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이 정권을 떠나는 이유

철학없는 개혁은 허구이고, 인물없는 개혁은 실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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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성(oskwon)등록 2004.10.13 16:41
요즘 신문기사를 보면 우울하다. 국방도, 경제도, 민심도 그 어느 것 하나 국민들을 안심시키지 못한다. 물론 정권나름의 개혁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실시된 것은 아니다. 언제 이루어질지도 모를 행정수도이전, 경제는 괜찮다는데 민심은 왜 아우성인가.

원인을 진단하고 나름의 처방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우선, 정치전문학자인 나도 노정권의 정치철학이 확연하게 들어오지 않는다. 적어도 노무현을 지지하여 대통령에 당선시킨 사람들의 폐부에 다가온 실익은 무엇이 있었는가. 내수경제와 일자리창출에 성공한 것도 아니다. 얼마 전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정원리며 철학에 대해 비평을 해보았지만 바뀐 것은 없었다. 정책의 위계와 실현방법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정권측의 항변이 없을 리 없지마는 그것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역사상 실패한 정권은 대부분 똑같은 한 가지 이유를 갖는다. 정책에 관심 갖는 것보다 권력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국민이 그토록 바라던 개혁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비전문 386들이 대통령을 포위해버렸고, 국민들이 대통령을 뽑아주었건만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권세의 확장을 꾀하면서 시선을 다른 곳에 두었다. 민주당에서의 탈당과 열린우리당 창당을 흡족해하지 않으면서도 무엇인가 국민이 기다리는 것을 하기 위한가보다 하고 지지를 해주었다. 하지만 총선이 끝나고, 민생경제 운운의 용어도 사라져버렸다.

집권당내의 권력다툼으로 시간을 보내고, 이제 국정감사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전쟁시 비축포탄도 태부족이고, 전국민의 50%이상이 제집이 없다. 대학을 나와도 갈 곳이 없고, 삶의 질마저 떨어지고 있다. 교육은 항상 제자리걸음이고, 각종 세금은 오르기만 하는데, 어찌 불만이 없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국민은 그저 한숨만 쉬고 있는 것이다.

원인을 보자. 전문가인 내가 노 정권의 정치철학을 잘 모르겠다고 하는 것은 분명치 않기 때문이거나 어설프기 때문이다. 정치철학이 분명하면 하부체계도 그에 맞게 자리를 잡게 되어 있다. 정치철학이 분명치 못하거나 필요이상으로 잔가지들이 많기 때문에 정책체계도 혼선을 빚는 것이다. 이 정권을 위원회공화국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다. 비판적으로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는 정책설계가 잘못되었음을 의미한다. 즉, 효율성을 제고하지 못한 채, 말만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정책집행을 위한 노정에 얼마큼의 전문가들이 실제적으로 일하고 있는가. 틀은 그대로 두고 말만한다고 정책이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자신들은 기득권으로 있으면서 정치개혁을 한다고 하니 어떻게 정치개혁이 되겠는가.

참여정부라 주장하지만, 과연 얼마큼의 인사가 참여하였는가. 1만 명에 이르는 박사급 지식노동자가 취업하였는가? 여전히 강사보따리 들고 다닌다. 대학 졸업한 젊은이들의 취업은 더 좋아졌는가? 그렇지 못하다. 삶의 질이 나아진 것도 아니다. 그러면 무얼 했다는 것인가. 이는 현상의 해석과 그에 따른 제도개선의 방향이 엉뚱한 곳에 있었다는 것이다. 이 점 정책실세들은 책임져야 한다.

권력에 집착하고 권세를 누리려는 행태는 자신보다 남이 더 먼저 파악하는 법이다. 국민이 그걸 알았는데, 누굴 위해 현정권을 지지하겠는가. 정말 개혁을 원하고 그것이 성공하길 바란다면, 이 보다 더 좋은 기회를 갖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아주 간단하게 몇 가지만 고치면 될 일이다.

우선, 이 나라 정치제도는 민주적이라기에는 수준이 낮다. 그렇다면 정상적인 정치제도를 만들면 된다. 사이비 대통령제를 오리지널 대통령제로 바꾸면 될 일이고, 단원제국회를 양원제로 바꾸면 다 해결된다. 선거풍토가 문제라면 선거관리위원회를 실질적으로 독립시키고 산하에 민주시민교육원을 만들어 대국민교육하면 된다. 경제회생 시키려면 세법 엄히 하고 어차피 진행해야할 보건복지, 사회분야에 좀더 일찍 생산성과 사회효율성을 제고하는 형태로 취업구도를 넓히면 된다. 교육문제는 대학 때문에 생기는 일이므로, 대학을 구조조정하고 수능만으로 입학하고, 능력으로 졸업시키는 제도를 하면 된다.

행정수도이전? 초기에 말한 대로 7조원으로 할 수 있는 곳을 찾으면 되는 일이다. 지방을 균등발전 시킨다면서 신행정수도를 건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도시를 굳이 만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반대의 명분도 사라지고 이전도 용이하게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럼 이런 제도를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간단하게 집권층, 정치층의 생각이 짧아서 그렇다. 더 진솔하게 말하면 무지의 소치가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대한민국에는 건국절도 없고, 전문공무원제도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니 어떻게 정치철학이 바로 서겠으며, 행정이 전문적으로 이루어지겠는가. 행정이 관리를 중점으로 하니, 발전행정이 어떻게 이루어지겠으며, 교육이 성적중심으로 진행되니, 그런 교육환경 하에서 어떻게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리더십이 나오겠는가.

사실, 노무현씨가 대통령이 될 때, 국민이 바라는 것이 바로 이것이었을 것이다. 개헌과 제도변혁을 위해 국민투표를 했더라면 국민대다수는 환영하고 반겼을 것이다. 민간에 흩어져 있는 많은 전문가들을 정부로, 학계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을 넓혔더라면, 이 나라의 경쟁력과 세계화는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을 것이다. 국민이 바란 노무현은 그런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정권은 스스로를 두려워하며 움츠렸고, 시기를 잃은 대가를 지난 2년간 치르면서 국민을 짜증나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대통령이 진보도 아닌 것이 보수도 아닌 것이 양쪽으로 욕만 먹는다고 표현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통령의 노선이 틀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방향은 옳으나 방법이 어설프다면 그것은 책사와 참모의 자질부족이다. 자질이 부족한 책사와 참모를 정에 이끌려 내버려두면, 그들은 권세와 권력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고, 그럴 경우에 개혁은 정말 물 건너가고, 국민들에게 돌팔매를 맞을 일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노대통령은 역사의 격동기에 대통령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만큼 국민의 기대도 크고, 바라는 것도 많다.

조선시대 거유가 한 말이 생각난다. "마음이 어리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마음을 차분히 하고 새 인물을 찾아 제대로 된 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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