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치료와 드라마 "두번째 프러포즈"

T.V, 건강한 이야기를 전하는 매체되기를..

검토 완료

박상돈(foje)등록 2004.11.10 10:55
최근 상담 치료 분야에 있어서 이야기 치료(Narrative Therapy)가 많은 각광을 받고 있다. 이야기 치료는 내담자의 문제를 '이야기'라는 통로를 통해 해결 받게 하는 것으로서 인간의 정체성이 본질적으로 이야기를 통해 형성되어 간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사실 사람은 근본적으로 이야기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이며 인간의 삶에는 언제나 이야기가 있어 왔다. 그리하여 이야기는 인간의 내면과 삶을 형성시키는 결정적인 통로 역할을 하여 왔던 것이다.

예컨대 사람이 건강한 이야기를 많이 접하게 되면 그의 내면 역시 아름답게 이루어져 가게 되며 이야기 속에서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어떤 인물로서 자기 자신을 볼 때 그 삶을 변화시키고 성장시켜 나갈 수 있는 어떤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야기는 인간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인간을 만들어 가는 힘이며 건강한 이야기를 통해 사람은 강력한 마음의 위로와 치료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시대에 가장 막강한 이야기꾼이 있다. 바로 T.V이다. 그러나 주지되다시피 불행하게도 우리 시대의 T.V는 많은 경우에 그 지나친 오락성으로 인해 건강한 이야기 매체로서의 순기능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떤 사람들은 "T.V가 권태를 덜어줄 수 있으면 그만 아니냐?"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텔레비전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대게 이러한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인간 삶의 치료와 결정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에 가장 강력한 우리 시대의 이야기 매체인 T.V와 그 문화를 아름답게 변혁시키는 일은 너무나도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근래 시청률 40%에 육박하면서 T.V 드라마로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두번째 프러포즈"가 여타 드라마들과는 달리 비교적 건강한 이야기로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것이라고 하겠다.

물론 "두번째 프러포즈"가 여주인공의 성공을 지나치게 환타지(fantasy) 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그에 따라 이혼 후 삶의 문제를 시청자들로 하여금 평이하게 생각하게끔 할 수 있는 개연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래도 문학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좌절과 재생(Breakdown and Rebirth)의 원형(archetype)'을 잘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즉 주인공이 절망이나 불리함을 견디어 내고 아름다운 성공을 거두게 된다는 그 삶의 줄거리가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전달됨으로써 현재 드라마 "두번째 프러포즈"는 비교적 치료적인 순기능으로서의 좋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상기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혼 후의 성공을 판타지 적으로 다룸으로써 시청자들로 하여금 이혼과 그 이후 삶의 문제에 대해 가볍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맹점들은 앞으로 드라마 상에서 보다 심도 깊게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쪼록 사람은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삶을 형성해 간다는 사실을 직시하면서 탁월한 이야기꾼인 T.V가 건강한 모습으로 변모될 수 있기를 바라며,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좋은 프로그램과 콘텐츠들이 많이 양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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