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드라마로서의 본 아이덴티티

자아를 잃어버린 제임스 본드, 제이슨 본의 자아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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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노(delaro)등록 2004.09.07 14:23
아이덴티티. 정체성. 중고등학교 윤리시간 많이 들어본 단어다. 사춘기 시절 자아가 흔들릴때 정체성의 확립이 중요하다는 식의 글들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본 아이덴티티. 본의 정체성. 그렇다. 영화의 주인공인 제이슨 본은 어떤 사고를 겪으면서 자아를 상실해 버렸다.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본 아이덴티티의 주요골자다.

제이슨 본 그는 누구인가? 트레드스톤의 비밀요원으로 총기분해쯤은 몇초만에 해 버리고 각종 무술에 달인이며 상황판단도 훌륭하고 머리도 좋다. 중요한건 어떻게 해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정작 자신은 전혀 모른다. 자아상실.

이 영화는 한 인간의 성장과정을 그대로 담아 놓았다. 제이슨 본이 겪는 며칠 사이에 인간의 탄생부터 사춘기 시절까지가 압축되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탄생이다.

영화 도입부. 푸른 바다위에 제이슨 본이 둥둥 떠있다. 어머니 뱃속의 태아. 어부들에 의해 구출되지만 정작 자기가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 말을 하고 사고도 하고 있지만 정작 그에게 있어서 그런 것은 어린아이가 젖을 빨 줄 아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니까.

그는 몇가지 단서를 가지고 조금씩 진실에 접근해 간다. 마리를 만나고 자신과 마리를 해치려고 하는 사람들을 하나씩 물리친다. 007식의 액션. 비밀 요원이라는 점과 재치있는 마리라는 여자. 마리를 보면서 본드걸이 생각나고 제이슨 본이란 이름이 제임스 본드와 흡사한건 우연일까?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훌륭한 작품이다. 자아찾기라는 성장 드라마, 비밀요원이라는 액션, 첩보, 스릴러를 절묘하게 혼합해 놓았다.

그렇게 그는 성장해 간다. 마리와의 여러가지 다툼과 야릇한 관계. 반항적이고 자기주장이 뚜렷한 제이슨 본. 일반인의 사춘기 시절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그리고 마리와의 이별. 제이슨 본은 마리와의 관계를 통해 성장한다.

영화의 말미. 결국 그는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일을 하던 사람이었으며 왜 기억을 잃어버렸는가에 대한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 자아찾기 여행의 종착지. 자기정체성 확립. 마리와의 만남. 이제는 제대로된 어른이 되는 것 즉, 성숙하는 일만 남았다.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따분할 수 있는 자아 정체성 확립에 대한 문제를 액션 스릴러의 형식을 빌어 아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자기정체성을 확립한 본 제이슨. 본 슈프리머시에서는 얼마나 성숙한 모습으로 나타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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