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도 헬기장에서 서도를 배경으로 채화한 성화. 가운데가 오창근 울릉군수, 채화장소는 독도의용수비대가 밧줄을 이용해 독도에 오르내리던 곳이기도 하다 ⓒ 김점구
지난 10일 오전, 제85회 전국체육대회를 밝힐 성화를 독도에서 채화했다. 성화 채화는 지난 8일 삼산의 하나인 금강산 삼선암에서 시작하였고 독도는 삼해 가운데 첫번째 채화지가 되었다. 삼산은 마니산, 한라산, 금강산으로 '통일의 불'을 상징하고, 삼해는 독도, 백령도, 마라도이며 '생명의 불'을 상징한다.
채화단(단장 이종배·충북도 기획관리실장)은 10일 오전 6시 20분 동해해양경찰서 소속 경비정을 타고 울릉도를 출발하여 3시간만인 9시 20분에 독도에 도착했다. 채화단은 동도 정상의 헬기장으로 이동한 후 전국체천의 성공적 개최와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고유제를 지냈다. 고유제는 집전관의 개식선언, 제관 헌작, 기원문 낭독 순으로 이어졌다.
고유제를 마치고 울릉종합고등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칠선녀가 채화해 독도에서 채화 의식을 모두 마쳤다. 채화단은 2시 10분 울릉도에 도착하여, 행정선을 타고 울릉도를 일주하는 해상 봉송, 도동과 저동까지 육상 봉송을 하고 동해로 출발했다.
▲ 동도에 있는 제34회 경북도민 체육대회 성화 채화대 ⓒ 김점구
이번 독도 성화 채화는 제34회 경상북도 도민 체육대회에 이어 두번째이다. 1996년 경상북도는 개도(開道) 100주년과 도민 체육대회를 기념하기 위하여 성화 채화를 독도에서 하였는데 당시 채화대는 지금도 동도 중턱에 남아 있다.
언론사가 동행하는 입도허가신청은 원칙적으로 반대
제85회 전국체전의 성화는 모두 6곳에서 채화를 할 예정이다. 금강산의 채화는 각 언론사에 보도되어 전국민이 전국체전의 개최 사실과 발전한 남북 관계의 한면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독도 성화 채화를 위한 독도 입도 허가는 언론사와 동행하면 안된다는 조건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독도 입도 허가 조건 가운데 가장 명쾌하게 입장을 밝힌 것이 바로 언론사의 취재 문제였다.
지난 5월 외교통상부 서형원 동북아 1과장은 "언론사를 동행하는 입도는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조용히 다녀오면 되는데 굳이 입도 사실을 알려야 하느냐"라며 정부의 확고한 의지임을 강조했다. 더불어 독도에 간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 일본이 알게 되고, 그때마다 항의를 해서 독도 문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외교통상부는 지난 8월에도 국회의원의 독도 입도 신청에 대하여 "가지 않으면 좋겠다" "언론사를 동행하면 안된다" "사후라도 언론에 공개해서는 안된다"라는 식의 의견서를 보내기도 했다.
멀고도 먼 독도 가는 길
독도에 가기 위해서는 '독도관리지침'에 따라 입도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다. 울릉군은 입도신청서를 접수하면 의견서를 작성하여 경상북도에 송부한다. 입도 허가 결정은 사안에 따라 경상북도에서 하기도 하지만 30명을 초과하거나 언론사 동행, 행사 개최 등 특별한(?) 경우에는 문화재청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문화재청은 입도 허가 신청에 대하여 최종 결정하지만 민감한 사안(?)이라고 판단하면 외교통상부, 해양수산부, 경찰청, 국방부 등 독도 관련 부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그러나 문화재청이 독도 관련 부처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경우는 그만큼 민감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며 대부분 불허로 결정된다. 지난 6월 독도수호대의 입도 허가 신청(신청 인원 29명)도 거부됐다.
민간 단체인 독도수호대는 지난 5월과 6월에 독도 입도 허가 신청을 했으나 모두 불허되었다. 불허 이유는 ▲승객 중 일부 인원만을 입도하도록 할 경우 기타 승객들의 차별로 인한 불만 ▲안전 문제 ▲독도 관리상의 문제 발생 등이었다.
그러나 문화재청이 공문에 밝힌 거부 이유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핑계에 불과해 보인다. 입도 허가를 받지 않은 승객의 불만은 문화재청에서 책임질 일이 아니다.
전국의 수많은 출입 제한 지역에 출입하기 위해서 출입 허가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을 경우 국가는 출입을 통제해야 한다. 그에 따른 불만에 책임져야 할 이유는 없다. 다만 출입을 위한 절차와 과정을 알려줌으로써 불만의 원인을 없애면 된다.
그리고 안전 문제는 해양 경찰의 고유 업무이며 문화재청이 관여할 바가 아니다. 선박의 출항은 해양경찰청 소관이며, 해양경찰청은 선박의 안전 운행을 위한 안전장비 구비 여부, 선원의 안전 교육 여부, 승선 정원, 기상상황 등 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한 조건에 문제가 없으면 허가하면 된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입도 허가 조건에도 없는 안전 문제까지 거론하며 입도 승인 요청을 거부했다. 이에 항의하자 어선이 승객을 태우고 독도에 다녀오는 불법 행위는 관련 업무가 아니어서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또한 문화재청은 독도 관련 부처의 의견 청취 결과 모든 부처가 반대한다고 했지만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에 확인한 결과 허위임이 밝혀졌다. 해수부와 해양경찰청은 사안에 따라 의견을 밝히지만 독도수호대와 같은 입도 신청일 경우 업무와 직접 관련된 사항이 아니어서 찬반 의견을 밝힐 만한 이유가 없으므로 대체로 '의견 없음'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의 거부 이유는 공문에 쓸 수 없는 내용이다
이해할 수 없는 거부 이유에 대해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임덕수 과장은 "대외비, 공문에 쓸 수 없는…, 일본과의 외교 문제, 외교통상부의 입장 등이라고 밝혔고, 공문에 밝힌 이유 외에 다른 내용은 쓸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독도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국가의 정책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입도 불허는 크게 보면 문화재청이 아닌 대통령, 국가안전보장회의, 외교통상부 3대 기관의 독도 정책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입도불허의 또 다른 이유
작게 보면 문화재청의 고민의 결과이다. 현재 독도 입도 행사는 독도관련 단체가 주도하고 있으며 입도 승인 요청도 단체에서 주로 하고 있다. 그 이유는 고액의 민간선박을 대선해야 하므로 일정한 규모의 탐방단을 꾸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 6월 취항한 독도 여객선 삼봉호(105톤, 정원 213명) 때문에 고액의 대선료를 지불하지 않더라도, 하루에 두 번 운항하는 삼봉호에 동승하고 개인별로 승선료만 지불하면 독도에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지난해와 같이 고액의 대선료와 일정 규모의 탐방단을 꾸리지 않아도 입도승인요청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된 것이다.
문화재청이 두려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동안 독도입도승인요청이 그나마 적었던 이유는 고액의 대선료 부담, 일정 규모의 탐방단을 꾸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혼자라도 입도승인신청을 하고 독도에 다녀올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었다. 당연히 독도입도승인요청이 지금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질 것이다. 이때 가장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곳이 문화재청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입도와 이용선박에 대해서 수차례 일반승객과 함께 하지 말고 대선을 하라는 요구가 있었다. 그리고 독도수호대는 지난 8월 24일 고액의 대선료를 부담하며 선박을 단독 이용하는 조건으로 독도입도승인을 받았고 독도에 다녀왔다. 독도탐방행사가 일곱번째로 마감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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