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친북ㆍ용공분자가 아닙니다”

국보법으로 수배중인 고려대 이현주 전 총 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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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수(kksjpe)등록 2004.10.11 19:35

고려대 서창캠퍼스 김현주 전 총학생회장 ⓒ 김갑수

‘고려대 서창캠퍼스 경영학과 00학번 김현주’, 2003년 총학생회장과 충청총련 의장에 당선되면서부터 경찰로부터 출두요구서가 날라 왔고 뜻밖의 수배생활에 들어가야 했던 그는 수업시간에 맞춰 수업을 들어가야 하는 평범한 여대생의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인터뷰 내내, 그리고 기사를 작성하는 지금도 ‘** 씨, ** 학생, *** 전 총학생회장’등 어떤 호칭으로 부르는 것이 좋을지 고민을 하다가 그냥 ‘현주’로 부르기로 했다.

캠퍼스로 이동 중에 받은 전화에서 현주는 “세시에 수업이 있는데”라며 약간 난처한 듯 보였고, 소위 ‘운동권’에 대한 일반적인 잣대들, 말하자면 수업에는 신경을 안 쓴다거나, 투쟁적이거나 하는 모습을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총학생회 사무실에서 만난 현주의 모습은 아주 일반적이고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단지 약간 창백하고 야위었다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인 그런 모습이었다.

외모만이 아니라 현주의 가정 또한 별 다를 게 없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시는 부모님 밑에서 큰 평범한 가정의 딸이지만, 국가보안법은 그런 현주를 ‘수배대상’으로 낙인찍어 버린 것이다.

현주는 인터뷰 내내 “제가 인터뷰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예전 선배들은 5~6년 이상동안의 수배생활을 견디면서 많은 고통을 겪었지만, 전 이제 2년도 채 안 되거든요”라며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 수배중이라서 어려움이 많을 텐데요?

― 무엇보다, 서울에 계신 부모님과 할아버지 할머니가 걱정 이예요. 집에 경찰이 연락해서 ‘언제 만났나?’, ‘통화는 언제 했나?’ 등을 자주 묻는 등 사생활 침해가 심해요. 혹시 전화가 도청돼지 않을까 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습니다.
가장 마음 아팠던 기억은 저희 할머니의 할아버지가 여순사건으로 피해를 당하셨는데, 손녀가 이런 상황임을 아시고 전화상으로 눈물을 많이 흘리시더군요.
처음에는 부모님께서 저를 자퇴시키려고 했지만, 지금은 ‘졸업은 해야 하지 않겠냐?’라면서 용돈도 주시고 많이 도와주십니다.

▲. 부모님은 언제 만나 뵈었나요?

― 부모님의 고향이 전라도 여수인데, 서울로 올라오는 새벽녘에 학내에서 만났어요. 올 추석은 유난히 연휴가 길어서 밥 시켜먹을 곳도 없고, 학교에 학생들도 텅 비어있어서 막막했던 때였죠.

▲. 건강상태가 많이 안 좋은 것으로 아는데 좀 어떤가요?

― 과도한 스트레스가 많아서 인지 밤을 세는 날은 쓰러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작년에는 한주에도 몇 번씩 쓰러졌는데, 요즘은 그나마 다행히 일주일에 한번씩 정도입니다. 수배로 인해 병원도 갈 수 없는 상황인지라 어려움이 많습니다.

▲. 한총련이 이적단체로 규정된 상황에서 간부가 되면 자동적으로 수배자가 될 것을 예상 했을 텐데, 후회는 없나요?

― 대학생활을 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것은 선ㆍ후배들과의 만남이었어요. 제가 총학생회장을 맡은 이유는 이렇게 즐거운 학생회를 더욱 대중적으로 만들기 위해서였죠. 수배를 당했다고 해서 후회해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내년이면 졸업인데 졸업해서도 수배가 풀리지 않는다면 그때도 학내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얘긴데, 지금은 학생신분이라 괜찮지만, 졸업 후엔 후배들이 저를 어떻게 볼지 걱정입니다.

▲. 국가보안법 폐지를 결사반대하는 여론도 많습니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6ㆍ15 공동선언 발표 이후, 통일을 향한 열기가 높아지고 있는데 국가보안법은 적용대상이 불분명할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가로 막는 가장 큰 악법입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북한 주민과 어린이들의 인권을 걱정하고 있는 것 같은데,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는 우리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왜 말 못하는지 의문입니다.

▲. 총학생회에서 국가보안법철폐를 위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학생들의 생각은 좀 어떤가요?

― 국가보안법 폐지 주간을 정해서 청원운동을 벌일 예정입니다.
물론, 경제위기에 따른 취업난으로 인해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이 적을 순 있겠지만, 예전에 비하면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폐지에 대한 여론도 70%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학생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겠죠.

▲. 마지막으로 국가보안법이 폐지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우선, 한총련 수배자들을 친북ㆍ용공세력으로 알고 있는데 그건 오해입니다. 그 동안 보수ㆍ우익세력은 북한을 침략자로만 생각했지만, 어쨌든 우리는 한 민족, 한 핏줄이지 않습니까? 그 동안 일부 세력들에 의해서 우리의 눈이 가려지고 그 안에서 모든 것이 이뤄졌지만, 이젠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보안법과 같은 악법은 반드시 사라져야 합니다.



김갑수 기자 kksjpe@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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