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미워한 나

사람의 장난기가 개를 미치게 할 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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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옥(ok2558)등록 2005.01.12 20:28

내가 놀라게 하였던 비슷한 개 ⓒ 김만옥



그런데 이놈이 가끔 개줄을 풀고나와 앞집인 우리가게를 어슬렁 거리다가 우리 손님에게 접근을 하여 놀라게 하는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였다.

더우기 TV 에서는 기르던 개가 주인 할머니를 물어 죽인 일과 어린아이를 다치게 한 일이 보도 되곤 하여 개가 보일 때는 우리아이를 단속 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놈이 더 미움을 사게 된건 가끔 가게 옆에 큼지막한 변을 몰래 보곤 하여 그것을 치우면서 나의 복수심은 발하기 시작 하였다.

그러나 개띠인 나는 개를 매우 무서워 하니 혈통이 있는 개의 횡포를 보고만 있을수 밖에 없었다.

더 용맹한 개를 사다가 키워서 한번 싸움을 붙여봐?
아니지 약물로 조용히 저놈을 보내는 방법을?

그 후에도 그놈의 변을 가끔 치우면서 묘책을 강구 하여도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옆집이 식당이다 보니 쥐가 들끓어 우리가게 사무실에도 쥐가 들어와 쮜똥을 싸놓기 일쑤였다.
쥐덪으로 잡아서 쥐를 잡다보니 이놈의 쥐들도 약아서 효과가 없게 되었다.
그러다가 쥐끈끈이를 사용하였는데 효과가 좋고 처리하기도 좋았다.

어느날 쥐끈끈이에 붙은 쥐를 묻으려 하는데 그놈의 진돗개가 접근하여 끈끈이에 붙은채 살아있는 쥐를 보고 흥분을 하는게 아닌가?
순간!
나는 말할 수 없는 희열감에 젖었다.
"혈통을 자랑하는 네놈도 개 일뿐이란 말이다. 네놈도 쥐고기맞을 한번 보면 어쩔수 없을꺼야."
그런데 "케리!케리!"
개주인이 그놈을 부르며 찾는것이 아닌가?
혈통을 장황하게 늘어 놓으며 쥐 같은건 안먹고 죽여 놓기만 한다는 말을 하던 주인 앞에서 쥐를 건넬수는 없었다.

나는 재빠르게 쥐를 붙어버렸다.아쉬움과 함께 ...
개주인은 방금전 상황을 전혀 모른채 개를 모시고 사라 졌다.
"언젠가 쥐맛을 보게 되리..흐흐.."

그 이후 아침에 가끔씩 그놈이 만들어 놓은 변을 치우며 나는 복수의 날을 기다리고..

며칠후 끈끈이에 붙어서 아직 살아 있는 쥐 끈끈이를 치우려 하는데 케리 그놈이 자기집 앞마당에서 놀고 있는게 아닌가? 주인은 안보이고...
나는 그놈의 관심을 끌고 그놈이 내손에 있는 쥐끈끈이를 보게 한 다음 후미진 곳에 슬쩍 던져 놓았다.

그리고 나는 사무실에서 그 놈을 관망을 하면서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상상하며 음흉한 웃음을 짓고...

끈끈이에 접근한 케리는 아직 살아서 자신을 보고 안간힘을 쓰는 쥐를 덥석 무는게 아닌가?

아! 그런데 잠시후 상황이 돌변하였다.

끈끈이가 개주둥이에 붙어서 이를 떼려고 개가 바둥거리다가 안되니까 머리를 좌우 상하로 흔들어 재끼는게 아닌가?
그럴수록 끈끈이는 개얼굴을 감싸고...

드디어 주둥이와 얼굴에 살아있는 쥐와 함께 끈끈이가 달라붙은 개는 겁에질려 몸부림과 함께 거친숨을 몰아쉬며 본능적으로 자기 집으로 돌아가려고 바둥 거렸으나
끈끈이로 인하여 시야를 완전히 가린개는 담벼락과 나무 그리고 자기집 대문에 소리가 나도록 부딯치며 겨우겨우 자기 집에 이르르게 되었다.
마당에서 심상찮은 소리를 들었는지 개주인은 개를 보자 자기도 놀라 감히 개에게 접근을 못하는게 아닌가?

개를 놀려주려던 나의 의도 와는 달리 심각한 상황이 되어지다 보니 자칫 큰일이 날것 같아 마음을 진정시키며 애써 태연한 척 나의 주업인 차를 고치면서 곁눈질로 상황을 관망 하였다.

개주인은 개 이름을 애절하게 부르며 겨우 개를 진정 시키고 끈끈이를 잡아떼려고 하니 개는 더더욱 개(괴)성을 지르며 몸부림을 쳤다.
몸에 붙은 파스를 확 잡아 떼면 아픔이 덜 하다는 걸 주인도 아는지 끈끈이를 두손으로 잡아 힘껏 당기니 개가 딸려오면서 더더욱 비명을 지르다 못해 거의 실신상태에 이르는것 같았다.

개주인은 개를 다시 진정 시키고 가위로 끈끈이를 대강 잘라낸 다음
개머리를 감싸 붙은 접착제를 이발하듯 떼어 내주고 있었다.
나는 개주인이 혹 나에게 몰아부칠 험한 말을 예상하며 끝까지 내일을 하고만 있었다.

잠시후 상황이 끝난듯 개는 자기집 개줄에 묶인채 넋을 놓고 침을 흘리고...

잠시전의 소동을 우연히 본듯 나는 아들과 함께 개구경을 갔다.
개는 머리부분이 가위자욱들로 인하여 군데군데 털빠진 점박이 모양새가 되어 있었다.

"아니? 이놈이 끈끈이를 어떻게 발견하고 물어간남?"
나는 웃음을 참아가며 개 와 주인을 위로하고 있었다.

그 후 개는 우리 가게를 접근하지 않고 나의 시선을 피하는것 같았다.
단순한 장난이 개에게 얼마나 고통을 주었는지 두고두고 마음에 걸리었다.
10 여년이 지난 지금 그 개 주인을 찾아가 사과 하고 싶다.

오늘도 퇴근길에 자기집에 들어 앉은 개에게 먹이를 주면서 추운 겨울밤을 밤새 떨면서 보낼 개 생각하니 측은해 보인다.
개야 미안하다.가게좀 잘 지켜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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