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있어서 외로운 아이들

문화나눔 프로그램으로 시설아이들에게 다가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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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섭(azzura73)등록 2004.09.27 11:49
대한민국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다.각 메스컴마다 양손에 한아름 선물을 들고 고향집을 찾아가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들을 비춰주며 추석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가는 모습들을 쉽게 접할 수가 있다.

문화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 메세나 협회가 주관하는 전국 아동 복지시설 문화 예술 프로그램(문화나눔)은 이런 시기에 우리가 쉽게 지나쳐 소외당하기 쉬운 시설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는 시간이다.

'전국 아동복지시설 대상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지난 7월 말 음악, 미술, 국악, 연극, 무용, 영화 분야 강사를 모집하여 심사를 거쳐 강사 250여 명을 선발한 후 전국 275개 아동복지시설로 각 해당 분야 강사를 파견, 9월부터 현재까지 약 3주의 시간을 보낸 지금 문화나눔의 효과를 조금씩 이끌어 내고 있다.

처음의 많은 우려와는 달리 프로그램이 진행될수록 시설아이들의 반응도 점차적으로 좋아지고 있다.잠깐 스쳐가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익숙해져 있던 아이들은 이번에도 한두번 하고 말겠지 하는 맘으로 처음에는 정조차 주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수업 시간 전에 벌써 한참을 기다렸다가 선생님이 나타나면 반갑게 달려들어 안길 정도로 닫혔던 마음들을 서서히 열고 있다.

선생님에게 안겨 떨어지지 않으려하고 서로 선생님을 차지하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오기도 한다. 선생님이 화장실을 못 찾아갈까봐 고사리같은 손을 꼭 붙잡고는 화장실 있는 곳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주기도 하고 선생님의 책을 자기가 대신 가져다가 주겠다고 하고는 출구까지 나와 인사를 꼬박하기도 한다.

"선생님 이세요?"
"응"
"무슨 선생님인데요?"
한 아이가 출구에서 이것 저것 캐묻는다.
"응. 음악선생님이야."
"그럼 뭐 가르쳐주는데요?"
"피아노도 가르쳐주고 노래도 가르쳐주고…."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옆에 있던 다른 아이가 끼어듭니다.

"저거는 1,2학년 언니들만 하는 거야 바부야~"
"그럼 선생님. 내년에 나두 1학년되면 가르쳐 주는 거죠? 그쵸?"

당연하다는 대답을 하고 발걸음을 떼는 마음 속에 만감이 교차하는 웃음이 만들어진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마다 순간 순간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수업시간이 하도 짧아 이렇게 교육을 해서 과연 어떤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면 여지없이 그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걸 일깨워 주는 건 다름아닌 바로 아이들이다.

시간이 없어 피아노를 손가락번호와 함께 한 두번만 스케일을 알려주고 다음 차례로 넘어가는 정도인데도 다음 시간에 보면 하나도 잊어버리지 않고 멋지게 피아노 스케일을 쳐낸다.

일반 가정 아이들과는 달리 시설 아이들은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교육을 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문화예술은 배부른 사람들만이 하는 것이라는 그릇된 사회인식이 어쩌면 이 아이들을 문화의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가두어 놓고 있는지도 모른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이 아이들을 우리가 문화예술에 대한 공평한 기회제공이라는 측면에서 지도하고 그 역량을 키워낸다면 앞으로 다가오게 될 문화의 시대에 이 아이들은 분명히 큰 역할을 담당해 낼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문화 국가 경쟁력을 키워 나가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 틀림없다.

이제 우리도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안목을 키워나갔으면 좋겠다.아니,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소외받기 쉬운 아이들에게 음악으로, 무용으로, 미술로 다가가 보자. 분명 그곳에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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