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의 그 근저(根底)를 진단하다

신국원의『포스트모더니즘』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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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돈(foje)등록 2004.11.08 16:43
1981년 10월 프랑스의 "르몽드"지가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의 첫마디를 흉내내어 "지금 유럽에 포스트모더니즘이 출몰했다"라고 보도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 포스트모더니즘은 바야흐로 전세계적으로 시대의 사조로서 강력하게 자리 매김을 하고 있다. 즉 처음에는 주로 건축과 문화 등 한정된 예술 분야와 철학 등에서 주로 논의되던 포스트모더니즘이 지금은 문화 전체의 성격을 규정하는 시대의 지시어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본서는 이러한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하여 그 문화사적 뿌리는 무엇이며, 오늘날 전개되고 있는 제 양상들은 어떤 것인지 명쾌하게 정리해 주면서 이러한 시대적 사조 속에서 우리가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인지에 관한 그 구체적인 프락시스(praxis)의 방향까지도 제시해 주고 있다. 즉 본서는 혼돈의 포스트모던 시대를 어지럽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을 향해 등대의 빛과 같은 안내서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토인비가 그의 책『역사의 연구』에서 "문명은 그 말기에 일종의 자포자기 현상을 보이며 창조력을 잃고 도피주의와 방황에 빠지게 됨으로써 무엇이고 무분별하게 용인해 버리는 혼합주의와 무비판적 관용에 젖어든다" 라고 언급하였는데, 바로 우리 시대가 지금 그러한 말기적인 혼합주의 문화 속에 매몰되어가고 있으며 그러한 문화적 중심에 상대주의적인 편린화를 강조하면서 객관적인 진리를 부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는 기존의 중심과 가치들이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으며 그로 인한 불안과 파편화 현상이 극대화되고 있다고 하겠다.

결국 저자는 포스트모더니즘의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이 독단적 다원주의의 성격을 지닌 것이며 그렇게 통일성을 무시하거나 고려하지 않는 이데올로기적 다원주의는 결국 역기능적인 결과만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왜냐하면 절대적 진리의 존재가 부정될 때 남는 것은 '의견' 뿐이며 한 사회나 문화를 지배하는 거대 담론이 사라지면 상대주의가 활개치게 되고 완전히 규제가 풀린 세계가 되기 때문인 것이다. 그리하여 거기에는 윤리성이나 도덕성이 들어설 여지가 전혀 없게 되는 것이다.

사실 윤리적인 표준 의식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는 현재의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인해 바야흐로 선과 악의 경계선은 무너지고 모호해져만 가고 있다. 예컨대 이전만 해도 "자신의 욕망을 위해 조강지처를 버리는 일은 옳지 않은 일이다"라는 명제가 모두에게 통일성 있게 받아들였지만 현재는 "그것이 왜 악인가?" 라고 반문하는 상대주의적 사고가 지지를 얻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잘못된 획일주의와 절대주의의 붕괴는 환영할 만하고 건전한 의미에서 상대방의 다양성과 상대성을 존중해 주는 풍토는 권장할 만한 것이지만, 극단적으로 사회가 상대주의와 무정부 상태로 치닫게 되면 결국 허무주의적인 디스토피아가 이루어지게 되고 윤리적 공동체성(共同體性)은 급격히 와해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객관성을 명목으로 억압적이거나 지배적으로 흐를 수 있는 획일주의, 즉 전체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인격적이며 개성을 존중하는 문화 자체를 말살시키는 통일성 주의를 지양하는 동시에 선한 윤리성과 기준을 무시한 채 오히려 타인을 소외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극단적인 상대주의적 포스트모더니즘 역시 거부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양극단 대신에 통일성과 다양성이 조화되는 균형의 삶이 우리 가운데 추구되어야 하는 것이다.

본서는 바로 그러한 조화로운 균형의 삶에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아무쪼록 포스트모더니즘의 그 병리적 근저가 진단되고 치유되며 그로 인해 이 시대가 더 한층 아름답게 변혁될 수 있게 되는데 본서가 소중하게 사용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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