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털 문명, 어디쯤 가고 있을까

인간과 디지털이 가는 길

검토 완료

이정근(ensagas)등록 2004.12.29 15:51

태초에 그러했듯이 태양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경주 토함산 석굴암 앞에서 ⓒ 이정근


인류가 지구에 출현한 이후 수많은 문명의 이기(利器)와 산물을 발명했지만 제일 위대한 명품(名品)은 무었일까? 혹자는 불(火)이라 하고 어떤 이는 문자(文字)라 하지만 말(言語)이 아닌가 싶다. 말이란 나 홀로 살아가는 데에는 필요하지 않는 수단이다. 나의 생각을 타인에게 전달하고 타인의 생각을 나에게 전달하는 방법이기에 모듬살이 하는 우리 인간에게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서 오늘날 우리 인류가 찬란한 문명을 꽃피우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이토록 훌륭한 인류의 발명품 말(言語)이 그 수(壽).를 다하고 이제 소멸의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말은 나의 생각과 너의 생각을 공유하기 위한 공통분모이다. 이러한 말도 기록할 수 없다는 맹점과 350M라는 공간과 음속이라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파생된 발명품이 문자와 통신이다.

남원골에 사는 춘향이가 한양 이도령에게 애틋한 마음을 전하려면 사모하는 마음을 문자라는 부호로 바꾸어 개나리 봇짐 틈바구니에 끼워 서찰(書札)로 보냈으며,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꺼져가는 조국의 명운(命運)을 걱정하던 이순신 장군이 노량 해전에서 장렬하게 전사했다는 비보를 파발마가 말채찍을 휘날리며 궁성에 전달했다. 지금은 어떤가? 버튼 몇 번이면 끝이다. 컴퓨터와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를 IT 강국이라 한다. 자타가 공인한다. 우리 나라는 누가 뭐래도 IT강국이다. 2차 세계대전을 연합국의 승리로 이끌었던 여러 요인 중에 독일이 따라올 수 없는 통신기술을 가지고있던 미국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어떤 전쟁 역사학자는 말한 바 있다. 그 통신기술의 중심에 모토로라가 있다. 포탄이 작열하는 전장(戰場)에서 지휘관 옆에 항상 붙어 다니던 무전병을 우리는 영화에서나마 볼수 있었다 그 무전병이 짊어지고 다니던 무전기가 모토로라 제품이다.

불과 10여 년 전, 우리 나라에 이동 통신이 상륙할 때 그 당시 최고의 통신기술이라고 모토로라가 우리 나라 통신시장에 내놓은 단말기 모델이 길이 25CM정도 되는 그러니까 어른들 팔뚝만하고 어깨에 들러 멜 수 있는 그런 제품이었으며 가격도 만만치 않아 백 칠십 만원을 웃돌았다. 지금은 어떤가? 우리 나라 성인 85%가 손에 들고 목에 걸고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도록 가벼워지고 작아지고 값이 싸졌다.

10년 전 휴대폰과 현재의 핸드폰 ⓒ 이정근


이러한 통신 기술과 IT 기술의 끝은 어디일까? 부시맨이 콜라 병을 발견하고 놀라워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가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하듯이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휴대폰을 손에 들고 또는 목에 걸고 다니던 모습을 야만인이었다고 조롱할 날이 불과 30년 내에 도래할 것이다.

우리 인체는 다양한 역할을 맡고있는 기관(器官)의 결합체이다. 동양 의학에서는 오장육부(五臟六腑)라 하여 간, 심장, 비장, 폐장, 신장을 중요 장기(臟器)로 생각했지만 눈, 코, 입, 귀도 중요한 신체기관이다. 심장은 심장대로 맡은 바 임무가 있고 눈은 눈대로 소임이 있으며 귀는 귀대로 역할이 있다. 이렇게 맡은 바 역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기관이 여러 가지 역할을 해야하는 곳이 우리 인체에 있다. 그 기관(器官)이 어디냐 하면 입과 남성 생식기이다.

입은 먹어야 하는 일을 해야 하고 말을 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때론 숨쉬기도 감당하여야 한다. 그래서 입은 피로하다. 이렇게 힘들어하는 입의 피로도를 덜어주기 위하여 인터넷이 나섰다. 우리가 모니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누르면 상대와 의사 소통이 가능하다. 즉 대화를 하는 것이다. 대화를 하기는 하되 입을 통하지 않고 더 자세히 말하면 혀를 통하지 않고 말을 할 수 있다. 이것이 디지털 문명이다.

이러한 디지털 문명이 어디까지 갈까? 30년 후에 휴대폰 들고 다니던 사람들을 조롱하던 디지털 문명이 1만년 후에는 어떠한 모습일까? 휴대폰과 데스크탑 PC와 노트북은 물론 CDMA에 이어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우쭐대던 Wibro는 박물관에 전시되어 디지털 문명 1세대 신 인류들이 사용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을 것이고 신 인류들의 피부속에는 휴대폰과 컴퓨터가 결합한 기기(器機)가 이식되어있을 것이다.

