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동산 용인 노린다

용인땅 투기장으로 변질…지역부동산중개업까지 피해

검토 완료

전자영(knhakbo)등록 2004.10.29 14:07
일명 기획부동산이 최근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용인지역에도 손길을 뻗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용인에 침투한 기획부동산의 경우 주로 임야를 헐값에 사들인 뒤, 이를 100~400평 단위로 잘게 쪼개 소액 투자자들에게 공동지분 형식으로 비싸게 팔아 넘겨 차익을 챙기는 수법을 사용,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이들 기획부동산은 확정되지 않은 각종 개발 계획을 부풀려 쓸모없는 땅을 시세보다 8~10배 이상 비싸게 팔고 있으며 특히 용인시신행정타운이 들어설 예정인 역북동 등 동부권 임야가 기획부동산 의 집중표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토지를 쪼개 사는 경우 공장 및 산업시설 등 공동사업이나 도로와 공원 등 공공용지 확보가 매우 어려워 소액투자자들에게 적지 않은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 강남에 소재한 H산업은 올해 3월 초 용인시 역북동 일대 임야 1만5000여 평을 사들여 10월12일 현재까지 120여 명에게 땅을 나눠 팔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역북동 산96-2번지 경우 5만83㎡ 규모인 산을 331㎡ ~1322㎡ 씩 땅을 나눠 파는 바람에 한 필지 땅주인이 무려 120여 명. 이중 용인시에 주소지를 둔 투자자는 10명에 달했다.
또한 원삼면 죽능리 산27-1번지 경우 등기부등본에 오른 땅주인이 무려 250여 명을 초과하는 것으로 확인돼 기획부동산이 판매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외에도 U업체가 판매하고 있는 모현면 초부리 94-1의 경우도 현재 등기부에 오른 땅 주인이 6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투자자는 “행정타운이 들어서고 경전철이 들어오면 2~3년 안에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라는 업체 관계자 설명을 듣고 평당 80만원에 샀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이 지역 땅값 시세는 평당 1만원에서 10만원 정도며 용인에서 개발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토지진입도로(폭8m), 경사도(17.5도) 등의 제한이 따르기 때문에 사실상 개발이 어렵다는 것.
토목설계시공 관계자 김모씨는 “역북동을 살펴보면 경사도만 볼 때 허가 받을 수 있는 가용 면적이 3900평 정도지만 도로 상황으로 볼 때 개발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설명하면서 “이 지역은 최고 경사도가 27도며 진입도로를 개설한다 해도 공유자들의 동의는 물론 인근지역 땅까지 매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획부동산이 쪼개 파는 땅의 가장 큰 문제는 공동소유로 돼 있기 때문에 재산권 행사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빚까지 얻어 투자이익을 노린 단기투자자들이 자칫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부분이다. 또한 이러한 ‘기획부동산’은 지역 부동산 시장마저 어지럽혀 용인의 대외적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부동산업자들의 생계까지 위협하고 있는 악순환의 고리다.
남동에 위치한 K부동산 관계자는 “(기획부동산)을 통해 땅을 산 사람들이 사무실에 찾아와 따지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이들이 거짓말로 땅을 팔았어도 증거자료가 없기 때문에 사기죄 성립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기획부동산이 도시근교 자연녹지나 대도로에서 보이는 땅을 골라 판매한다며 무차별적인 텔레마케팅을 통한 투자나 업체 관련자와 친분을 이용한 토지거래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기획부동산 땅 매입자에 들어본 실태-
“거액 비밀서류 1년내 5배 뛴다”

전자영 기자 jjy@yongin21.co.kr



역북동 산96-2번지 땅을 구입한 K지역 김수철(43·가명)씨와 어렵게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그는 “좋은 땅이 나왔다”는 측근 말을 듣고 용인 역삼동 인근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받은 후 현장을 한 번 둘러본 다음 지난 4월 초 계약했다고 말했다.
그와 통화 내역을 담아 보았다.
“동네 친한 (H산업에 다니는)형이 용인시청 타운 앞 전망 좋은데 땅이 나왔다고 사라고 해서 샀죠.”
김씨가 땅을 구입하게 된 계기다. 그는 고향에서 잘 아는 사이라 땅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김씨는 “(용인지리를 잘 모르지만 )역삼동이라고 하던데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빌딩 7층(지하 4층) 사무실로 올라가서 J이사가 브리핑을 했다”고 기억을 떠올리면서 “용인시 지도를 크게 붙여 놓고 브리핑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H산업 관계자가 ‘시청에 5000만원 들여 비밀서류를 빼내왔다’고 말하면서 남자 직원이 위치를 보여주고 아파트 예정지라며 경전철 지나가는 것에 대해 얘기 해주고 지도에 학교부지 3곳까지 표시해 보여주면서 인구증가율도 자세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류를 보여 달라는 김씨 요구에 H산업 관계자는 비밀서류라며 팜플릿(문서)은 안보여 주고 계약서만 주었다고 한다. 또한 회사전화가 찍혀도 발신이 안 되는 번호였으며 개인 휴대폰으로만 연결됐다고 덧붙였다.
김씨에 따르면 “H관계자는 1년만 갖고 있으면 5배 뛴다고 말하면서 조만간 3배 뛰니까 계약서를 쓰자고 했다”고 한다.
의구심에 그는 용인시청에 개발계획을 알아본다고 하니까 “H관계자는 극비리에 빼내온거라며 2년 후에나 지도상에 오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기획부동산 의혹에 대해 김씨에게 묻자 “아는 사람 통해 산 건데…”라며 말 끝을 흐리면서 “귀가 혹해서 샀죠 뭐.”라고 짧게 대답했다.
그러나 이 지역에 이곳 땅을 구입한 사람은 5명 정도. 김씨에 따르면 대부분 장사하는 사람이거나 수년간 돈을 모으고 빌려서 땅을 샀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H산업 관계자가 추석 직후 그 땅이 몇 배 올랐으니 걱정 말라고 하며 또 다른데 땅 좋은 거 있으니까 사람들 소개 좀 해달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브리핑 때 몇 배나 오른다고 안심시키며 시골 땅 사놓는 것 보다 낫다며 김씨 등을 현혹한 H관계자는 지분으로 갖고 있으라는 얘기까지 했으며 김씨는 평당 10만원도 안되는 땅을 평당 80만원씩 100평(331㎡)구입했다. 총 8000만원을 들여 샀다고 김씨는 밝혔다.
급기야 H직원은 2~3년 후에 아파트 개발된다고 공동소유자 70% 동의를 얻어 합의하면 팔아준다는 말까지 했다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와의 통화 이후, 13일 저녁 그에게 브리핑을 한 J이사 측근에게 전화를 시도했다.
J이사 측근은 “그걸 왜 물으시냐?”면서 H관계자를 다시 연결해 주겠다고 말했다. 잠시 후 한 남자는 기자에게 “어머니가 그 땅을 사서 전화했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등 질문만 한 후 전화를 끊었다. 이후 다시 J이사 측근에게 두 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관계자를 연결해주겠다며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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