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경 편집장과의 유쾌한 수다

솔직담백한 아줌마 기자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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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shower8353)등록 2005.01.19 19:18
TV에 나와 아줌마임을 자랑스럽게 얘기하며 매끄러운 입담을 자랑하는 유인경씨를 보며 많은 사람들은 그의 직업을 궁금해 한다. 속 긁어주는 이야기를 해주다보니 자연스레 찾는 사람도 많다. 바쁜 시간을 빼앗는 것을 미안해했더니 오히려 그는 손사레 치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솔직담백한 이야기꾼

사진: 최승혁
Q:신문기자, 방송패널, 라디오 진행자, 강사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 중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되는 분야는 어떤 것인가요? 글쓰기와 말하기 중에서 어떤 쪽이 편하신가요?

A:저는 말하듯이 글을 쓰기 때문에 어느 쪽이 더 어렵다는 건 없어요. 타인에게 말거는 작업이기 때문이죠. 그래도 글을 쓸 때가 더 행복해요. 글쓰기로는 오해를 받아본 적이 없어요. 글은 걸러지기 때문에 정제된 모습을 하고 있죠. 그런데 말에는 감정이나 억양 등이 실려서 오해받을 때도 있어요.
제 솔직한 화법이 요즘 트렌드와 잘 맞는 듯해요. 과거에는 지적인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을 찾았죠. 요즘에는 솔직함이라는 코드에 맞는 패널이 많이 초청받는 것 같습니다. 방송을 아슬아슬하게 한다는 분들이 있는데 최소한의 선은 지켜가면서 방송을 하죠.

Q:그러한 직설적인 화법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A:원래부터 솔직한 성격이었던 건 아니에요. 전 6남매의 막내였는데 형제자매들한테 나름대로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모르는 걸 아는 척 하고 가만히 있기도 하고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서른살이 넘어서부터 직설적 화법이 강해졌죠. 위선자가 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말이에요. 사람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노릇인데 한 분야에 정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코드가 맞는 이들과 한편이 되고,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해요. 저는 “내 생각은 ~하다, 네 생각은 어떠니?”라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기사를 쓴다고 생각해요. 중학교 3학년 이상의 보편 타당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보면 모두 이해할 수 있죠. 저는 제 자신이 아주 지극히 평범한, 보통사람이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기자 유인경은 엄마형 리더

사진: 최승혁

Q:굉장히 하시는 일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지내세요?

A:일단 제 본업은 <뉴스메이커> 편집장이고요. ‘아주 특별한 아침’의 고정패널로 출연중이고, 라디오 ‘인물포커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정적이지는 않지만 대학과 기업체에 출강도 해요. 그리고 현재 9개의 지면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기도 하고요.

Q:<뉴스메이커>의 전체적인 방향을 어떤 식으로 잡아가시나요?A:20명의 후배와 회의를 통해 기사거리들에 대해 상의를 합니다. 책임져야 할 일도, 결정해야 할 일도 많지요. 여러 가지 부분을 꼼꼼히 챙기는 게 어려워요. 판매와 광고에서부터 총괄적인 경영까지 신경을 써야해요. 시사일간지이기 때문에 주로 정치, 경제, 시사를 많이 다루는데 사실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늘 정치이야기만 하는 것보다 여성으로서 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된 것들을 채택하려고 합니다. <뉴스메이커>의 성향이 좀 달라졌다고도 볼 수 있지요. soft해졌죠. <뉴스위크 한국> 같은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에요. 이번주 <뉴스메이커> 특집기사는 ‘게이’에 관한 겁니다. 신문도 좀 달라져야 한다고 봐요. 지금도 변하고 있고 앞으로도 많이 달라질 거에요.

Q:그렇게 여성부, 생활문화부에서 오랫동안 기자생활을 해 왔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어떤 부에서 일하는 게 가장 재미있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하세요?

A:저는 <경향신문>에 입사할 때부터 유부녀였어요. 대학 졸업 후에 <여성조선> 등 잡지사에서 활동하다가 결혼하면서 직장을 그만뒀는데요. 아이가 세 살 때 생활 문화부의 주부 기자 특채를 통해 사회로 돌아왔어요. 제 생활자체가 기사거리였죠. 아이엄마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호주제나 남녀평등, 가족 문제에 대해 더 밀접하게 접근을 할 수 있었죠. 관심이 높았던 부분이기도 했고 그래서 굉장히 만족감이 높아요.

Q:'여성' 편집장이기 때문에 유리한 점이나 불리한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여기자로서의 약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취재원과의 유대감을 쌓아가는 것이 좀 약하다는 거죠. 술자리 같은 사적자리에서 얻는 소스도 많은데 저는 술을 안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취재원 대부분이 남자라 여자로서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여자라서 오히려 유리한 면도 많죠. 저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한테 간식을 많이 사다줘서 인기있는 편이에요. 그리고 아랫사람들을 다독거리는 성격이죠. ‘엄마형 리더’라고 생각합니다. 남자들이 잘 못 보는 건강, 자녀교육, 섹스 문제 등에 눈을 돌릴 수 있고,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고요. 10년 전 팀장을 맡았을 때에는 나이 어린 여자 상사를 어떻게 볼까 싶어서 좀 껄끄럽게 느껴졌지만 세월이 쌓여 갈수록 여자만의 포용력이 커졌죠.

