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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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수(ghomsol)등록 2004.09.03 16:43

눈이 오는 소리 ⓒ 김요수



눈이 오는 소리를 가만히 들어 봅니다.

댓잎에 사그락거리기도 하고

잔디에 따북거리기도 하고

흙 위에 사뿐거리기도 하고

지붕 위에 휘리릭거리기도 하고

큰 은행나무 위에 하늘거리기도 합니다.

텅 비어버린 마음 ⓒ 김요수


요즈음 제 마음이

곳곳에 눈오는 소리처럼

이러기도 하고 저러기도 합니다.

서울형이 새로 집을 사서 이사한다는 소식을 듣고

어머니는 너무나 좋아하십니다.

그래 한달음에 지영이모집에 가셔서

자랑하고 오십니다.

숨이 벅차서 잘 드시지도 않고

바깥 드나드는 것을 꺼려하시는 분이.

집을 사서 이사한 형 ⓒ 김요수


말끝에

애기를 봐주고 아이들 크면

부모 안보는 자식이 많다고 한숨이십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서

밖에 나와 쭈그리고 앉아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어머니가 거동이 불편해지고 치매가 온다면

난 어머니를 어떻게 모실까?

그러기 전에 어머니를 튼튼하게 모실 수 있을까?

지금도 잘 해 드리지 못하는데.

어머니에 대한 마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 김요수


그냥

어머니 말씀을 듣고 있으면

가슴으로 눈물이 흐릅니다.

이렇게 긁적거리는 지금도

자꾸 눈물이 나서 글씨가 얼룩거립니다.

말로 할 수 없는 어머니에 대한 마음.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제가 나오는 텔레비젼 프로그램을 자꾸 보시면서

'느 아부지가 좋아할 일인디......'

동인이 혼자서 알콩달콩 노는 모습을 보시면

'저것이 꼭 느 아부지 닮았지이?!'

찻집에 손님이 드물어 일찍 들어가면

'느 아부지는 십원짜리부터 모았은께.'

아무에게도 아버지 말씀을 꺼내지 않으시는데

저에겐 꼭 아버지 말씀을 넣으십니다.

사랑방같은 찻집 하고파 ⓒ 김요수


집 가까이에 한옥을 하나 사서

사랑방처럼 찻집을 하고 싶습니다.

어머니도 자주 들를 수 있게.

이제

그 욕심도 버립니다.

그저 하루를 부지런히 탈없이

잘 지내는 것이 좋습니다.

눈이 조용히 옵니다.

제 마음도 조용해졌나 봅니다.

조용해진 마음 ⓒ 김요수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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