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셴코의 얼굴, 우크라이나의 얼굴

[시평] 유셴코가 앓던 병의 정체가 밝혀진 날, 그의 얼굴을 보며

검토 완료

윤새라(tomos)등록 2004.12.12 19:04

유셴코 (9월 전 다이옥신에 중독되기 전) ⓒ VOA

유셴코 (다이옥신에 중독된 후) ⓒ 아래참고:기증

(저작권 제한 때문에 더 좋은 사진을 여기에 실을 수가 없다. 하지만 다음의 웹사이트 중간 오른쪽 편에 가면 세 쌍의 사진이 실려 있다. 확대해서 볼 수도 있다. 이 사진들이 유셴코 얼굴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http://en.wikipedia.org/wiki/Yushchenko)

올해 우크라이나 대선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지켜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유셴코를 조금이라도 안 사람이라면 9월 이후 유셴코의 얼굴을 보고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필자 역시 유셴코가 총리로 재직하던 때 우크라이나에서 그의 인기를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서 올해 그의 사진을 보고 경악에 경악을 거듭했다. 싱싱한 매력을 발산하던 호감가는 얼굴은 잿빛으로 덕지덕지 기운 누더기같이 변했다. 총기로 반짝이던 눈은 빛을 잃었다. 그는 걸어다니는 시체 같았다.

지난 석 달간 의혹이 꼬리를 물고, 유셴코측은 진작 독살 기도라고 주장했지만, 의학 검증을 거친 공식 발표는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은 소문과 심증만 무성했을 뿐이었다.

유셴코 반대 진영은 그동안 유셴코가 술을 과도하게 마셔서 그렇게 됐다거나 유권자의 동정을 사려고 측근이 일부러 꾸민 자해설이라고까지 말하면서 유셴코의 병을 폄하했다. 하지만 이제 사실로 공표된 이 추악한 사건을 보며 그의 얼굴에서 일그러진 우크라이나의 얼굴을 본다.

어느 나라나 권력을 추구하는 과정에 모해와 시련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그의 얼굴은 우크라이나에서 독재 정권에 반해 권력을 추구할 때 어떤 대가를 감수해야 하는지 웅변한다.

우크라이나는 젊다, 아니 젊은게 아니라 어리다. 현 영토를 가지고 한 국가로 독립한 게 겨우 1991년이다. 유구한 역사는 천년도 전 10세기의 키예프 루스 시대로까지 뻗어 있다해도 우크라이나가 우크라이나라는 독립국가로의 정체성을 가꾸기 시작한 역사는 채 15년도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간도 파렴치한 독재자 크라브추크와 쿠치마 두 대통령이 나라를 말아먹으며 우크라이나의 시민 사회 발전을 저해해 왔다. 사회 깊숙이 뿌린 내린 부패와 반칙의 문화, 거기에서 자란 유셴코가 선진 민주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의 민주 인사는 아닐지 모른다.

그러기를 바라는게 도리어 무리가 아닐까 싶다. 결국 어느 곳에서나처럼 민주주의 사회의 선거는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국제 사회가 바라는 것은 단순하다(특히 우리처럼 우크라이나에 큰 이익이 걸려있지 않은 경우 더 공정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우크라이나에서 정권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사람이 독살되지 않기를 (즉 최소한의 인권이 보장되기를), 또 결과가 무엇으로 나오던 간에 선거는 공정하게 치러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단순한 원칙들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희생을 요구하는지 바로 우리 스스로 경험하지 않았던가.

의사들의 견해로는 유셴코의 건강은 회복될 것이고, 실제로 그의 건강은 호전되고 있다고 한다. 그의 얼굴도 예전의 잘 생긴 얼굴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그의 얼굴이 일그러진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반영하듯이, 나아진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반영하게 되는 것이기를 바란다.



(박스기사) 저간의 사정을 짤막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유셴코는 지난 9월 초순 극심한 복통을 며칠째 견디다 못 해 오스트리아의 권위있는 병원(Rudolfinerhaus clinic) 에 입원한다. 의사들은 그의 내장이 엉망진창으로 상했음을 발견했고 설상가상으로 유셴코는 곧이어 걸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을 척추에서 느낀다. 병원 측에서는 절대안정을 권유했지만 10월 31일로 잡힌 대선을 앞두고 유세를 지연시킬 수 없던 유셴코는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우크라이나로 돌아간다.
유셴코 진영은 즉각 이 사건이 유셴코가 우크라이나 정보국장과 식사를 함께 한 후 발생했고 그 때 그가 먹은 음식에 독극물이 투여된 거라 주장했다. 상대방은 당연히 부인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우크라이나 검찰도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다.
한편 그의 얼굴은 9월 초에는 큰 이상이 없었는데 시간이 갈 수록 걷잡을 수 없이 손상됐다. 의사들은 그의 몸이 내부에 있는 독극 물질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과정에서 피부가 손상되는 거라는 소명을 밝혔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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