그런 말을 묻고 답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제대로 알고 하는 것일까? 일반 국민의 상식적인 수준에서는 묻는 사람도 답하는 사람도 제대로 된 질문과 답변이 아니라고 느끼기는 마찬가지이다.

대통령의 답변이 아니라도 일반 국민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헌법에 나타나 있음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국민은 그런 답변을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정체성논란이 백해무익이라는 답변에는 적잖게 실망하고 짜증도 냈을 것이다. 물론 국가를 국민보다 우선하고, 경제발전을 위해 국민을 억압적으로 동원하고, 반공을 내세워 언론을 압살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왜곡된 정치교육에 세뇌된 사람이 아니라면...

대한민국의 그 누구도 헌법전문과 총강 제1조에 나타난 정신이 바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임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헌법제정정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에 있다. 3.1운동의 정신, 4.19민주이념, 자유민주주의, 민주공화국이 바로 그것인데, 그것은 외세침략에 대한 저항정신, 억압압제의 독재를 거부하는 시민정신, 평등, 자율, 조화를 이끌어야 할 정부정신, 그리고 주권재민의 공화국정신이다.

그런데, 반공을 대한민국의 정체성으로 이해하고 있거나, 진보적 사회주의이념을 민주주의로 이해하고 있는 세력간의 상호 정체성질문은 이미 논점에서 벗어난 이야기이다.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시대적 정책을 정체성으로 이해하고 상호에게 질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답답하고 한심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거꾸로 물어보고 싶은 것은 그런 질문을 던지는 위정자들은 상기한 내용의 정체성을 실현하기 위해 과연 무엇을 했으며, 하고 있는가라고 말이다. 현대의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당연히 사회적 기회를 다수에게 제공키 위해 적극적 복지라는 개념을 받아들인다. 시민정신은 이미 민주사회의 당연한 지침이며, 제도화된 이념이다.

부의 왜곡을 시정하고, 경제의 불건전을 지속적으로 고치며, 개인능력을 최고도로 발휘케하는 사회시스템의 정립은 정부의 의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정들이 고쳐지지 않았음은 한국사회구성원 대부분이 인정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위정자들은 이미 직무유기로 그들의 권리에 따르는 책임을 통감하고 물러났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헌법제정정신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정체성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지, 그들의 배짱과 무지에 기가 막힐 따름이다. 반공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아니라, 시대적 정책이었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질서에 배치되는 평등권과 분배권주장도 허무맹랑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념으로의 민주화가 아니라, 이제는 실질적인 민주제도를 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 제도개선에 공을 들일 때이다. 정체성 논쟁은 이것을 위한 방법론과 속도의 조절에 관한 의견수렴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국민의 시각에서 이미 비판받고 있는 정치권의 세력지키기를 위한 정체성논란은 참으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헌법제정정신을 당연히 이해하고 나서 제기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집권자의 집권이념인데, 현정권의 차원에서는 분권과 참여가 바로 집권이념이다. 분권과 참여는 당연히 민주정치의 기본이며, 그에 따르는 제반 조건을 통하여서 실현될 수 있는 가치이다. 제반조건이라 함은 민생적 민주제도의 생활화를 실현시켜주는 것인데, 과연 현정권은 그러한 제반조건활성화를 위한 개혁에 충실하고 있는가가 논의의 촛점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엉뚱하게 설정된 정체성 질문과 그에 대해 막연히 헌법정신이라던가, 백해무익한 논의라고 답변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답변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에 다름아니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정치권의 이런 왜곡된 논란의 한가운데 서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과연 언제까지 홀로서기위해 피땀을 흘려야 하는지, 언제까지 미덥지 않은 세력들에 의해 이용당해야 하는지, 서글플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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