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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및 문화 변혁 운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공통된 고민거리가 있었다면 아마 그것은 "어떠한 태도와 방식을 견지하면서 그러한 변혁 운동에 참여할 것인가?"라고 하는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 참여 문제를 개혁주의 입장에서 이미 명쾌하게 정립한 것으로 정평이 난 세계적 석학 리처드 마우(Richard J. Mouw)의 <무례한 기독교>를 접한다면 누구든 막혔던 그 내면의 안목과 시야가 활짝 트여지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특히 '비 일상적인 정중함'(Uncommon Decency)이라는 이 책의 원 제목이 말해 주듯이 마우(Mouw)는 상호 담론의 갈등과 반목이 만연된 이 세상에서 진리가 명백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리스도인들은 다른 사람들을 향해 일반적인 정중함을 뛰어넘는 그리스도 닮은 정중함, 즉 자신을 적대하는 사람까지도 품고 사랑할 수 있는 이해와 친절, 그리고 넘치는 관용의 마음을 반드시 지닐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사실 진리를 강조한 나머지 진리에서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인격을 함부로 폄훼(貶毁) 하거나 반대로 상대주의적인 관용을 강조한 나머지 진리 문제를 쉽게 포기해 버리는 이러한 양극단의 일들이 그 동안 사람들 사이에 많이 있어 왔다.
그런데 그는 이 책 전반(全般)을 통해 '신념 있는 시민 교양'이라는 용어를 강조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강한 신념을 지키는 동시에 친절하고도 온유한 정신을 조화롭게 견지하는 태도를 지닐 것을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히 "아브라함 카이퍼, 테레사 수녀를 만나다"라는 장(章)에서 우리는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데 그것은 승리주의적(勝利主義的) 정신보다 겸허한 섬김의 정신이 우리 삶에 더욱더 요청된다는 것이다.
사실 불세출의 학자요, 화란의 수상이었던 아브라함 카이퍼는 자신의 논지의 초점을 주로 승리하신 그리스도 곧 권능으로 하늘 보좌에 승천하신 왕 되신 그리스도께 맞추고 있는데, 그것은 복음 혁명을 일으키려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영향력 있는 영역을 정복하여 거기에다 깃발을 꽂아야 한다는 이른바 오늘날의 '고지대론(高地帶論)'과 일맥 상통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든 깊이 주의하지 않고 이러한 '고지대론' 속에 파묻혀 있게 되면 정상의 영역을 차지하기 위한 투쟁 일변도의 성향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향이 더욱더 왜곡되어 자아 지향적인 성공주의와 야합하게 되면 그리스도의 영예보다는 자신의 자아를 높이게 되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마땅히 지녀야할 그 본연의 성품, 즉 타인을 향한 사랑과 온유함, 친절과 정중함 등을 상실하는 우(愚)를 범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영광의 자리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비 일상적인 정중함'(Uncommon Decency)을 품고 사람들이 가기를 꺼려하는 낮은 위치, 즉 소외된 미답지(未踏地)를 향해 나아가는 삶이되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상대주의적인 가치관이 팽배한 이 땅 가운데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진리의 담론을 이 땅 가운데 펼치며 살아야 하는 것인지에 관해 배우게 된다.
그것은 세상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사랑의 정중함, 즉 진리 문제에 대해서는 결코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에 대해서는 끝까지 사랑하는 그 넉넉함을 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흔치 않는 이 정중한 삶에로 초대하는 이 책의 요청을 우리들은 깊이 숙고해 보아야 한다. 이 책을 통해 그러한 숭고한 삶의 가치가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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