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日 洸(물 용솟음할 광)

열아홉, 내가 꿈꾸는 스무 살의 일기

검토 완료

김신애(onlytlsdo)등록 2004.12.12 17:23

2004년 12월 12일 오후, 바람이 많이 분다. ⓒ 김신애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에서 태어나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으로 사라져 가는 우리,

그 사이 빛나는 시간이 우리의 인생이다.”

-카잔차키스 (그리스 작가)-

구름 속에서 잠깐, 해가 모양을 드러낸다. '日 洸(물 용솟음할 광)' ⓒ 김신애


수능이 끝난 뒤에 계속해서 불거져 나오고 있는 수능 부정행위와 관련된 뉴스는 참으로 씁쓸하다.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수능 시험장에서의 컨닝, 그 전에서부터 암암리에 행해져왔다는 사실은 수험생이었던 나에게도 수치스럽고, 또한 억울한 일이다.

“買學賣智”학력을 돈으로 얻으려는 사람이나 지식을 돈을 받고 팔려는 사람이나... 그 보다 부끄러운 짓이 있을까.

마치 폭풍우를 보는 것 처럼.... ⓒ 김신애


수능이 끝나면, 하고 싶은 일이 무지 많았다.

수능이 끝나자마자 귀를 뚫자, 두 군데서 아르바이트를 뛰자, 살 빼자, 책 많이 읽자, 자격증 따자, 드라마 실컷 보자, 여행가자, 등등 바쁘지만 뜻있는 일상만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정작, 수능이 끝나고 나서 우리가 하고자했던 일들은 돈이 없어서 취소, 옷이 없어서 취소, 귀찮아서 취소….

마땅히 하는 일 없이 집에서 뒹굴뒹굴 구르는 시간이 반나절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시간이 목마르다.

아마도 일 년이란 고3 시간압박이 아직도 남아있는거겠지...

'바람 그 자체를 느끼면서 너를 만나는 느낌이란 스릴과도 같은 것.' ⓒ 김신애


14일, 수능 성적표가 날라 온다.

낮잠을 자면서는 꿈을 꾼 적이 없던 내가 어제 수능 성적표를 받아든 꿈을 꾸었다.

그리 좋지 않은 결과에 고개 숙여 우는 내 모습을 감상하다가 현기증을 느끼며 긴 낮잠에서 깨어났다.

나만 알고 있는 이 꿈의 떨림,

스무 살 이맘때쯤엔 웃음으로 남을 여유를 오늘 밤엔 꿈꿔본다.

오늘 짧게 비춘 해를 보는 것처럼 빛나는 그 시간이 우리의 인생이라면, 맘껏 웃으면서 도전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이 땅의 고3들이여, 마지막까지 화 이 팅!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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