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을 위한다는 영화제’ 과연 무엇이었나

PiFan 떠나는 프로그래머, 집행위원장 없는 ‘비상식적 영화제 운영’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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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온(kjo91n)등록 2005.01.27 18:54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가 9회 영화제를 앞두고 ‘집행위원장 없는 체제’로의 운영이 불가피하게 됨에 따라 ‘선장 없이 떠다니는 배’가 됐다.

PiFan 이사회는 지난 24일 오후 5시 회의를 통해 정홍택 신임집행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함과 동시에 프로그래머 3인(김영덕, 김도혜, 손소영)에 대한 재임용 건에 대해 부결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번 9회 영화제는 집행위원회조차 없이 ‘절름발이 집행위원장’ 체제로 존재했던 예전보다 후퇴해 집행위원장 조차 없이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결정됐다.

재임용이 부결돼 김영덕 프로그래머를 만났다. 프로그래머실을 찾았을 땐 KBS ‘시사투나잇’과의 인터뷰로 이미 상기된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 5회 PiFan부터 부천과 인연을 맺어 온 김영덕 프로그래머는 “영화제의 정체성과 자산을 마지막까지 지키려는 노력이 완전히 거부됨으로서 이제 영화제는 실무 경험이 없는 사람들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집행위원회와 집행위원장의 체제로 영화제를 이끌어야 함에도 집행위원장 조차 없이 영화제를 만든다는 것은 비상식적으로 시민과 관객이 어떻게 바라볼지 의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또 “공공의 문화적 자산을 관(官)에서 정책에 따라 좌우지 한다는 것에 항의하고 분노해야 할 것”이라며 “시민을 위한다는 미명아래 실제 이같은 일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것인지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영덕 프로그래머가 마지막으로 PiFan을 걱정하며 남긴 말이다.

“시민의 것이자, 대중의 것이므로 끝까지 지키려 했던 PiFan의 정체성과 내용을 담보해야 하는 사람(프로그래머)으로서 그것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그 일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이사회 결정(재임용 불가)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시민을 위한 영화제가 과연 무엇이었나.” “그 내용이 어떤 의도였는지 밝혀지고, 밝히고자 한 적이 없다.”

“짧은 시간에 완전히 파괴시켜 버리는 집행방식의 엄청난 결과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영화제의 태생은 부천시의 정책적 문화의지로 출발했다. 이미 지난해 영화제에 7만여명의 관객이 PiFan을 즐겼으며, 심야상영/씨네락나이트 등 PiFan이기에 가능했던 절대적인 호응들은 젊은 부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비주류 영화제로서, 대안적인 영화제로서 다양한 섹션을 아우른 PiFan에 대한 갈증은 서서히 시민들에게, 관객들에게 다가올 것으로 생각한다.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해보고 싶다.”

“프로그래머는 상영영화를 섭외하는 작업 속에서 영화제의 색깔을 규정해 가는 책임을 지고 있다. 이미 올해 9회 영화제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특별전과 기획전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태리 호러 특별전 등이 그것이다. 사람들은 매달 영화섭외 작업이 시작되고, 이뤄지고 끝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영화섭외는 프로그래머들만의 영화계 인맥을 통해 진행되고, 그 결실은 영화제를 바로 앞둔 시점에서 나타난다.”

“이시회가 끝난 뒤 오늘(26일, 인터뷰 당일) 짐 정리를 위해 사무실을 찾았을 때 재임용 심의결과를 통보받았다. 공문을 통한 통보였다. 재임용이 부결됐음을, 2005년도 영화제 준비 일환으로 해외출장 관련 해외 작품섭외 및 게스트 섭외 관련 사항을 오는 2월 18일까지 인수인계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프로그래머는 영화를 통해 영화제의 성격과 색깔, 정체성을 규정하는 이상 새로 임용될 프로그래머들이 자신들의 역량과 포부에 맞는 영화섭외 등의 작업을 이끌어 갈 것으로 본다. 이와 같은 업무의 특성상 인수인계가 가능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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