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근과 이명박

[드라마 비틀어 보기] ‘영웅시대’의 박대철

검토 완료

위창남(cfhit)등록 2005.01.05 18:01

유동근과 이명박 ⓒ 위창남


여기서 한 번 비틀어 보자. 왜 유동근일까? 박대철 역을 소화할 배우가 그렇게 없었을까?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연기하고 있는 최불암씨나 고 이병철 회장을 연기하고 있는 정욱씨, 그리고 독고영재씨 등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비슷함이 있다. 그러나 이명박 현 서울시장을 연기한 박대철 역의 유동근씨는 아니어도 한참 아니다. 결코 그가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다.

그런데도 왜 유동근을 썼을까? 강한 인상을 남긴 사극 ‘용의 눈물’ 탓인지 그에게서는 왕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가 연기한 흥선대원군이라든지 후에 맡는다고 알려진 연개소문 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최고 권력자의 역할을 주로 맡는다. 그래서인지 그는 왕의 역할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 중 한 명이기도 하다.

혹, 그래서일까…? 그런 왕의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대선 주자 후보군이기도 한 이명박 현 서울시장을 모티브로 한 박대철 역에 유동근을 캐스팅 한 것일까?

있는 그대로만 쓰라고 하면 작가의 상상력은 필요없을 것이다. 또 그건 작가의 창작권에 관한 침해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존인물을 그것도 영향력이 미치는 인물을 다루는데 있어서는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드라마인데 누가 그대로 믿겠느냐고 하겠지만, 정치인과 배우는 이미지로 먹고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용의 눈물’이 끝나자 인기가 수직 상승하던 유동근씨를 97년 대선 때 양당에서 서로 끌어들이기 위해 무척 공을 들였다. 그의 이미지를 표로 연결해 득을 보려는 셈이었다. 물론 유동근씨는 다 거절하는 걸로 중립을 지킨 셈이 됐지만, 그만큼 보이는 이미지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한 대목이다.

어쩌면 이 드라마가 지금 나온 것이 다행인지 모르겠다. 2년 후에 시작했더라면 원하든 원치 않든 시청자들에게 그만큼의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평가할 때 명암은 분명 존재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이렇게 비틀어 보는 것도 드라마를 감상하는 또 하나의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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