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것의 넉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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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수(ghomsol)등록 2004.11.08 21:45

살짝꿍 한마디 ⓒ 김요수


작지만 크게 느껴지는 것들이 많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을 살짝꿍 한마디씩 하는

네 살배기 동인이의 똑부러진 말은 마음을 흐뭇하게 합니다.

빨간 흙 위에 푸릇푸릇한 두 잎 덩그마니 올려진 새싹은

삶을 환하게 합니다.

돌담 가운데 민들레 ⓒ 김요수


걷다가 돌담 가운데에 쭈빗 얼굴 내민 민들레는 게으름을 다그칩니다.

가뭄 끝에 주룩주룩 내리는 빗줄기는 하루를 넉넉하게 만듭니다.

살아가는 데 쪼들리지 않고 어느 정도 사는 재미가 쏠쏠하면

그것이 바로 넉넉함입니다.

김밥 1000원 ⓒ 김요수


늦게 일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김밥 한 줄에 1000원’ 짜리를 살 수 있으면 넉넉합니다.

저축은 못 해도 집세와 전기요금 내고

몇 만원 손에 쥐고 삼겹살을 사 먹을 수 있으면 넉넉합니다.

귀한줄 모른 채 ⓒ 김요수


꽃밭에 풀 뽑다가 저 멀리 찐빵차 우두커니 보고 있는데

아는 이가 그 옆에서 지갑을 꺼내 한 개 건네 주면 그걸로 넉넉합니다.

갓 입학한 동빈이 일기장에서

‘오늘은 즐거웠다’는 대목을 읽습니다.

제 일기장도 그러기를 바랍니다.

조금씩 버리면서 ⓒ 김요수


그러기 위해 가지고 있는 것을 조금씩 버리며 삽니다.

미련 없이 버립니다.

가지고 있는 생각도 버립니다.

그러면 작아집니다.

작아지면 넉넉해집니다.

가진 것을 버리면서 넉넉함을 얻습니다.

삶을 제자리에 ⓒ 김요수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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