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생활 32년 만에 고향 면장으로 승진 발령을 받았지만

골프장을 건설 양해각서 체결이 가져온 지역 주민 갈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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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욱(madw)등록 2005.01.04 09:26

2005년 1월 3일 장평면 면사무소 담과 거리에 걸린 면장 취임 반대 현수막 ⓒ 마동욱



환영받지 못한 고향길

묵은해가 가고 을유년 새해가 밝아왔다. 장흥군에서는 지난 2004년 12월 28일 133명의 공무원 인사 발령이 있었다. 이날 시행된 인사 발령에서 승진을 한 공무원은 무려 45명에 이르고, 88명의 공무원이 자리를 옮기는 김인규 군수 취임 이래 대대적이면서 파격적인 인사이동 이였다.

새해가 밝은 2005년 1월 3일 (월요일)아침 장흥군청과 읍면 사무소에는 승진을 축하하는 화환들이 줄을 잇고, 읍 면장 취임식 행사가 면민들의 축하를 받으며 치러졌다. 그러나 장흥군 장평 면에서는 이례적으로 면장 취임식 행사를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열지 못했다. 장흥군 농민회와 장평지회, 장흥군 환경운동 연합, 보성군 노동면 농민회, 장평 면 골프장 반대 대책위원회 회원들의 면장 취임 반대 집회가 이날 오전 10시 30분 장평 면 면사무소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장평 면 골프장 반대집회를 주도한 위두환 위원장은 “우리 장평 지역은 지난 2003년 장흥군과 대주건설이 골프장 건설 양해 각서를 체결하고부터 하나의 불문율이 생겼습니다. 초상집이나 술자리에서 골프장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만약 골프장 이야기가 나오면 소주병과 맥주병이 깨지면서 난장판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는 행정의 잘못으로 지역 주민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시기에 군청 인사이동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인사에서 장평 면 면장 직무대리로 발령 받은 선택규 씨는 골프장 유치를 찬성하면서 장평 향우들을 만나고, 골프장 유치 홍보를 했으며, 최근에는 대주 건설의 골프장 땅을 매입하는데 앞장섰습니다. 장흥군이 장평면민을 우롱하고 있지 않다면, 이렇게 골프장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갈등을 겪고 있는 지금 골프장 건설 앞잡이를 면장으로 발령 했겠습니까”라고 말하면서 면장 취임을 받아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장흥군청 인사발령에서 새로 취임한 면장직무대리는 장평 면 마산리가 고향이며, 장흥군에서 32년 6개월을 공무원으로 잔뼈가 굳은 고참 6급 공무원이다. 2003년 11월에 사무관 승진 교육을 받았지만 사무관 승진을 하지 못하고, 자신이 태어나고 부모님이 살고 있는 고향의 면사무소의 면장직무대리로 인사발령을 받았다. 그는 6개월 후 32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공무원 공로연수에 들어가야 하는 시점에서 어쩌면 마지막으로 맡게 된 고향에서의 마지막 직책인지 모른다.

그는 평생 공무원을 하면서 이제 마지막으로 고향으로 돌아와 고향 발전을 위해 뜻있는 일을 한 번 하겠다는 심정으로 즐겁게 찾아왔는데 이런 일이 있다며, 그동안 자신이 관여했던 골프장 유치에 대한 이야기를 반대집회에 참석한 회원들에게 설명했다.

“지난 2003년 12월 골프장 유치이야기가 나왔고, 그 당시 장흥군청 정책개발과에 근무하고 있는 터라 골프장 유치 업무에 관여를 하게 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 지방 자치단체마다 자기 지역에 기업을 유치하는 바람이 일어났고, 장흥군에서도 지역주민들의 소득사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앞장섰다. 그 당시 장흥군청의 군정에 따라 향우들을 만나고, 골프장 건설을 설명하였더니 향우들이 칭찬을 하였고, 고향에 가면 골프도 하면서 쉴 수 있는 좋은 시설이라고 격려도 하여 자부심을 가졌으며, 지역에서도 지역 유지들이 대부분 찬성을 하여 골프장 건설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2005년 1월 3일 면장 취임반대에 참여한 농민회원들의 집회 ⓒ 마동욱


장흥환경운동 최경석 위원장은 “대주에서 골프장을 만들겠다는 것은 장흥군과 지역주민을 위해 골프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땅을 매입하고도 사업상 이익이 없다고 판단되면 골프장을 언제라도 포기할 수 있다. 그들의 목적은 사업상이익이지 우리 고장을 위해 사업을 하지 않는다. 장흥군 행정에서 그들의 앞잡이를 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골프장이 들어서면 금방 장평 면이 부자가 될 것처럼 공무원들이 순전히 거짓말을 하면서 지역주민들을 현혹했다. 면장도 대주에서 땅을 매입하는데 앞장서서 도와주었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고 말하자

선택규 면장 직무대리는 “단지 대주 건설에서 골프장 건설에 필요한 땅을 매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하여 토지 소유자를 잘 알고 있는 터라 설득했을 뿐 입니다. 이제 면장으로 발령 받았으니 면장 업무에만 충실하면서 골프장 업무는 관여를 하지 않겠다. 마지막으로 고향을 위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장흥군 농민회 김현국회장은 “좋은 자리에 왔는데 안타깝다. 장흥군수가 취임식 때 푸른 장흥 가꾸기를 한다고 했는데, 골프장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장평 지역과 장흥 전 지역에 친환경농업을 한다고 늘 말하는데 골프장을 건설한다면 되겠느냐, 쌀은 수입되었고, 농민은 갈 곳이 없다. 농민이 살기위해서는 친환경 농업밖에 없다.”라고 하면서

