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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난 후 인터넷 단편 <다찌마와 리>(2000)와 장편 <피도 눈물도 없이>(2002),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 두 편을 찍었고 지금은 <주먹이 운다>(2005 예정)를 촬영 중인 재기 넘치는 재능을 가진 감독 류승완.
그를 처음 알게 된 때는 2000년 부산 국제영화제때다. 게릴라 방식의 제작이나 다른 영화에서 쓰다 만 자투리 필름으로 찍었다는 얘기에 생경하면서도 감독의 그런 도적의식에 주목을 하게 되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느낀 건 우선 촌스럽다는 거다. 처음 이야기인 패싸움이 98년도에 찍었으니 당연한 얘기일 테지만 결코 어설프다고 치부할 수는 없었다. 그런 서툼 속에 감독의 가능성과 재능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인 영화의 제목과 같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제일 나중에 찍었고 제일 긴 러닝타임이라 드라마적 구성이 잘 되어있고 흑백 촬영되어 멋스럽고 음악까지 잘 어우러져 가장 완성도가 높았다.
<피도 눈물도 없이>는 아직 감상하진 않았지만 <아라한 장풍대작전>은 도시무협 판타지라는 개인적인 장르의 선호도와 호감에 대해서 높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개봉직후 달려가 유쾌 상쾌 통쾌한 액션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냉정하게 말하면 영화는 그리 매끈하게 나오지는 않았다. 그것은 류승완 감독의 연출스타일이 잘 정제된 연출보다는 다소 거친 스타일의 연출이 특색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든 받지 않았든 그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그의 영화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가 아닐까? 감독 자신의 말대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나 <피도 눈물도 없이>는 자신이 봤던 영화들에서 컷을 따왔다면 <아라한 장풍대작전>에서는 자신이 보고 싶은,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장면들을 원 없이 찍은 것처럼 말이다.
혹자는 <아라한 장풍대작전>에서 결말이 너무 길어서 문제가 있지 않느냐 하는데 그 조차도 류승범 감독이 하고 싶어서 고집했던 장면이었다.
리얼리즘적 액션영화로 주목을 받긴 했어도 판타지적 장르에서도 그의 재능은 쉼 없이 내뿜어 진다. 현재 한국 영화시장이 숫적으로 부풀려져서 그렇지 <아라한 장풍대작전>의 흥행기록은 기대치보단 약간은 낮았다 하더라도 풀죽어 있을 필요까지는 없는 성적이다.
감독이 말했던 대로 우리나라 사람이 판타지라는 장르에 어색해해서 그런 스코어로 나온 게 아니다. 그렇다면 <매트릭스>나 <반지의 제왕>이 그렇게 흥행할 리가 없었다. 장르의 한계로 작품의 흥행성을 의심할게 아니라 그런 한계조차 넘어갈 수 있는 그런 모습의 감독이기를 바란다.
자신감은 넘치되 교만하지 않으며 겸손하되 비굴하지 않도록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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