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연인’으로 나타난 국내 드라마의 한계

국내 드라마의 한계에 대해서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을 통해서 살펴본다.

검토 완료

전원주(imuzz)등록 2004.08.16 16:51
원래는 드라마를 안보고 있었는데 이 드라마가 시작하자마자 시청률도 높고 1위도 하고해서 정말로 재밌는지 확인차 잠깐씩 봤다. 김정은밖에 내뿜을수 없는 매력이 웃음짓게 하고 박신양의 연기또한 그만의 매력이 있기에 흥미로웠다.

극에서 김정은은 모든게 서툴고 실수투성이지만 마음은 순수하고 그러한 점에 매력을 느끼는 두 남자, 박신양과 이동건. 박신양이야 뭐라 트집잡을건 없는데 이동건은 좀 별로라고 생각했었다. 연기도 그저 그런거 같고 뭔가 그만의 개성도 없어보이고 했는데 여기선 달랐다. 반항적인 이미지를 그렇게 잘 표현할줄이야! 물론 뒤에 가선 무너졌지만...

전형적인 내용을 보여주긴 하지만 각각의 캐릭터가 분명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단지 전형적인 악녀가 등장해서 식상했지만... 꼭 예전 드라마에서 많이 울궈먹은 그런 악녀 캐릭터를 변함없이 계속 쓰는 이유는 뭔지 궁금하다. 당연히 흥행공식일테지만 항상 그런 식이 성공하는건 아니잖아?

그리고 우려했던대로 극이 흐를수록 점점 난잡하게(또는 단순하고 지루하게) 흘러가는 것이다. 유쾌한 캐릭터 드라마에서 왜이리 칙칙하게 흘러가는걸까? 시청률 때문일까? 아니면 제작 시스템의 한계일수도 있겠다. 결론은 여러 요소들이 짬뽕되어 나타난 현상일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났던 문제점의 연속이란 얘기다.

작가들도 갈수록 힘이 떨어지는듯 보였다. 첨엔 톡톡튀는 구성을 보여주더니 나중엔 진부한 얘기들만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극의 구성상 그럴 수 밖에 없다쳐도 너무 내용이 늘어졌다. 시청률에 휘둘리는 듯한 모습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무시할순 없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작가의 자존심이란게 있지 않나? 애초 자신들의 의지대로 밀어붙일것이지 왜 시청률에 굴복을 하느냔 말이다. 여기에 대해선 뒤에 다시 언급하겠다.

모든 드라마가 뒷심이 부족한건 그때그때 써내려가는 대본 때문인게 무시 못할 이유일거다. 방송가의 제작시스템이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이런 일은 반복될 뿐이겠지만 이러건 정말 바꿔야 한다. 이에 대해선 박신양도 언급한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이동건의 연기는 자유스런 반항아적인 이미지가 잘 어울렸는데 갑자기 180도 돌변하는건 이해할수 없다. 너무 극단적으로 변했다는데서 문제가 있다. 꼭 이런식으로 정형화된 캐릭터를 만들어야 했었는지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에게 묻고 싶다. 그리고 결말부분에서도 교통사고로 기억상실에 걸린다는 진부한 설정은 어쩔수 없었다쳐도 그 진부함을 떨쳐버리기위해 거짓말을 했다는건 시청자를 우롱한 결과밖에 안된다. 결과적으론 진부함을 떨친건 맞지만 모양새가 우스꽝스럽게 된것은 틀림이 없다. 때문에 이동건의 연기도 꽤 경직되어 보였다. 안스러울 정도로...

또한 결말의 황당함. 작가 자신들의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뜬금없이 극중 태영(김정은 역)의 시나리오였다는 식의 마무리는 무책임하다. 그걸 그렇게 마무리짓고 싶었다면 중간중간 그러한 점을 암시하는 여러 가지 개연성이 있어야 했는데 그런것 없이 무작정 반전을 넣어버리면 어떻게 되는가? 어차피 뻔한 설정에 뻔한 내용으로 갔는데 그걸 덮자고 상상이라 해버리면 도대체가 뭔가?

결국 이번 드라마는 무난한 기획에 톡톡튀는 구성으로 시작은 좋았으나 그걸 지키지 못하고 작가이하 제작진이 우왕좌왕한게 패인이 아니지싶다. 물론 시청률로만 봤을때는 아주 성공적이라고 말할수 있겠지만 그게 모든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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