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과연 모범적인 고용주인가?

대통령 경호행사마저도 비번날...무임금 노동 불가피

검토 완료

이동환(cycop)등록 2005.01.11 16:09

2004년 9월 18일 대전 국립 현충원, 전국의 경찰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추모행사를 가지고 있다. 국가배상법 등 공무수행중 희생에 대한 보상과 처우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되었다. ⓒ 이동환

그러나 중앙인사위원회에서는 지난해 5월, 경찰청에서 보낸 '경찰보수 현실화 요구'에 대해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은 상태다. 검토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다. 군, 소방, 경찰 등 24시간 근무체계를 가지고 있는 조직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이러한 태도는 기획예산처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분명한 시간외근무임에도 시간외근무수당이 책정되지 못하는 것은 예산부족 때문이다. 중앙인사위원회와 기획예산처 등은 작년에 경찰의 초과근무수당을 대폭 삭감하였다. 주5일 주40시간으로 줄어든 것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로 경찰관의 실제 근무시간은 그다지 줄어 들지 않았다.

삭감한 이유를 구체적 예로 들어 보면 '야간 근무 14시간 중 근로기준법상의 휴게시간 1시간이 지정되게 되어 있으니, 1시간을 삭감한다'는 식이다. 실제 지구대 경찰관들의 야간 휴게시간이나 아침 식사 시간은 보장되지 않고 있다. 주간에도 신고받으면 식사 중에라도 출동해야 할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주간 점심시간도 시간외근무수당 삭감의 이유로 제시되었다고 한다.

조직과 업무의 특성을 전혀 파악하지 않고 현실마저 무시한 보수 책정방법이다. 그러면서도 국가가 모범적인 고용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중앙인사위원회의 조직목표로 잡고 있다.

경찰, 소방, 군은 노조는커녕, 직장협의회도 구성할 수 없는 조직이다. 한마디로 근로조건과 보수에 대해서 그 뜻을 전달할 매개체가 없는 '벙어리 조직'인 것이다. 그러한 벙어리 조직에 대한 중앙인사위원회와 기획예산처의 태도는 어쩌면 당연하다고 봐야할 것인가? 급박한 위험과 희생을 생각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근로자인 공무원들에게 '일한 만큼의 보상도 해 주지 않는 것'이 선진한국의 진입을 공언하는 것과 어울리는 것일까?

다행히 2005년부터는 '비번경찰관 경비동원수당'이란 항목이 경찰역사상 처음으로 책정되었다. 대단한 발전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의미는 59년동안 비번경찰관을 부리면서도 한번도 그 임금을 주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러나 비번경찰관 경비동원수당은 하루 온종일 동원시켜도 4만원이 한도다. 그리고 책정된 예산은 23억뿐이다. 한 경찰서에서 대통령 경호에만 3천6백여 만이 들었다. 이 예산 범위안에서 일년동안의 각종 경호행사, 대테러작전, 집회시위대비, 재해와 재난 대비, 국제행사 등 각종 행사에 동원되는 비번 경찰관의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턱없이 부족할 것이 자명하다.

겨우 이런 비현실적인 예산을 책정하는 데만도 60년이나 걸렸다. 부정부패 일소를 각 정권들이 외쳤지만, 국가에서 책정하지 않는 예산의 대부분이 민간에게 전가될 수도 있었다는 점을 각 정권은 모른 체 하였다.

중앙인사위원회는 국민의 정부 때 그 골격이 갖추어졌다. 그리고 참여정부에서 '선진 한국'을 외치고 있다. 행정의 생산성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부정부패 없는 깨끗한 정부를 구현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묵묵히 일하는 벙어리조직'이라고 해서 당연히 주어야 할 임금을 국가가 체불하는 일이 없어져야 할 것이다.

국가 속에 위법과 부당을 남겨두면서 선진국가를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이 점을 중앙인사위원회 등 예산부처에서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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