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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자로편(子路編)에 보면, 이런 대화가 나온다.
자로가 물었다. "위나라 군주가 선생님께서 정치를 해 주시기를 바란다면, 선생님께선 무엇을 먼저 하시겠습니까?" 공자께서 답하시길, "반드시 이름(名)을 바로 세우겠다."
자로가 물었다. "그렇습니까? 선생님께서는 현실에 어둡습니다! 어째서 그걸 바로 세우시겠다는 것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미개하구나, 너는! 군자는 그가 알지 못하는 일에 대해서는 말을 않고 내버려두는 법이다. 이름이 바로 서지 않으면, 말이 이치에 맞지 않게 되고, 말이 이치에 맞지 않게 되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고,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법과 음악이 떨쳐 일어나지 못하고, 예법과 음악이 떨쳐 일어나지 않으면 형벌이 적절하지 않게 되고, 형벌이 적절하지 않으면 백성들은 손발을 제대로 둘 곳이 없어진다.
그러므로 군자는 이름을 세우면 반드시 말할 수 있고, 말로 설명하면 반드시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군자는 그 말에 있어서 구차한 일이 없어야 한다!"
공자께서 대답하신 정치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있어서 이름을 바로 세우는 것을 먼저 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상호씨의 글은 이름을 세우는 것부터 잘못되었다.
주장 글의 부제로 "서울대 이영훈 교수의 '정신대' 발언 파문"이라고 했는데, '정신대'라는 이름이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이영훈 교수가 개념어로서 '정신대'라고 발언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명백한 오류이다.
먼저 왜 '정신대'라는 이름이 부적절한지 설명하겠다. '정신대'는 1940년대에 조선에서 여성과 남성을 동원한 제도로서 '정신대'(挺身隊)라는 말뜻처럼 일본 제국주의, 곧 천황을 위해 몸을 바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이것은 일본 제국주의가 무상으로 노동력을 동원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며, 남자와 여자를 모두 포괄해서 여러 분야에 걸쳐서 시행한 것이다.
예를 들자면, '농촌 정신대', '내선 일체(內鮮一體)정신대', '증산 운동 정신대', '부인 농업 정신대', '의용봉공의 정신대', '근로 보국 정신대', '학도 정신대', '국어 보급 정신대', '인술 정신대', '여자 청년 정신대', '여자 구호 정신대', '여자 근로 정신대' 등 온갖 노동에 '정신대'라는 이름을 붙여서 강제 동원을 하였다.
1993년 6월 한국 정부가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생활안정법'을 제정한 이후, 피해자 신고를 받고 6개월이 지난 12월 시점에 보건복지부에 신고한 175명 중, 단 1명만이 '정신대'라는 이름으로 강제 동원되었다가 바로 '일본군'성노예로 전락했다.
그러므로 '정신대'와 이영훈 교수가 얘기한 '일본군'성노예제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잘못된 이름 붙이기이다. 이런 사실을 제대로 모르고서 아직도 '일본군' 성노예제로 '정신대'로 표현하는 것은 자신의 무지를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다.
두 번째, 9월 2일 MBC 100분 토론해서, 이영훈 교수는 '정신대'라고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송영길 의원이 무지하게 '정신대' 문제라고 표현했고, 노회찬 의원은 '종군 위안부(從軍慰安婦)'라고 말했다. 노회찬 의원이 말한 '종군 위안부' 또한 부적절하다.
왜냐면 '종군'이라는 말에는 강제성이 전혀 담겨져 있지 않고, 일본군 병사들에게는 '위안'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일본군'성노예 생활을 한 할머니들에게는 표현 그대로 성노예적 삶이었기에, 전혀 타당하지 않다. 송영길 의원뿐만 아니라 노회찬 의원도 이름을 붙이는 것을 볼 때, 정치를 바로 하기 위해서는 역사 공부를 새로 해야 한다. 그럼에도 '일본군'성노예문제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두 의원을 쏙 빼놓고, 제대로 된 표현인 '일본군 성노예'라고 말한 이영훈 교수를 문제 삼는 것은 사실 착오에서 비롯된 오류이다.
세 번째, "일제 강점기, 조선 침략의 당위성을 역사를 통해 확보하려고 했던 일본 어용학자들이 내세운 방법론은 '사실'을 강조하는 '실증적 방법'이었다"고 해서 '실증적 방법'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러나 역사에 있어서, 사료(史料)를 통한 실증은 기초적인 학문 방법이다. 사료를 통해서 실증되지 않는 사실을 주장하는 것은 학문적인 헛소리일 따름이다. 그러므로 '실증적 방법'이 문제가 아니라 어떠한 목적으로 사료를 편취해서, 사실을 조작하는 것이 문제이지, 결코 '실증적 방법'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네 번째, "두 명의 지성인이 식민 사관 생산의 메카였던 '경성 제국 대학'의 후손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발언이 '후대'의 평가 앞에서 떳떳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했는데, 먼저 이영훈 교수 개인의 발언이 '경성 제국 대학'의 후손이라는 평가와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증명해야 한다.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내용으로 개인의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세계인권선언 제 19조는 "모든 사람은 의견과 표현이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고 했다. 설사 이영훈 교수가 어떠한 발언을 했다 하더라도, '의견과 표현이 자유로울 권리'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비판을 하려면, 사실에 근거에서 비판해야 한다. 역사적 '사실'도 모르면서 '해석'까지 하는 것은 오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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