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향하여 내가 간다!

수능 5일 앞둔 모정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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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하현(hhpaik)등록 2004.11.12 17:34
수업 시작 종이 울려 교실로 향했다. 교실의 벽면에 '수능 D-데이 5일'이라 적힌 수능달력이 걸려 있어서 그런지 교실은 한층 더 긴장감이 감돌았다. 수업에 앞서 칠판에다가 '비법 공개- 수능 5점 올리기'라고 판서를 했더니 학생들의 시선은 집중되어 그 열기를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5점 올리기'란 것을 발견하고는 실망감을 갖는 아이들도 더러 있었다.

"여러분들 각자가 목표로 설정하고 지망하고자 하는 대학의 지원 학과의 경우, 그 지원자들은 거의 비슷한 점수 또래의 학생들이기에 5점이란 합·불을 결정짓는 의미를 지닙니다. 그리고 '예비 합격의 후보'라는 기나긴 세월의 아픔을 겪지 않아도 되는 의미를 지니는 것입니다."

평소 아이들을 지극히 사랑하는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이 안쓰럽게만 여겨졌던지 관심을 지속시키기 위해 설득조의 변설을 펼쳤다. 아이들도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의 골짜기를 따라서 넘어가고만 있었다.

이에 고무된 선생님은 '수능 5점을 더 득점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차분해져야만 한다는 것과 둘째로 포기하지 말아야 된다는 것 그리고 '겐또'를 쳐야만 할 경우에는 한번 더 생각하는 여유로움을 지녀야 한다는 것'을 판서하며 아이들을 이해시키려 노력했다.

그런데 아이들의 반응은 무척이나 냉담하기 그지없었다. 이런 강화는 평상시에도 들어왔기에 새로움이 담겨져 있지 않았고, 계산에는 기가 차게도 밝은 세태에 물든 탓인지 그러한 지침이 실제로 별 효용이 없게만 여겨졌기 때문이다. 비가 곧 쏟아질 것만 같은 엄친한 가을 날씨처럼 아이들은 시선을 돌려서는 주섬주섬 책을 펼치고만 있었다.

하지만 평소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자신에 대한 애살이 드세기로 소문난 선생님께서 여기서 멈출 리 없었다.

"수능 5점을 올리는 비법의 핵을 공개합니다. 그 비법의 핵은 곧 자신감을 갖는 것입니다."
외치듯한 선생님의 격앙된 어조 때문이었던지 아이들은 놀라서는 화난듯한 표정으로 선생님을 노려보고 있었다. 좋은 뜻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여 진지하면서도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갑자기 험악한 분위기로 급변했음을 모두가 감지할 정도였다. 하지만 노련미 돋보이는 선생님께서는 평소 즐겨 구사하는 수법인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기'로 이 위기를 반전시키고 있었다.

"본교 3학년인 돌돌이의 경우 최근 아주 커다란 어려움을 경험했습니다. 8년 여 앓아오시던 부친께서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수능을 10일 앞두고 있어서 누구보다도 더 커다란 아픔을 경험하게 된 셈입니다. 안 그래도 오랜 우환으로 고통을 경험해야만 했던 그 어머니의 슬픔과 서러움은 아마도 필설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겁니다."

'수능과 죽음'이란 동료의 아픔이 마치 자신의 경험인 양 아이들은 사건처럼이나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에 힘입은 선생님의 이야기는 길게만 길게만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저녁 늦은 시간 성당에서의 일이었습니다. 조락의 가을을 묵상하고자 성당 마당을 찾았더니 성전에 불이 화안히 밝아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올해도 예년과 같이 '수능 응시생을 위한 기도회'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분들 가운데서 아직 상복을 입고 계신 돌돌이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니! 아직 상중일 터인데 어찌……?' 의아한 표정으로 더욱 유심히 바라보았지만, 한 평생 사랑의 헌신이란 한 길을 걸어오신 할매 수녀님 옆에서 기도하고 있는 이는 분명 돌돌이 어머니였습니다. 그 순간 성전 중앙의 십자 고상의 예수님은 피눈물을 흘리고만 있었습니다. 예수의 사랑 실천을 위한 인신공희의 아픔이란 피눈물이 돌돌이 어머니의 자식 사랑으로 구현된 것으로만 여겨졌습니다."

신비의 경험을 공감이나 하듯 아이들은 더욱 흥미롭게 듣고 있었다.

"여러분의 어머니는 호사스런 백화점을 들락거리지도 않습니다. 메이커를 따져야만 하는 야단스런 옷도 입지 않습니다. 보리밥풀 콩나물 대가리 씹으면서 음식의 맛을 즐기지도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고스톱이나 춤바람은 더더욱이나 즐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직 하나! 가장 기껍게만 여기는 것은 여러분이 의미와 가치를 찾아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렇게도 자연스런 여러분의 어머니들이시기에 여러분이란 생명의 모태로서 여러분을 위해 일상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찌 삶의 자신감을 내던져버릴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의 어머님 그 사랑이 여러분의 힘입니다. 자신감을 지니십시오, 여러분! 이상 '수능 5점 올리기의 비법' 공개 끝!"

이야기를 끝낸 선생님께서 책을 펼치려는 순간, 갑자기 아이들의 자신감의 표현인 양 박수소리 길게 이어졌다. 비가 올 것만 같던 날씨는 아이들의 마음처럼이나 화안히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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