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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에 있는 선배가 아들을 만나러 일본에 가는데 여권 유효기간이 만료되어
갱신해야 한다며 사진을 다시 찍고 이런 저런 준비하는 것을 보았다.
내 여권은 유효 기간이 도대체 얼마나 남았나 하고 서랍에 있는 여권을 꺼내봤는데
여권 유효 기간이 지나 버렸다. 지난 3월로 여권 유효 기간이 만료된 것도
모르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동안 해외 출장을 안갔다는 말이다.
그런데 미국 비자는 10년을 받아놔서 아직도 유효 기간이 한참 남아 있었다.
컴퓨터 모니터 귀퉁이에 여권 사진 5매 라고 노란 스티커를 붙여 놓은지도
꽤 오래 되었다. 그런데 솔직히는 요즘 사진 찍는게 좀 겁이 났다. 왜냐하면
나이 들어 쭈글 쭈글해진 얼굴의 주름들이 사진속에 그냥 다 나타나는 것이
왠지 두렵고 차라리 안보면 낫지만 이것이 내 얼굴 모양이다라고 다시 보는 것이
싫었다라는 것이 보다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여권 사진을 갱신해야 하기 때문에 사진을 찍기로 했다. 그런데
이더운 여름에 사진 찍는다고 정장에 넥타이 메고 사진관에 가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티셔츠 차림으로 여권 사진을 찍으러 사진관엘 갔다.
옛날 젊을때는 사진을 찍어보면 내가 정말 잘 생겼구나 이런 생각이 들곤 했는데
이젠 도저히 그런 생각이 안드는 것을 보면 나도 늙기는 늙었나보다.
"사진을 현상하기 전에 내가 좀 볼수 있나요?"
"그럼 디카로 찍어 보여 드릴테니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세요."
"그럽시다."
이렇게 해서 사진관에서 디카로 6장인가를 찍어서 모니터에 띄우고 그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골르란다.
솔직히 모두 다 마음에 안들었지만, 그중에 좀 나은게 하나 있긴 있었다.
나보다도 전문가인 당신이 생각해서 괜찮은게 어떤거요? 하고 물으니 그친구도
그사진을 고른다. 그럼 그것으로 해주세요.
"사진에 나타난 주름살을 제거해 드릴까요?"
모니터에 떠있는 것은 아도비 포토삽인지 프로샵인지 하는 것이었다.
"어허. 어차피 실물에 나타난 주름을 지워본들 오히려 여권 체크하는 입국장에서
못알아보면 어쩔려구 그러세요.
그냥 놔두세요. 늙으면 주름살도 생기는 거지 머..."
그렇게 해서 받아든 사진은 아무리 봐도 젊었을때 눈빛에 총기가 총총 튀기던
그모습들이 아닌 중늙은이의 모습을 담은 것이었다.
휴우~ 아... 세월의 무상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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