상대와 말(言語)을 하고저 할 때는 뇌(腦)에서 말의 내용을 혀에 명령하여 혀가 혀의 각도를 조작하여 음파를 내보내면 상대의 귀가 음파를 포착하여 음성 신호를 언어로 바꿔 뇌에 보고하면 뇌가 인식하는 것이 오늘날 말이 전하는 의사소통의 통로이다. 이러한 통로에 혁명을 불러일으킨 것이 인터넷이다. 키보드를 누르면 입을 통하지 않고 상대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혁명인가

이러한 혁명도 퇴물이 된지 오래이고 인체의 피부에 1회용 반창고 붙이듯이 가볍게 이식된 기기(器機)는 뇌에서 생각한 의사(意思)를 입이나 키보드를 통하지 않고 체내에 흐르는 통신선을 따라 전파가 발사되어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상대에게 전달 될 것이다. 즉, 입을 통한 고전적인 대화술이나 키보드를 누르는 인터넷 초창기를 벗어나 그 과정을 생략한 셈이다.

알기쉽게 그림을 그려보자. A가 B에게 말을 하고저 할 때 B의 코드번호를 마음속으로 입력하고 말의 내용을 혼잣말처럼 생각하고 마음속으로 버튼을 누르면 A의 생각이 B에게 전달되고 안구(眼球)의 수정체에 영상이 뜬다. 수정체에 모니터 역할을 하는 회로를 연결했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무서운 디지털 문명인가?

이러한 디지털 문명은 지금 우리가 1대1 메일을 보내거나 1대 다중(多衆)에게 메일을 보내듯이 쓰일 것이며 피부에 이식된 기기가 모든 일정과 건강을 체크하는 것은 기본이고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남성 생식기의 중노동도 해결해 줄 것이다. 입은 먹는 용도로 쓰이고 남성 생식기는 배설기관으로 독립해 줄 것이다.

인간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는 무엇일까? 부(富). 명예(名譽). 권력(權力). 모두가 인간이 추구하는 희망 사항이지만 자유(自由)의 하위 개념이다. 돈. 있으면 좋고 없으면 불편하다. 불편이 무엇인가? 편리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즉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명예와 권력도 마찬가지이다.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이 있었기에 디지털 문명이 탄생한 것이다. 전화를 받기 위하여 전화통 곁에 있어야 했고 그러한 부자유를 해결하기 위하여 코드레스 폰이 출현했으며 휴대폰이 등장했다. 손에 들고 다니던 휴대폰과 노트북이 때론 유익했지만 불편했기에 피부에 이식된 기기(機器)가 탄생한 것이다. 모든 것은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 본능이 동기가 된다.

이러한 디지털 문명의 신 인류는 자유를 추구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주의(主義)나 이념(理念)은 쓰레기 매립장에 묻혀 고인돌이 되었고 농경사회와 산업사회의 산물인 국가(國家)와 가정(家庭)을 해체한지 오래이며 종족 보존도 기기(器機)를 통하여 간단히 주문 생산해오고 상대가 현존해야 가능했던 섹스도 디지털로 해결한지 오래이다.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대 제국을 건설했던 로마나 징기스칸 시대는 짧은 순간에 불과했고 흩어지고 분열했던 기간이 더 장구하고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소련이라는 거대한 제국이 붕괴된 이후에도 국가는 계속 분열하고 있다. 그 대상에는 미국과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도 생존을 위해서 통일을 이루지만 살기 위해서 분열 할 것이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서 뭉쳐 살아야 했던 1세대 인류 문명과 살기 위해서 흩어져야 하는 2세대 인류 문명의 분수령에서 살고 있다. 그것은 인간의 자유 본능이다.

포식자에 쫓기면서 생명을 보존해야 했기에 뭉쳐 살아야 했던 원시시대와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하여 대량 생산에 나섰던 농경사회와 산업사회는 인간 자유의 유보 시대였다. 그 인간 자유 본능과 디지털 문명의 만남은 필요조건이고 필연이다.

우리가 인류의 발상지를 거론할 때 나일강 유역과 유프라테스강. 그리고 인더스강과 황하유역을 떠올리지만 1만년 후의 인류학자들은 신 인류들이 출현한 디지털 문명의 발상지를 북미 대륙의 칼리프와 도쿄. 서울 그리고 유럽의 몇 개 도시였다고 기록 할 것이다.

또한, 우리의 후손인 1만년 후의 인류학자들이 새롭게 출현한 문명을 정의하는데 고심하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하여 지금 이 순간 그 문명은 고도의 정제된 테크노놀러지를 비탕으로 한 디지털과 순도 높은 휴머니즘이 결합한 환상적인 문명이기에 휴지털(hugital) 문명이라고 명명(命名)해두고 싶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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