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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동아가 친일 청산에 동참하기를 바라는 건 어디까지나 우리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친일 청산 리스트의 맨 앞줄을 차지하고 있는 조선∙동아가 친일 청산을 자청할 리 없을 테니까.
최근 조선∙동아의 행보를 지켜보면 갈팡질팡하다 막다른 골목이나 곁길로 접어들기도 하고, 심지어 자기 발등을 찍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는 것 같다.
최근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원, 이미경 의원, 유시민 의원의 불행한 가족사가 연이어 폭로되면서 이와 같은 폭로 전의 배후가 누구일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 내부 세력 개입설에 무게를 두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친일 청산을 저지하기 위한 음모론으로 일축하기도 한다.
아직까지 그 배후의 실체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몇 가지 미심쩍은 대목에 이르러서는 조만간 베일 뒤에 가려진 실체가 드러날 것 같기도 하다.
세 건의 폭로 기사 출처가 다름 아닌 보수언론이라는 점,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는 점 등이 그 배후에 대한 의문을 푸는 좋은 단서가 될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친일 행적이 드러났다고 해서 역사적인 첫 출항을 앞두고 있는 '친일 청산호' 앞에 암초가 등장한 걸까?
결코 그렇지 않다. 지금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친일 청산의 일차적 목적은 '친일파 진상 규명'이다. 땅끝까지 친일파를 쫓아가서 응징하자는 게 아니다. 친일파가 더는 과거의 친일 행적을 은폐하거나 부인하지 못하도록 진실을 규명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조선∙동아처럼 친일의 발자취가 선명히 남아 있는 경우조차 온갖 논리로 친일을 합리화하고 부인했던 것이 사실이다. 거기서 오는 혼란과 갈등도 적지 않았다. 이젠 그와 같은 혼란과 갈등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물론 조선∙동아는 친일 진상 규명 자체만으로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되겠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진실을 은폐, 왜곡하며 혼란과 갈등을 키울 셈인가? 조국과 민족의 밝은 미래를 위해 이젠 조선과 동아가 결단을 내려야한다.
그리고 조선과 동아가 최근 불거진 여권의 친일 행적을 친일 청산 반대 논리에 편입시키려 한다면 중대한 계산착오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차피 친일 청산의 일차적 목적은 친일 진상 규명이다. 감춰진 진실을 밝히는 데엔 여야가 따로 없다. 여에겐 확대경을, 야에겐 현미경을 들이대는 일 따윈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최근 보수언론이 여권의 친일 행적에 천착하는 모습이야말로 어떤 의미에서 '미리보는 친일 청산'일 수도 있다. 어차피 친일 청산 과정에서 밝혀져야 할 내용들이 폭로된 것이니까. 결과적으로 조선∙동아는 본의 아니게 친일 청산에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 비열한 폭로 전으로 인해 친일 청산의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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