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예수를 보는 성모 마리아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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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운(ikem)등록 2004.12.24 18:05

ⓒ 김용운

아들은 가난하고 없는 이들에게 환영받았다. 힘있고 부자인 사람들에게는 천대받았다. 어머니는 아들이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아들은 신이 사랑하는 사람 이전에 자신의 몸에서 낳은 자식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아들은 힘있고 가진 사람들의 미움을 받았다. 그리고 서른 셋의 나이에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 아들을 따르던 사람들마저 배신하고 떠난 후였다. 머리에 가시관을 쓰고 만신창이가 된 자식의 주검을 거두는 어미의 마음은 극한의 고통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 앞에서 누구의 탓도 하지 않았다.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을 거부하고 하늘의 말씀을 전하다 어미보다 먼저 죽은 아들. 누구보다 불효 막심한 자식이었건만 어머니는 스스로의 고통을 감내하며 피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아들의 인생은 부모의 소유가 아니라 신께서 내려주신 아들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었다.

12월 25일은 아기 예수의 탄생일, 성탄절이다. 본래 크리스천들에게만 의미가 있는 날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크리스천이든 아니든 간에 연말분위기와 맞물려 마치 명절 같이 지내는 날이 되었다.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는 설이나 추석보다 더 중요한 날 이 된 지 오래다.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선물을 준비하며 푸념을 늘어놓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 푸념은 무겁지 않고 되레 가볍다. 지금 짊어지고 있는 행복의 무게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부모들은 잠들어 있는 자식들의 머리맡에 가만히 선물은 놓으며 삶의 의미를 되새겨볼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무난한 인생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 그것이 모든 부모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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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핏덩이 예수를 보았던 마리아의 마음도 그러했을 것이다. 보통의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자라 부모에게 효도하고 어엿한 가장으로 성장하기를. 무난한 일생 속에 소박한 행복을 맛보며 살아가기를 기도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행여 자신의 욕심대로 아이를 좌지우지 않기만 간절히 바랬을 것이다. 아기 예수는 자신의 핏덩이이기 전, 신께서 내려주신 새로운 생명. 부모의 인생과 다른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갈 독립된 인격체임을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성당과 교회의 미사와 예배에는 적지 않은 부모들이 어린 자식들의 손을 잡고 온다. 아이들은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았다고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부모들은 두 손 모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성탄절 아름다운 가족의 모습이다.

다만 부모들이 드리는 그 감사의 기도 속에 아기 예수를 보는 성모의 마음도 깃들어 있기를 바란다. 자신의 자식이되 자신의 자식이 아님을 되뇌었을 성모의 마음. 그것은 자식을 향한 사랑이 자신을 위한 것으로 변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과 같은 것이다. 그런 마리아의 기도가 있었기에 성탄절, 미사와 예배에서 가족 모두 예수를 주님이라 부를 수 있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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