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너희는 절대 아니다.

국가보안법을 사랑하는 여러분에게 시 한 편 보냅니다.

검토 완료

김성수(sungace)등록 2004.12.10 12:12
너희는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너희는 절대 아니다.

끝을 보고 싶다.
이제는 정말 끝을 내는가 싶더니 또다시 시작이다.
대체 언제까지 너희들은 살아서 우리들을 괴롭힐 것인가.
정말 대단한 생명력이다.
이 세상에 너희 같은 사람들만 있다면 생명연장을 가능하게 하는 의술이 필요 없을 것 같다.
또한 대단한 괴력이다.
반쯤 죽은 것 같더니 어느새 다시 피어올라 햇빛을 받기 위해 문을 활짝 연 우리들의 방안에 까만 연기를 가득 채우려 하는 구나.
너희들은 항상 말한다.
‘우리가 대한민국의 반절’이라고.
‘우리가 밖으로 나가버리면 세상은 엉망진창이 될 것’ 이라고.

너희들은 우리가 가끔 어떤 상상을 하는지 잘 모를 것이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상상을 해본다. 너희들이 없는 세상을.
너희들이 없는 세상은 참 따뜻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서 눈가에 항상
웃음을 머금은 채 서로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손을 맞잡는다.

세상의 모든 아침이 내가 하는 상상이었으면 좋겠다.
너희들은 모른다. 그래서 절대 아니다.
너희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는 우리의 건강에 너무나 치명적인 암세포를 퍼뜨린다.

‘의혹이 있으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국회 안에 암약하는 간첩이 있다.’
‘봐라 저쪽에는 셀 수 없을 정도의 빨갱이가 있다. 그래서 국가보안법 폐지는 절대 안된다.’

너희들은 모른다. 얻어맞는 사람의 아픔을.
그만 좀 때려라. 옛날에 많이 때릴 만큼 때렸지 않는가.
말 안 듣는다고 때리고, 지나가는데 기분 나쁘다고 때리고, 모든 이유를 붙여서 실컷
때리지 않았었는가.
너희들의 권력에 맞선다고, 너희들의 일에 방해가 된다고 힘으로 밀고, 말로 밀고, 엉터리
법으로 밀고, 실컷 낭떠러지로 밀지 않았는냐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한다. 너희도 행복한 삶을 원할 것이다.
그런데 왜 다른 사람의 행복은 눈을 뜨고 못 보는지 그 마음 한번 고약하다.

너희들 대부분은 원래 그런 사람들이니까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너희들 중에는 과거에 부당하게 같이 얻어맞고, 같이 낭떠러지에 굴러본 친구들이
있지 않은가.
술이 취해 지껄이고 옛날 버릇가지고 지나가는 사람을 괴롭히면 최소한 술 안먹은
너희들이 말려야 하는거 아니냐.
너희들은 지금 그 사람들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왜. 왕따 당할까봐?
어렵게 들어간 조직에서 큰 누나, 큰 형님들에게 밉보일까봐?
너희들도 그러는거 아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너희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나의 행복이 소중하다면, 남의 행복도 소중하다.
너희의 신념이 고귀하다면, 너희 아닌 다른 이들의 신념도 소중하다.

서로의 인격을 사랑하자. 언제까지 어두컴컴한 먹구름 아래서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으로
평생을 늙을 것인가.
이제 좀 그만하자. 그렇게 살지 말자.
그래. 너희들 대단한 것 잘 알지만 이제 좀 사람답게 살자.
시커먼 늪에서 언제까지 발버둥 칠 것인가.

예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너희들은 정말 너무한다.

그래서 너희는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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