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의 과거와 미래

한일협정문서 공개를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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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철(ttpple)등록 2005.02.03 14:18
올해는 한일 국교수립 40주년을 기념하는 '한일 우정의 해'다. 며칠 전 일본에서의 개막 행사를 시작으로 양국에서는 ‘한일 우정의 해’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질 예정이다. 또한 작년 말부터 시작된 한, 일 FTA 협상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일본과의 미래지향적인 관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점에 불거진 한일협정 문서 공개에 따른 파장은 한일 관계의 평탄치만은 않을 전망을 동시에 갖게 한다. 미래지향적인 관계에 대한 기대와 씻겨지지 않는 과거에 대한 아픈 기억을 동시에 갖고 있는 나라. 일본은 우리에게 언제나 ‘가깝고도 먼나라’일 수밖에 없을까.

한일 양국 정부는 수많은 희생자를 남기고 막을 내린 2차대전에 대한 후속처리를 간단한 합의로 마무리했다. 한국정부는 피해 보상을 명목으로 시급한 ‘새마을 건설’ 자금을 받아내고, 일본정부는 전승국에 대한 피해보상의 도의적 책임을 ‘경제원조’로 얼버무릴 수 있었다. 정부간의 타협으로 전쟁에 의한 피해 보상 문제를 해결해낸 것이 이번에 공개된 한일협정 문서에서 드러난 내용이었다.

공개된 한일협정의 내용을 보면 경제 발전에 모든 것을 걸었던 우리 정부의 ‘70년대 경제개발’식의 다급함이 읽혀진다. 무언가에 쫓기듯이, 경제성장 이외에는 안중에 없다는 듯이 달려온 우리 현대사의 다급함이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가 ‘OECD 가입’, ‘세계 10대 규모의 경제 대국’이라고 자족하기도 하지만, 70, 80년대의 역사가 우리에게 남긴 과제 또한 만만치 않다.

의문사를 비롯한 독재의 잔재, 마구잡이 건설로 인한 부실공사, 기업들의 과도한 팽창이 남긴 경제 구조적 문제, 그리고 이번에 공개된 한일협정의 부실한 내용 또한 이러한 연장선상에 있다. 21세기 첨단 경쟁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극복해야할 우리의 역사들이다.

세계화 시대에 이웃 나라들과의 올바른 관계 설정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한일협정 문제는 이러한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유럽연합을 형성함으로써 세계무대에서 강한 지역공동체로 부각된 유럽의 사례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복잡한 역사를 가진 유럽이 통합을 위해 했던 노력들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전 유럽을 전쟁의 암흑에 몰아넣었던 독일의 철저한 반성과 보상노력, 그리고 유럽 공동의 역사 교과서를 만들었던 노력 등은 과거청산이 미래지향적인 관계설정과 동떨어진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이 가깝고도 ‘먼나라’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과거사 때문이다. 일제의 침략에 피해를 입은 강제 징용자, 위안부들의 한이 해소되지 않는 한, 그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한, 일본은 우리와 동반자가 되기 힘들 것이다.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역사 속에서의 한일간의 앙금을 걷어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시간은 미래에서부터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어느 역사학자가 말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치인 것을 우리는 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일이다. 한일협정에 대한 정부차원의 재검토, 그리고 일제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이 한일 관계 재정립을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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