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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보산업계에서 떠오르는 화두 중 하나가 DMB 서비스 실시라고 생각된다. 방송과 통신의 결합이라는 최첨단 기술의 향연은 사람들에게 많은 즐거움과 유익한 정보를 줄 수 있을 것이지만, 잘못 사용된다면 그로 인한 부작용도 막대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최근 과학기술의 발전에 비해서 우리는 그러한 기술을 향유하기 위한 기본적인 정신문화와 소양이 얼마나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을 보면 자신의 뜻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무수한 욕설을 적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정보의 공유란 이름으로 수많은 개인 사생활이 노출되기도 하고, 온갖 인터넷대중영합주의가 판을 치기도 한다. PC방이라는 곳을 가 본다면 사무나 지식 검색 보다는 자욱한 담배연기 속에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게임의 소음에 둘러싸인 청소년들을 보게 된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다 보면, 주위를 의식치 않고 떠드는 통화 소리에 어느 집에서 저녁으로 무슨 찌개를 먹게 되는지 까지 원하지도 않지만 알게 되기도 한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아무데서나 폴더를 일자로 길게 세우고 자기 사진 찌기 바쁜 사람들을 보기도 한다. 최근에는 핸드폰이 수능부정에 이용되기도 하였다.
우리는 과학기술의 과잉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과학기술의 과잉’이라 함은 그 사용자들이 미처 정신적으로, 사회문화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기술이 공급되는 상황을 말한다.
엔지니어들이 밤을 세워 만든 핸드폰을 사용자들이 에티켓 없이 아무데서나 마구 사용한다면, 핸드폰을 만든 엔지니어들은 자신들이 한 일에 보람을 느낄 수 있을까? 수많은 과학기술자들이 만든 인터넷이 원래 의도한 바와는 다르게 나쁜 방향으로 이용된다면 어떻겠는가? 게임 개발자들은 공부와 업무에 지친 사람들이 적절하게 여가시간에 즐기도록 게임을 개발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 많은 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져서 좁은 공간에 머뭄으로써 우리의 공간은 고구려 시대의 넓은 만주벌판에서, 한반도로, 이제는 남북분단이 되어 반도의 반으로 되는 것도 모자라, 방 한 칸도 안 되는 공간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정신문화의 속도가 과학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 하여 발생하는 문제점은 앞으로 계속 일어날 수 있다. 핸드폰이 널리 보급되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국민들 간에 대중교통 수단 안에서, 공공장소에서 에티켓을 가지고 사용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더라면 오늘과 같이 무질서하게 사용되지는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러한 준비없이 핸드폰이 보급되다 보니 한 두 사람씩 대중교통에서 핸드폰 사용하고, 이게 용인되다 보니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아무 꺼리낌없이 대중교통, 공공장소에서 마구잡이로 사용하게 된 것이 아닐까?
DMB서비스의 정식 서비스에 앞서 DMB서비스가 이런 앞서의 전례를 따르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일단 현재의 상황으로 본다면 서비스 사업자들이 방송컨텐츠의 부족으로 서비스 초기에 지상파 TV 재전송과 더불어 성인,오락 같은 저급한 컨텐츠의 양산에 급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당장의 수익 창출에만 급급하여 생산된 저급한 방송 컨텐츠가 양산된다면 또 하나의 바보상자가 탄생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 점에서 서비스 사업자들은 양질의 고급 방송 컨텐츠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우려되는 점은 DMB서비스를 현재의 핸드폰과 같이 대중교통, 공공장소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될 가능성이다. 만일 버스 안에서 서너명이 동시에 방송을 시청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소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야기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DMB 서비스 사업자 또는 서비스 사업자 예정자, 정통부 등의 정부 어디에서도 이에 대한 대책마련 등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듣지는 못 했다. 어떤 법률이나 규칙의 제정이 필요할 수도 있으며, 뉴스미디어 기관등의 여론조사를 통한 DMB서비스를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국민간의 정서적인 공감이나 합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방송과 통신의 결합이라는 DMB서비스는 잘만 이용한다면 우리에게 많은 유익한 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잘 못 사용한다면 많은 문제점을 야기할 수도 있다. DMB서비스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을 지 없을 지는 전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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