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미워, 말도 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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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수(ghomsol)등록 2004.11.15 17:56

늦은 밤의 여유 ⓒ 김요수


얼마 전에 말입니다.

아주 밤늦게 아이들 재워놓고

둘이 나가서 맥주를 한잔하고 들어온 적이 있습니다.

동인이 돌보는 동빈이 ⓒ 김요수


나간 시간이 두시쯤. 들어온 시간이 새벽 세시쯤 되었을 겁니다.

문을 열고 살금살금 들어오는데.

아, 글쎄, 동빈이와 동인이가 거실에 떡 버티고 앉아있는 겁니다.

동빈이는 동인이에게 책도 읽어주고 그림도 그려주며

같이 놀고 있었습니다.

화가 난 동빈이 ⓒ 김요수


우리를 본 동인이는 얼른 달려와 안기는데

동빈이는 아무말없이 한참동안

제 얼굴을 들여다 보기만 하는 겁니다.

우리는 너무나 당황했습니다.

둘이 곤하게 잠든 걸 확인하고 나갔으니까요.

그리고 여섯 살 배기 동빈이에게 너무 고마웠습니다.

저도 불안하고 무서웠을텐데

두 살배기 어린 동생 울리지 않을려고

열심히 애쓰는 모습에 눈물이 핑 돌고 가슴이 찡해 왔습니다.

서러운 동빈이 ⓒ 김요수


‘짠한 내새끼’

저는 너무 대견한 동빈이를 안아주려고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동빈이는 엄마 손을 뿌리치고 획 들어가 버렸습니다.

아무 소리도 없길래 조금있다 들어가 보니

동빈이가 베개에 얼굴을 묻고

울음소리를 죽여가며 꺽꺽 울고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용서를 구하며 ⓒ 김요수


그러면서 저한테 그러는 겁니다.

‘엄마 미워, 말도 안하고, 엄마 미워 말도 안하고....’

자다 일어나보니 캄캄한 밤인데,

동생은 일어나서 보채고,기다리는 엄마는 안오고.

그런데도 동생 생각해서 참고 있다가

우리가 들어오니까 참았던 울음이 쏟아져 나왔던 겁니다.

정말 의자라도 들고 벌서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동빈이가 더 이상 아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린 그날 밤새 반성했습니다.

엄마 미워, 말도 안하고 ⓒ 김요수


* 이 글은 그날을 반성하며 각시가 쓴 글입니다.

* 그동안 일기를 쓰다가 나누어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엽서를 썼습니다. 엽서를 썼던 것 가운데 함께 읽었으면 하는 것은 소식지를 만들었습니다. 소식지에 나왔던 것들에다가 롱이 그림을 그려주어서 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부끄럽고 볼품 없는 이야기입니다. 책 제목은 ' 딱 좋아 딱 좋아 ' 입니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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