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블러드 브라더스>, 가난에 울고 눈요기에 당하고

수작(秀作) 불구하고 오는 29일 마지막 공연

검토 완료

송영석(bluedaniel)등록 2004.08.20 16:06
가난은 분명히 동시대의 아픔이었다. 또 뮤지컬의 아픔이기도 했다.
당사자는 가난 때문에 생이별을 당한 쌍둥이 형제의 비극적 결말을 그린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Blood Brothers)'. 영국의 극작가 ‘윌리러셀’의 작품이 원작.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비판의식과 그 이면에 살아있는 따뜻한 인간애가 특징이다.

뮤지컬 속의 가난은 현실에까지 이어졌다. 그로인해 주머니사정이 형편없는 관객들은 공연장을 찾지 않게 됐으며,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기획사인 신시뮤지컬컴퍼니는 오는 29일을 조기종영 디데이로 결정한 것이다.‘블러드 브라더스’는 본래 오픈 런(무기한 공연) 형태였다.

혹자는 “작품이 좋으면, 왜 그렇겠느냐?”고 험담을 늘어놓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단언컨대 작품은 기대 이상이었다. 오히려 음악을 중시하는 뮤지컬 특성상 자칫 간과할 수 있는 치밀한 극적전개와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뛰어나 작품의 완성을 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쪼개기에는 주머니 속 돈의 규모가 본래 작았을 것이다. 또 브로드웨이식 대형뮤지컬에 대한 국내관객들의 열광적인 선호도 원인이 된 셈이다.

작품에서 확연히 눈에 띄는 것은 해설자(이석준)의 등장이었다. 시종일관 극을 이끌었으며 감정몰입보다는 머리회전을 유도했다. 이는 브레이트의 ‘소외효과’였다. 관객들이 모든 사건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기보다는 소외효과를 통해 끊임없이 비판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이석준의 무게있으면서도 감칠맛 나는 목소리는 극 전체의 강약을 적절히 조절하는 효과가 있었다.

뮤지컬 배우 서지영은 쌍둥이를 포함한 일곱 명 아이들의 엄마인 ‘존스턴 부인’역을 맡아 열연했다. 서씨는 상큼하고 발랄한 혹은 섹시하기까지 했던 예전의 모습과는 달리, 그녀의 눈빛은 삶의 아픔으로 그윽했으며 목소리는 절제된 감정의 극한을 들려주었다.

가난한 쌍둥이형제 ‘미키’역의 이건명도 훨씬 더 성숙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7살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과 실업우울증으로 약물중독에 빠진 ‘미키’의 모습은 전혀 상반됐지만, 그의 눈빛은 마치 두 사람이 살고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섬세했다.

이밖에도 적절한 상황에서 연출된 코믹버전은 2시간 30여분이라는 공연시간이 말해주듯이 자칫 출생의 비밀 등으로 유치찬란해질 수 있는 극 전개에 활력을 더했다.

이처럼 정작 입소문을 타야할 공연은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였다. 그리고 브레히트의 소외효과는 썩 괜찮은 작품의 아쉬운 종영을 비판하게 했다.

장소: 대학로 폴리미디어씨어터(서울 혜화역 2번출구), 02)577-1987
티켓가격:R석 50,000원 S석 40,000원
공연일정: ~8/29, 화~금 - 7:30pm, 토일 & 공휴일 -3:00pm, 7: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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