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황의 터널에 갇혀 새 해를 맞은 가난한 이들에게 최근 며칠간 한강을 얼려버린 추위는 쪽방주민들과 거리에서 잠을 청하는 이(노숙자)들에게 정말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서로의 체온에 의지해 추위를 쫓아보려는 사람들로 대합실 의자마다 만원이고 새벽마다 일자리를 찾으려고 입김으로 손을 녹이는 이들의 겨울나기는 참으로 애처롭기만 하다.
지난 년 말 참으로 어려운 경제난 속에서 살아 온 우리 국민들이었지만 오히려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는 온정의 손길이 부쩍 늘었다는 소식을 접하며, 정 많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모습을 다시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훈훈하였다. 특히 구두를 닦으면서 모은 돈을 내어 놓은 이들이 있는가 하면, 최근 해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이웃들을 위한 마음 씀씀이도 갈수록 높아져가고 있다. 기쁨을 나누면 두 배가 되고, 고통을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고 했던가.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겨울캠프 장소로 선뜻 대학의 공간을 사용하도록 허락한 안성의 두원공과대학이 이번에는 쪽방주민들과 노숙자들을 위해 지난 1월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서울 답십리 ‘밥퍼운동본부’에서 ‘밥퍼 행사’에 교수들과 직원가족 그리고 학생들이 팔을 걷어붙였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따라나섰다.
행사에 참여하는 이들에게는 작은 정성이지만 한 끼의 식사를 해결해야만 하는 이들에게는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닌 것이다. 이 행사를 기획한 두원공과대학의 총무처장(지승돈)은 “교수들과 직원들의 월급에서 두 달간 일정액을 모아 경제난이 극심해지고 있는 이때에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는 우리들이 사랑을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에 모두들 동의하여 이렇게 참여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첫날에는 모두가 긴장하여 혹시나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음식에 들어갈까 노심초사하였고, 바쁘게 음식을 담는 손길은 분주하기만 하였는데, 어느 덧 시간이 지나고 다음 날이 되면서부터는 조금 익숙해졌는지 밥을 퍼 주는 이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묻어났다.
대형 재해 직후나 연말연시의 감성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지는 일회성 행사로 시작했을 것이라는 다소 비판적인 측면도 없진 않지만, 그러나 이 ‘밥퍼행사’는 일 년 내내 지속되고 있다. 비록 참여하는 이들에게는 하루 이틀의 작은 온정이지만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는 하루하루 매우 긴요한 일용할 양식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행사에 참여한 한 학생은 “따뜻한 밥으로 추위를 녹이고 식당 문을 나서며 ‘감사하다’는 눈길을 보내는 이들의 마음이 전해졌을 때, 학교 홈페이지에서 이 행사에 참여하겠다고 용기를 내었던 것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다.
“일회적 행사를 넘어 일상적 나눔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자의 말에 총무처장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가칭 ‘두원 봉사단’을 조직하고, 매월 급여에서 후원금을 적립하여 지역사회봉사 및 후원 사업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 일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였다.
지난 연말과 2005년의 1월의 추위를 녹이는 인심은 어느 때보다 포근하였다. 지난 12월 부산 서면에 설치된 구세군 자선냄비에 50대로 보이는 익명의 한 남자가 ‘뉴스가 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라는 글을 남기고 2000만원짜리 수표를 기부하였다고 한다. 점점 더 경제가 어려워지는 이 때,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일회성을 넘어,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며, 지속적으로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는 이웃들이 많아지는 사회가 되어 사랑의 체감온도를 높아만가는 그런 乙酉年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洙)
|
|
|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