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헬기사업의 문제점 제기에 대한 의견

진행방식만이 문제일 뿐이다

검토 완료

김민열(smarttech)등록 2004.09.12 15:18
지난번 한국형 헬기사업에 대한 기사가 나간 후, 많은 분들이 질문도 하고 여러 문제점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한 나름대로의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1. 다른 전략무기도 많은데 왜 헬리콥터 개발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여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차기전투기, 정밀유도무기, 이지스함 등과 같은 다른 전략무기도 많은데 왜 하필 헬리콥터에 많은 예산을 투자해야 하는가 하고 묻는다. 역사상 우리나라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는 항상 향후 수출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해왔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로서는 당연한 일일 것이다.

만일 우리가 개발하는 것이 다른 소수의 선진국에서 수요가 있거나 기술적으로 조금이라도 떨어지는 것은 상품가치가 없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한 제품은 개발한다고 해도 시장성이 없을 것이다. 차기전투기와 정밀유도무기를 말한다면 돈이 많고 적은 나라를 떠나 성능이 최고인 제품을 사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지스함 같은 경우는 세계적으로 이를 보유한 나라가 극히 적다. 바다에 접한 해양국가여야 하며, 세계적으로도 해양강국을 노리는 소수의 선진국만이 필요로 하는 무기체계이다.

헬리콥터는 기술적으로 다른 어떤 전략무기보다 접근이 가능하며, 산업의 파급효과도 크다. KMH프로젝트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주로 국방의 관점에서만 보지만, 이 프로젝트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은 산업자원부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우리나라 일부 대기업은 민수 헬리콥터 개발에 많은 관심을 두어 왔다. 만일, 단독으로라도 개발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면 이미 개발착수를 했을 것이다. 또한, 헬리콥터의 수요처가 중동, 중앙아시아, 아프리카등의 틈새시장이 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는 점도 주목할 일이다.

2. 예산이 너무 많이 든다.

15조, 30조라는 산술적 계산이 많은 사람들에게 정서적인 거부감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5조, 30조라는 예산이 모두 개발비에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개발 이후 양산 및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이 포함된 액수이다. 공격헬기 및 기동헬기를 직수입하더라도 상당한 액수의 예산은 들어가게 된다. 또한, 지금의 부품도 단절된 노후헬기의 유지보수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가고 있다.

3. 독자 모델을 개발해야만 하는가?

이미 말했듯이 헬리콥터 개발은 산업에 대한 파급력이 매우 크다. 어떤 분은 독자모델 개발보다는 외국유수업체와 일정 지분 참여하여 일정 부분을 생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외국유수업체와 이러한 방식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무언가 외국업체에게 제시해야 할 만한 카드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헬리콥터 관련 주요 부품에 대한 기술력이 없다. 그런 상태에서 어느 외국기업도 우리 나라 기업과의 파트너쉽을 굳이 원할 이유가 없다.

이 때문에 독자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충분한 수요(이것이 몇 대여야 하는 것은 추후 의논할 여지가 있다)를 전제로 한 독자모델 개발만이 외국 업체와의 협상에서 기술이전, 외국 부품업체와의 파트너쉽, 향후 수출 시에 하나의 참조(reference)가 될 수 있다. 외국 유수의 업체와의 협상은 상당히 어렵다. 독자모델 개발만이 우리가 칼자루를 쥘 수 있다고 보여진다.

또한, 헬기를 다시 직수입했을 때 외국 회사가 다시 그 모델을 생산하지 않는 상황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에 따른 유지보수 비용을 다시 막대하게 지급하게 된다.

4. 계획한 시기 안에 개발 및 양산이 가능한가?

KMH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외국 항공사도 10년 이상 걸리는데 한 번도 자체 생산하지 못한 우리나라가 개발 기간 내에 개발을 완료할 수 있는가에 회의를 가진다.

기자는 외국 유수 항공업체와의 협상을 통해 적절한 기술 이전만 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현재 우리가 목표로 하는 헬기는 세계 1위 품질의 헬기는 아니다. 이 점이 세계 유수 헬리콥터 제조업체와 차이점이 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이번 헬리콥터 개발 사업을 여러 정부 부서와 기업이 함께 하는 국책 프로젝트로 진행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장점은 선택과 집중이다. 미국 같은 경우는 세계 최강국을 유지하기 위하여 개발해야 하는 것이 너무도 많다. 또한 이를 국가가 모두 나서서 개발하는 경우도 별로 많지는 않다. 많은 부분을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이 이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뛰어난 인적자원과 예산, 정부의 추진력이 뭉친다면 계획한 시기 안에 개발 및 양산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5. 율곡사업과 같이 비리가 존재할 수 있지 않는가?

