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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의 부친이 일본 헌병으로 복무했다는 사실이 보도되고 나서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은 "신 의장의 부친이 일제 때 헌병으로 복무한 것도 충격이지만 신 의장이 한때 의혹을 제기한 언론에 강경대응하겠다고 했던 이중적 행동이 더 문제"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김덕룡 의원의 비난 속에서 정작 본질을 호도하고 지뢰밭을 피해 에둘러 가는 듯한 모순적 태도가 엿보인다.
다시 말해서 기왕 비난을 하려면 '친일 의혹'에 촛점을 맞추는 게 이치에 맞는 일이건만 김덕룡 의원은 '친일 의혹'에 대해선 애써 말을 아끼고, '신기남 의장의 도덕성'에 대해서만 집중 성토하고 있다. 자칫 '친일 의혹'을 비난하다 유탄을 맞을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는 이번 사태가 한나라당에게 약이 되는 동시에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한나라당 입장에선 분명히 놓쳐선 안될 훌륭한 먹잇감이라는 걸 잘 알지만 자칫 승부수를 띄우다간 오히려 낚시꾼이 물고기에게 잡혀 먹히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친일파 청산을 위해선 이번 일이 악재가 아닌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만약 여당이 신기남 의원을 친일 청산 대상에 포함시킬 경우 더 강력한 명분으로 친일 청산 작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신기남 의원의 거취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섣불리 예단할 순 없지만, 어차피 부친의 친일 의혹이 사실이라면 신기남 의원이 대승적 차원의 결단을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
그것이 부친을 대신해서 조국과 민족 앞에 속죄하는 일 아닐까?
또한 친일파 청산에 있어서 모범적인 선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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