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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지 않고 영화 평을 쓴다고?
억지다.
나는 영화평을 쓰려는 게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영화 광고평을 쓰려는 것이다.
몽정기 1편은 재밌었다. 사춘기 소년들이 겪을 법한 성에 관한 말못할 비밀, 고민을 솔직하고 가볍게 유쾌하게 버무렸다. 영화보는 약 60분 가량의 시간동안 아주 많이 웃을 수 있다. 몇 개 코믹한 장면도 기억난다. 남학생들이 파란 체육복을 입고 철봉에 다리를 꼬며 매달린 장면이나, 영화의 마지막에 갑자기 가수 싸이가 여학교에 나타나 겪는 황당 에피소드는 지금 생각해도 키득키득 웃음이 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몽정기 2편은, 아니 몽정기 2편의 광고는 그다지 나의 흥미를 자극하진 못한다. 2편은 여학생을 주인공으로 해서 만든 거라는데, 영화의 광고만을 본다면 여학생들의 입장에서 쓰여진 영화는 아닐거란 추측을 하게한다. 사춘기 소녀도 성에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있겠지만, 영화의 포스터가 제시하는 이미지는 소녀들의 유쾌한 호기심 쪽 보다는 에로틱한 이미지의 전달이 우선이라고 느껴진다.
바탕의 빨간 색과 제목의 분홍색, 여주인공의 입은 옷색깔이나 발그레하게 칠한 볼터치까지 전체적으로 붉은 계통의 색깔을 많이 쓴 영화 포스터는, 인터넷에서 갑자기 뜨는 음란 광고의 팝업창의 분위기와 너무 닮아있다. 여학생들이니까 당연히 입었겠거니 생각되는 교복 마저도 오히려 도색적인 느낌을 자극한다는 생각도 든다. 인터넷 광고에서는 얼굴이 발그레한 여학생의 말풍선에서 'Ha~'하는 소리가 왜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
짤막한 광고와 포스터 이미지 만으로 영화 한편을 재단한다는 것은 위험한 것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 광고에 배어있는 것이 그런 식으로 관객 좀 끌어보려는 얄미운 심보인 것처럼 여겨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영화 실제 내용이 어떻건 간에.
영화를 본 사람들이 영화에 대해 평할 것이다.
나는 영화를 보지 않았고, 그 영화를 별로 볼 생각이 없다.
그 영화를 보는 누군가 평하겠지만, 나는 영화 광고 본 것으로 영화를 평가했다.
기준은 보는 사람 마다 다를 수 있다.
내가 편협한 건지도 모른다.
만일 영화 광고가 영화를 드러내는 것이라면, 그 영화는 굉장히 남성적인 시각에서 다루어진 여학생의 성이야기일 것이라고 보여진다.
만일 영화 광고가 마케팅, 그러니까 더 많은 관객을 끌어 모으는 데에 주안점을 둔 것이라면 어쩌면 이 영화 광고는 보다 목적에 부합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관객을 이런식으로 자극하는 것은 다소 천박한 전략이라는 느낌도 들고 여성인 나로서는 대상화한 여성들 혹은 여학생들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마저 든다. 이렇게 관객을 모아야 하는 것일까?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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