이제 린다 김 같은 불법 로비스트의 시대는 갔다고 보여진다. 정부에서도 국방획득청을 신설하여 모든 국방관련 체계 및 시스템 획득을 일원화하려 하고 있다. 더욱이 이미 KMH 사업에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는 점이 널리 알려진 점이 불법이나 비리가 들어갈 여지를 적게 할 수 있을 것이다.

6.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가?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외국 유수기업과의 협상을 얼마나 매끄럽게 해서 기술이전이 빠른 시일 내로 완벽하게 되느냐가 매우 중요할 것이다. 또한 외국기업은 일의 진행이 우리보다 느린 경우도 많다. 우리의 정부 관리 및 방산업체 관계자들이 외국 업체와의 협상에 능숙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민간 대기업 출신의 외국 회사와 협상경험이 많은 노련한 전문가에게 협상을 맞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된다.

또한 프로젝트 추진 시에 의사결정 과정상의 상하 단계에 비전문가가 없는 간결한 구조를 가져야 한다. 외부에서 기술적인 제안이 들어왔을 경우, 의사결정 구조가 일반적으로 bottom-up 구조일 때 중간에 비전문가가 있다면 상당히 일의 진행이 더디어 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반 회사에서 외부로부터 기술제안이 들어온다면 대리부터 상무까지 의사결정단계를 거친다고 하면, 이때 대리나 과장이 비전문가여서 기술에 대한 안목이 없다면 본인이 이해를 못 하는 기술은 위에 보고를 안 하는 것이 우리 정부 및 기업의 생리이다. 이 점이 항상 일의 추진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 된다.

헬리콥터에는 많은 원천기술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런데, 원천기술이란 것이 개발 당사자가 아닌 이상은 검토하기가 매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럴 경우에 대비해서 외국 유수의 업체에서 근무했던 고위기술자들을 채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헬리콥터의 원천기술을 현재의 협상업체가 모두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많은 RF, 컴퓨터, 시뮬레이션, 반도체, 핵심부품들을 전문 업체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업체들과도 협의하여 많은 기술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이스라엘의 많은 업체들이 부품 및 부가기술에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업체들 중 상당수는 수익성이 확보된다면 자신들의 원천기술을 제공하려 한다. 특히 R&D위주의 기업은 생산시설이 없는 관계로 원천기술을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는 것을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경우도 많다. 이를 적절히 이용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수도 있다.

이번 KMH 프로젝트는 턴키 솔루션 방식이 아니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모든 프로세스를 물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관리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 경험이 있는 매니저가 필요하다. 이러한 매니저의 외부영입이 필요하다면 이에 대한 고려를 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누가 말 안 해도 사업의 중요성을 알고 책임감을 느낄 것이며 부담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사업이든 위험성은 있는 법.

사업참여 주체 및 그 구성원 모두에게 적절한 책임감을 가지게 함과 동시에 실패에 따른 지나친 처벌에 대한 근심을 없애 주어야 할 것이다. 실패에 따른 지나친 부담은 자칫 과감하게 추진해야 할 상황에서도 나아가지 못 하게 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에 대한 성패의 책임은 정부 상위 책임자, 정치권, 기업의 의사결정권자가 해야 하고 성공 했을 때의 공은 실무진들에게 많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

대형 국방프로젝트는 산업 전반에 파급력이 크다. 이러한 사업은 민간기업이 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므로 정부가 앞장서서 나서야 한다. 헬리콥터 개발 사업이 많은 실익을 가져 올 수 있는 사업은 분명하며 다만 추진 방법과 얼마나 많은 성공을 이루어 내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검토하는 관계회의에 얼마나 많은 전문가가 참여하는지는 모르겠다. 많은 실익이 있을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에 정치적 입김이 작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정부 고위층들의 책임 모면을 위해 사업이 유야무야가 되어서도 안 된다.

비리가 발생할 원인을 없애고 과학적으로 철저히 프로젝트를 진행시켜서 성공시키기만 하면 된다고 본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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