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사 문화축제

다하지 못한 이야기

검토 완료

나의승(foreplay)등록 2004.10.29 19:17

운주사 경내 탑군 ⓒ 나의승

10월 29일부터 31일까지 화순 운주사에서는 문화 축제가 열린다.

아득히 먼 옛 이야기가 그렇듯이, 운주사가 ‘배’라면, 9층의 석탑들은 돛이다. 이야기가 맹신 혹은 미신에서 비롯된다 할지라도 거기에는 배를 움직일 만 한 바람이 분다. 해마다 이맘때면, 운주사에는 사람들이 운집하고, 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바람은 민중의 바람이며, 열망이다. 화개(花開)의 바람이다. 가상현실을 다룬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민중의 소원에서 비롯된 순풍은 누워있는 부처(臥佛)를 일어나게 할 것이다.

시간을 재촉하는 계절이 발걸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10월이다. 바람이 바뀌고 산이 색(色)을 갈아입는다. 10월, 언제든 그랬듯이 전라남도 화순 운주사에서는 문화축제가 열린다.

ⓒ 나의승

절,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못한 돌부처들이 눈이 닿는 그 어디에나, 홀로 또는 무리지어 서 있거나, 산을 기대고 서있다. 로마시대, 화산폭발로 매몰되었던, 이태리의 옛 유적지에서 발굴된 머리, 팔, 다리 없는 토르소(Torso)들처럼, 난파선의 모습으로 기억되었던 그 배, 절 안에서 그들은 맨땅위에 나뒹굴었거나, 흙속에 파묻혀 있었다.

그런 모습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젖은 가슴과 젖은 눈으로 그 땅을 회상할 것이다. 난파선의 유산(Heritage)은 어떻게 해서 이렇게 남겨져 왔는가. 몸뚱아리만 남은 기형의 ‘토르소’, 그러나 거기서 새로운 미학을 찾아낸다.

넘어지고 깨지고 닳은 ‘천불 천탑’의 아픔과 시련의 역풍을 말해주는 옛 이야기 속에서, 우리 시대의 미학은 할 말을 찾을 수 있다. 역풍에 쓰러졌거나, 혹은 뜻밖의 숨은바위에 좌초 되었거나 했을 그 배에, 아직 남아있는 돌부처들의 미소는 부드럽다. ‘한국의 미소’다. 그들을 바라보며, 집착과 버림의 미학, 건축과 파괴의 반복, 그것을 생각하도록, 역사는 그렇게 이어져 왔는지도 모른다.

이스트섬의 석상을 닮은 석불 ⓒ 나의승

그리고 이제 그들은 ‘이스트’섬의 석상들처럼 모든 시대의 사람들에게서 쌓여온 소망을 담고 서 있다. 사람들은 부서졌던 배를 조금씩 조금씩 고치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 다하지 않았다(無盡). 씨앗을 키우는 거름에는 다함이 없고,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와도 같은, 구원의 배가 큰 바다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민중의 열망도 다함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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