Q:일간지와 주간지에서 활동하는 것의 차이점을 좀 알려주세요. 특별히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활동하세요?

A:일간지는 주로 발생기사 위주로 취재한다면 주간지는 수십 가지 꼭지의 기획기사를 실어야 하죠. 일간지에서 활동할 때는 24시간 단위로 돌아가기 때문에 긴장감이 훨씬 더 하지만 오히려 몸은 더 편해요. 출입처의 개념이 있고 몇일 단위로 야근을 하면 되지만 주간지 같은 경우는 마감이 가까워지면 거의 밤샘작업을 해야하죠. 심층취재를 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고 거기에 염두를 많이 둡니다.


즐거운 그녀
사진: 최승혁

Q:‘유인경이 만난 사람’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기자 생활 중에 취재원을 정말 많이 만나셨을 텐데 그동안 만났던 취재원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었나요? 어떤 점이 좋으셨죠?

A:기억에 남는 분들 너무 많죠. 별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사람향기가 나는 사람도 있었고, 만나기를 기대했던 사람에게 실망한 경우도 있었어요. 주로 실망한 사람들은 정치하시는 분들이었는데요 아무래도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호흡이 긴 기사를 쓰기는 힘들죠. 그래도 유명인들에게는 ‘무언가’가 있죠. 공통점을 꼽으라면 지독히도 성실하다는 거죠. 그중 특별히 기억남는 분들이 있다면 이번주 뉴스메이커에 실린 한승원 변호사님이요. 정말 유머감각이 뛰어나신 분이었어요. 늦게 오셔서는 화장실에 'men'이라고 써 있어서 혼자는 못 들어가는 줄 알고 다른 사람과 함께 들어가느냐고 늦었다고 말씀하시는 거에요. 내가 즐거워야 사람을 만나도 이야기가 잘 되고 해서 재미있는 사람들을 만나려고 하는 편이죠.

Q:‘아줌마’기자를 유달리 강조하는데 어떤 이유에서이죠?

A:결혼한 게 너무 자랑스러워서요. 제가 70번 선을 봤는데요 결혼 못할 줄 알았거든요.(웃음) 아줌마라는 호칭에 개의치 않아요. 오히려 아줌마라는 말은 편안한 이미지를 주기 때문에 좋아요. 사실 저만의 차별화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죠. 기자라기 보다는 ‘아줌마’로 다가가면 상대방을 무장해제 시킬 수 있어요. 취재원을 편하게 이끌어낼 수 있죠.

Q: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으신가요?

A:목표를 하나 설정해서 틀에 박히는 것보다, 내일을 위해 오늘 하루를 충실히 잘 보내는 편이 더 좋아요. 좋은 축구 선수가 되기 위해 열심히 뛰는 것도 좋지만, 열심히 뛰다 보니까 좋은 축구 선수가 되어 있다는 것도 근사한 일이지 않을까요. 가다보면 어느새 도달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전 경향신문에서 최고령 여기자거든요. 회사에서 잘리면 ‘여러가지 문제 연구소’를 차려서 해볼까 생각중이기도 하고요.(웃음) 앞날을 단언할 수 없겠지만 확실한 것은 언제나 재미있게 살겠다는 거에요. 저는 요즘도 만화책을 좋아하고 드라마를 보면서 울기도 해요. 감동하느라 바쁜 세상입니다.
사실 기자는 좋은 일을 할 기회가 많죠. 이름이 팔리면 팔릴수록 좋은 일 할 수 있는 기회가를 가질 수 있어요. 정부의 지원을 받는 생활이 어려운 아이들을 취재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사춘기의 소녀들이 생리대 문제로 마음을 다치는 걸 보고 마음이 아팠어요.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누가 그 비싼 생리대를 일일이 챙겨 주겠어요. 그래서 보는 사람들한테마다 좋은 일 하라고 권했고 다들 도움을 줬죠. 제가 기자가 아니고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면 그만큼 도울 수는 없었을 거에요. 그래서 신뢰도 쌓기가 중요한가 봐요. 착한일 복덕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아요.


같이 있으면 10분이 1시간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유인경씨와 대화하는 내내 그는 사람을 유쾌하게 만들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마치 동네에서 제일 입담이 좋은, 솔직한 말들로 인기 많은 부녀회장님을 만나고 있는 기분까지 들었다. 본인은 모자란 기자라고 너스레를 부렸지만 오히려 인터뷰하러 간 사람에게 편하게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그는 분명 멋진 기자였다. 돌아오는 길, 유인경씨를 생각하면 마음이 흐뭇해져 발걸음이 가벼웠다.



1959년 서울 생.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조선일보 출판국, 경향신문 대중문화부 차장 등을 거쳐 현재 뉴스메이커 편집장.
MBC TV '아주 특별한 아침' 등 방송출연.
대학과 직장인을 위한 강의활동도 함.
<유인경의 해피먼데이>, <웬수들과 살기>, <내인생 내가 연출하며 산다> 등 저술.

이은정 기자(shower83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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