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격투기가 폭력적이라면 국회는?

[주장]이경숙 의원의 문제제기로 방송 폐지된 이종격투기를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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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섭(surfingman)등록 2005.01.17 18:38
지난 2004년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이 KBS SKY의 이종격투기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며 문제제기를 했다. 이에 KBS SKY 측은 오는 24일부터 이종격투기 프로그램을 전면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종격투기 팬으로서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경숙 의원은 이종격투기가 잔인하고 야만적인 스포츠로 사람들에게 폭력성을 조장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비단 이경숙 의원뿐만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이유로 이종격투기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종격투기는 최소한의 경기규칙과 타격은 물론 조르기, 관절꺾기, 던지기 등 모든 공격수단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권투, 유도, 레슬링, 태권도 등의 다른 격투기보다 더 폭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달리 말하자면 '싸움'에 제일 근접한 격투기 경기로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폭력적이고 교육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이종격투기 방송을 폐지한다면 국회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국회는 이종격투기보다 더 잔인하고 폭력적이다.

이종격투기는 선수들이 자신이 갈고 닦은 무술과 힘을 바탕으로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이다. 이종격투기를 관전하다 보면 상대를 제압한 선수는 상대가 기권할 수 있도록 여유를 주는 것을 볼 수 있다. 상대 선수가 치명상을 입지 않도록 하는 배려인 것이다.

상대 선수가 기권을 하면 더 이상의 공격을 하지 않고 상대를 일으켜 준다. 심판 또한 쓰러진 선수에게 계속해서 공격을 가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승부는 한 선수가 상대를 제압하는 그 순간 끝이 나게 된다. 경기는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누가 더 센가만 가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를 한 번 보자. 국회는 알다시피 미국의 침략전쟁으로 판명난 이라크 전쟁에 파병에 이어 추가파병, 또 연장까지 통과시킨 바 있다. 이라크전쟁으로 인해 수만 명의 민간인이 죽었으며, 이라크 국민들의 터전은 초토화 되었다. 또 항복한 이라크 포로들에게 가한 학대는 잔인함을 넘어 인간의 악마적 광기마저 보여주었다.

사람 죽이는 잔인한 침략전쟁에 우리 장병들을 보낸 국회와 치명상은 입히지 않는 이종격투기 중 어느 쪽이 더 잔인하고 폭력적인가?

국회는 이종격투기보다 더 무규칙이다.

이종격투기는 급소 가격이나 팔꿈치 공격 등을 금지하는 최소한의 경기규칙으로 치러진다. 이는 선수 보호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다른 무술간의 대결이다 보니 특정 규칙이 한 쪽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선수와 심판은 철저히 정해진 규칙에 따라 시합을 치른다. 설사 규칙이 어느 특정 무술에 불리하게 작용하더라도 선수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회에는 엄연히 국회법이 있지만 유명무실일 때가 많다. 최근의 국가보안법 폐지안만 해도 그렇다. 국회의원들은 정해진 국회법에 따라 법안을 처리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당리당략만을 생각하며 법사위회의실을 점거해 버렸다.

이는 국회법을 무시한 것이다. 또한 국회의원들이 저지르는 각종 비리, 탈법, 폭로 등이 면책특권, 체포동의안 부결, 석방결의안 가결 등으로 보호받다 왔다. 즉,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만든 법을 지키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악용까지 한 셈이다.

규칙이 있어도 지키지 않는 국회와 정해진 규칙을 제대로 지키는 이종격투기 중 어느 쪽이 더 무규칙인가? 국회는 이종격투기보다 더 지저분하다.

지난 아테네 올림픽에서 태권도 문대성 선수가 패자인 그리스의 알렉산드로스 니콜라이디스 선수를 따뜻하게 위로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문대성 선수는 이 일로 페어플레이상까지 수상하였다. 승자는 패자에게 위로를 전하고, 패자는 패배를 깨끗하게 인정하며 승자의 팔을 들어주며 축하해주는 장면은 이종격투기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또한 석연치 않은 판정이 있을 때도 패자는 이의를 제기하거나 링을 점거하지 않는다. 경기를 확실히 제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자책하며 다음의 설욕을 다짐한다. 이종격투기에서는 승부는 깨끗하고 확실하다.

그러나 국회는 다르다. 대선이든 경선이든 무수히 많은 경선불복을 봐 왔다. 또한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는 법안에 대해서는 수의 힘이나 물리력으로 저지하기도 하고, 강행처리하기도 하는 것도 봐 왔다. 여당과 야당이 겨우 합의한 사항을 쉽게 깨버리는 일이나 서로에 대한 인신공격도 수 없이 봐 왔다. 국회에서 깨끗한 승부를 보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다.

당리당략을 위한 지저분한 진흙탕 이전투구를 펼치는 국회와 승패를 깨끗하게 인정하는 이종격투기 중 어느 쪽이 더 인간적이고 깨끗한가?

정리하자면 국회는 이종격투기보다 더 잔인하고 폭력적이며, 규칙을 잘 지키지 않으며, 비겁하다고 할 수 있다. 이종격투기가 폭력적이고 교육적이지 못하다고 방송을 폐지해야 한다면 국회는 해산해야 한다.

이종격투기는 현재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영화, 드라마, 음악, 소설 등의 창작물이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해서 전면 금지하지 않듯이 이종격투기 또한 방송금지 시켜서는 안 된다.

만일 이종격투기로 인해 폭력적 성향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면 이들에겐 교육과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것이지 방송 폐지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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