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내고 공부한다는 것

대학생이자 고시생인 한 청년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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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리(narcissus8)등록 2004.12.13 13:41
대부분의 대학들이 지금쯤 종강을 했거나 기말고사 기간이겠네요. 기말고사 끝나면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낭만적인 크리스마스가 기다리고 있죠. 허나 저에게는 겨울방학도 없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오히려 부담도 됩니다.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인하여 청년실업이 60만에 이르는 오늘 날, 저는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대학생입니다. 요즘 대학 안에도 취업특강, 고시특강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번 겨울방학 때 특강을 들으려고 계획하고 있었죠. 그런데 특강접수 공고를 보니 수강료가 꽤나 비싸더라구요. 괜히 한숨도 나오고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생각도 다시하게 되더라구요.
'아, 성인이 된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부모님한테 특강비 타서 써야하나. 알바해서 돈을 모으려면 공부할 시간이 줄고...'

이런 생각 속에서 밥을 먹다가 친구에게 무심코 한마디 던졌습니다.
"이 사회에서 돈을 내고 공부해야 한다는 게 이해가 안돼. 공부하는 사람한테 오히려 돈을 줘야하는 거 아냐? 북유럽이나 중동은 그런다던데?"
제 말을 들은 친구는,
"공부하는데 당연히 돈을 지불해야지. 자신을 위한 투자잖아. 마치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투자하는 것처럼."
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을 위한 투자, 공부, 이윤... 물론 제가 하는 공부는 고시특강이지만, 친구가 한 말도 그걸 전제로 한 것이었겠지만... 공부와 돈이라는 보다 기본적인 문제 제 뇌리에 스치네요. 그래서 짧게나마 여기서 그 친구에게 편지를 띄워봅니다.

친구야. 나는 돈 200만원 뽑아내기 위해 지금 100만원 들여서 공부하는 게 아니란다. 내 목적은 그게 아냐. 금전 걱정 없이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고 알바 뛸 시간에 토론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라는 거야. 돈되는 전공만으로 학생들이 몰리지 않고 다양한 학문이 골고루 발전되길 바라는 거야. 공부해서 출세하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으니 니가 기업을 비유한 예가 내 마음에는 와닿지 않는구나. 고시생인 내가 이런 말을 하려니 부끄럽기도 하다.
학자, 교수들 대부분이 부유층 출신이지. 부유층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먹고 살만한 집안에서 컸겠지. 과거에도 이러한 경향이 짙었는데 앞으로는 더더욱 뚜렷해질 거야. 돈 없는 집 애들은 애초에 '공부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꿀 엄두도 못내. 설령 진로를 그 쪽으로 잡더라도 알바, 과외 뛰면서 공부하는 사람과 풍부한 지원사격 아래 편안한 마음으로 온종일을 책보는 데에 투자하는 사람의 경쟁은 불을 보듯 뻔하지.
교육. 공부. 학문. 시장의 원리? 자유? 경쟁? 다 좋다. 대신 편안한 마음으로,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길 바란다. 친구야, 우리 함께 외치자. 국가여! 돈돈돈 하지 않고 공부할 수 있게 만들어주라! 인기없는 인문학, 기피하는 이공계는 꿈과 소신있는 학생들이 더 많이 몰릴 것이다.
친구야, 교수나 학자. 이런 단어가 일부 특권층들의 사전에만 오르지 않고 누구나 다가갈 수 있고 이룰 수 있는 어휘가 되길 바란다. 너도 그렇지 않니?
다가올 겨울동안 우리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에 같이 붙자. 딱딱해지기 쉬운 수험생활 동안 이런 문제, 고민에도 관심의 끈 놓지 않으면서 더 아름다운 세상을 꿈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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