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전환점 - 신앙의 힘

어리석은 연초와 은혜로운 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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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노(delaro)등록 2004.12.20 11:15
군 복무를 마치고 단 한 학기만을 다니고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하게 된 휴학. 물론 좀 더 빠른 사회 진출을 위해 다른 공부를 해 보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 보다 큰 것은 여자친구의 권유 때문이었다.

집은 대구이지만 학교가 수원인지라 학교를 다니게 되면 한 학기에 몇번 만나기 힘든 커플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올해 나이 스물 다섯. 어떻게 보면 너무나 어리석은 결정이었다. 여자 문제로 인해 하게 된 휴학. 물론 표면적으로는 공무원 시험 준비라는 타이틀이 걸려 있었지만 부모님이 나의 속셈을 모를 리가 없었다.

일생에 단 한번 밖에 없는 25세에 가지게 되는 1년을 연애를 하며 날려 버릴뻔 했지만 연애는 결국 내 인생에 획기적인 전환점이라 할 만한 놀라운 사건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

여자친구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늘 나에게 교회를 가자며 졸라 댔다. 우리집은 전통적인 유교집안으로 어머니만이 홀로 그래도 조금은 개방적인 성당을 나가고 계신 상태였다.

현재 비 기독교인들이 기독교를 보는 시선이 그렇듯이 나 역시 기독교에 대해 곱지 못한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단 한번만'이라던 여자 친구를 따라 가게 된 교회에서 난 신앙이란 놀라운 힘을 얻었고 사람이란 평생의 재산을 얻었으며 잃었던 꿈까지 되찾게 되었다.

신앙의 힘을 새삼 언급할 필요는 없다. 신앙 안에서 기쁨과 평안을 누리는 것은 어떤 종교를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요소다. 늘 미래에 대한 걱정과 현재 상황에 대한 불만에 차 있던 나에게 이런 평안과 안식은 큰 기쁨이었다.

게다가 신앙으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은 내 평생의 재산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먼저 섬김으로 다가오는 그 사람들은 나에게 큰 도전이 되었으며 진정한 신앙인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선생님들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기쁨은 잃었던 꿈을 향해 다시 전진해 나갈 힘을 얻었다는 것이다. 재정 문제로 접었던 유학과 글쟁이의 꿈. 우리집은 무척 가난하다. 아버지는 실직 상태시고 어머니는 전업주부. 2주마다 한번씩 나오는 실업 급여와 하루하루 막일을 하시며 아버지께서 벌어오시는 돈이 전부다.

그런 상황에서 1년간 공부 한답시고 여자친구와 노닥거리고 교회에 다니는 나를 부모님은 당연히 고깝게 생각하셨다.

그리고 나 역시 신앙인이 된 후에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 특히 돈 때문에 꿈을 접어야 했기에 부모님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그러나 어느 날 묵상을 통해 얻게 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 해야만 하는 것들'이란 간단하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깨달음은 다시 한번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다.

게다가 교회에서 만난 목사님을 통해 그것을 이루어 나가기 위한 실질적인 조언도 듣게 되었고 왜 그 일을 해야하는지도 확실해졌다. 하나님을 위해서? 물론 신앙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그 이유로 부모님을 설득하는 건 불가능하다. 좀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이유가 필요했다.

목사님을 통해 얻게 된 꿈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과 내가 정말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설명을 들으신 부모님은 의외로 선뜻 나의 의견에 동조해 주셨다.

지금은 조그만 아르바이트를 하며 꿈의 실현을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올해는 어리석은 결정을 한 바보 같은 해이기도 하지만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된 해이기도 하다. 평생을 함께할 힘과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열정을 다시금 회복한 2004년은 일생에 기억될 만한 한해가 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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