“골프장을 건설한다면 친환경 농업이 되겠느냐, 외국에서 들어오는 쌀과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오직 친환경 농업밖에 없다. 골프장을 건설하는 것은 대기업만 먹여 살리는 꼴이 되고, 지역 농민들을 다 죽이게 된다. 면장이 골프장 업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하지만, 그건 말이 안 된다. 군수도 아마 골프장을 원활하게 건설하기위해 고향 사람인 당신을 이곳으로 보낸 것 같다.”라고 하면서 골프장 건설이 지역민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골프장 건설에 호의적인 뜻을 가지고 있는 장평 면 임석모(전 장흥군 의회 의원)씨는 “노인장에 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의 주민들이 골프장을 찬성한다. 지역 주민 70% 정도가 찬성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골프장 건설이 우리지역에 기대되는 사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 면장 취임식을 하지 못한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축하를 해야 하는 자리가 되지 못함은 지역 주민들이 서로 갈등의 한 가운데 서있기 때문이다. 찬성을 하는 쪽이나 반대를 하는 쪽 모두의 의견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진정 지역을 위해 어떤 것이 좋은 일인지 생각해야 한다.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골프장 건설에서 지역주민들에게 더 많은 이익이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반대를 하겠다고 면사무소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있는 반대투쟁위원회 젊은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평 면에 살고 있으면서 장평 면 발전에 도움이 되는 골프장을 찬성한다는 김모씨는 “골프장만큼 희망이 있는 사업은 없다면서, 장평 면은 그동안 너무 살기가 어려웠는데, 골프장 건설이 추진되면서, 땅값을 보상받은 사람들이 현 시세보다 많은 돈을 보상받아 매우 즐거워했다. 골프장이 아니면 언제 그렇게 큰 돈을 만질 수 있겠느냐, 골프장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이익이 없기 때문에 반대를 한다면서 골프장은 장평 면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는 시설이다.“라고 주장했다.

2005년 1월 3일 장흥군 농민회 장평지회장과 장평면 골프장 반대 대책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위두환 위원장 ⓒ 마동욱


골프장 반대 투쟁과 면장 취임반대에 앞장서고 있는 위두환 위원장은 “면장이 향우들 100% 찬성한다고 한다면 향우들 상대로 면장 하라, 향우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살수 있느냐, 우리 지역의 미래는 우리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알아서 한다. 향우들이 나서서 골프장을 건설하라, 하지마라 관여할 일이 아니다. 또한 행정에서도 향우들 핑계를 되지 마라, 돈 많은 향우 몇 몇 사람들이 고향에 돈 몇 푼 내려 보내고 행세를 하는 것은 이제 거절하겠다. 우리 문제는 우리가 알아서 한다.”라고 했다.

또한 그는 할일 없는 사람들이 “다방가 여론으로 지역의 여론을 말한다. 그러나 지역 여론은 다방가에서 지역 유지라는 몇 몇 분들이 모여서 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지역의 주인은 다방가에 있는 것이 아니고, 농사 열심히 지으며 땀 흘리는 순수한 농민들에게 있다.” 지역 주민들의 여론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골프장을 과대 포장하여 홍보하고 지역 주민들을 갈등의 파국으로 몰고 간 행정이 가장 큰 문제의 발단이니 행정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인규 장흥군수는 “이번 인사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제 세상이 그 만큼 변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무원이 공무원으로 일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주민들과 평소 어떤 관계로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하는지는 공무원 자신들의 몫이다. 군수입장에서는 좋은 방향으로 본다. 공무원 본인에게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부여 한 것이다. 면장은 지역 주민들 스스로 평가할 것이며, 반드시 골프장 문제만은 아니라고 본다.” 고 말하면서 면장은 지역 주민들과 면사무소 그리고 군청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자리라고 말했다.

“농촌 지역이지만 사회가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일이 장흥군청 간부직 공무원들에게 좋은 경험으로 받아 드려졌으면 한다. 또한 골프장은 하루라도 빨리 건설하든가, 아니면 적절한 대안이 나와야 한다. 정말 친환경 농업을 제대로 하기위해 골프장이 절대 안 된다면 충분히 지금이라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뜻도 가지고 있다. 장흥군은 다른 지역에 비해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환경을 지켜서가 아니라 소외받은 지역이기에 잘 지켜졌다. 충분한 대안들을 제시한다면 군수로서 따르겠다. 대안을 제시하여 달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경쟁적으로 대기업을 유치하여 세수를 늘리고, 고용을 창출한다는 목적으로 10 여 전에 장흥군 장평 면 봉림리에도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함께 추진한 장평농공단지가 조성 되었다. 처음엔 중소기업들이 정부 지원을 받아 공장을 짓고 가동에 들어가면서 농촌마을은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2005년 1월 현제 장평 농공단지는 불과 3-4군데 사업장이 어렵게 겨우 유지되고 있을 뿐 기대했던 지방세수나 고용창출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텅텅 비어있지만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채 국민들의 혈세만 낭비되고 있다.

지금 장흥군 장평면 기동리 일대에 건설을 앞둔 골프장도 전국에 건설되는 수많은 골프장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미 골프장은 적정 수요를 넘어 전 국민이 골프채를 들지 않으면 되지 않을 만큼 포화 상태에 놓여 골프장의 미래가 결코 밝지만은 않다. 지역 주민들을 갈등의 나락으로 몰고 가는 골프장 건설 또한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장흥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골프장 양해각서 체결은 지역주민들을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것 보다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면서 진정한 주민의 뜻을 읽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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