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학교를 없앱시다.

입시와 효율위주의 교육이라면, 학교는 없는게 더 효율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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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우(ltw96)등록 2005.02.09 14:54
1965년, 광주제일고에 입학한 김남주 시인은 "입시위주의 획일적인 교육"은 받지 않겠다며 2학년 1학기때에 고등학교를 자퇴했습니다.
1999년, "씨네키드 김지현"은 스스로가 학교를 그만 둔 이유, 그리고 교육의 폐혜등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집인 "네 멋대로 해라"를 발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그녀는 1997년 학교를 그만두었습니다.
2002년, 필자 역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학교가 싫어서, 쓸데없는 학교가 싫어서 교문을 뛰쳐 나왔습니다.
그리고 올해 2005년. 올해에는 과연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교문을 박차고 나올까 궁금하군요.

입시위주의 획일적인 교육, 비효율 학교, 불합리 학교... 학교를 가리키는 저주스러운 말들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다못해 현장의 교사들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 하나 학교와 교육정책에 대해서 좋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희망이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교육에 대해 희망을 버린지 매우 오래입니다.

1965년에도 희망을 버리고, 1999년에도 희망을 버리고, 2002년에도 희망을 버렸습니다. 그리고 계속되는 절망과 탄식 속에서, 학생들은 마치 푸와그라를 생산하는 거위처럼 지식을 자기 입 속으로 "밀어 넣고"있습니다. 위장이 터질때까지 꾸역꾸역 잘도 받아먹습니다.

학교의 수업을 학원이 잠식했습니다. 학교 수업 도중에 "이 부분은 학원에서 배웠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어느 학교는 학원에 다니는 학생의 비율이 90%가 넘는다고 하더군요. 해도해도 너무합니다. 16-17세의 아이들이 무슨 천하장사라고 아침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잠자는 시간과 밥먹는 시간도 헌납하면서 공부에 매달려야 합니까?

지금 학교를 잠식하고 있는 말은 "결과와 효율"입니다. "정직과 진리"라는 말은 그 어디에도 붙어있지 않습니다. 정체불명의 "English Zone"이라는 푯말이 학교 한 구석,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휴계공간에 자리잡고 있고, 입시정보지와 배치표가 환경미화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으며, 고3 학생들이 가장 많이 보는 달력은 수능이 오늘부터 몇일 남았나 확인하는 "수능달력"입니다.

학생들은 유명 학원에서 실시하는 수능 모의고사를 한달에 두-세번씩 봅니다. 이때에는 학교가 학원의 모의고사를 사옵니다.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없습니다. 학교는 학원보다 저능하니까요. 학교 시험보다 학원 모의고사가 훨씬 더 효율적이랍니다.

이쯤에서 한가지 의문이 듭니다. "그렇게 수능이 중요하면, 왜 학교에 나가지?"

맞습니다. 학교 별로 필요 없습니다. 유명 학원들이 펴내는 교재와 모의고사를 사다 쓰는 학교, EBS의 유명 교사들은 죄다 학원들에서 끌어오는 사람들입니다. 학교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EBS 강의 잘 듣고있나 감시하는 "감시원"역할밖에 못하고 있습니다. 그 앞에서 "유명 학원 선생"들은 열심히 학생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정석이나 성문영어 한줄 더 읽히기 바쁠 뿐, 학원이 하지 않는 인성교육이라던가, 사회성교육은 전혀 하지 못합니다. 왜요? 시간이 없으니까요. 수능을 위해서 "효율"을 기치로 바라보고 뛰는데, 까짓껏 학생들끼리 쥐어박고 싸우고 왕따를 시켜도 별 수 있나요? 학생들 EBS 강좌 보는 것 감시하기 바쁜 선생님입니다. 당연히 그런짓 못하죠.

1965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입시위주의 획일적인 교육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이였고, 공부 이외의 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들에게 고통이였습니다.

1999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학생들을 수능을 위한 도구로, 하수인으로, 기껏해야 동물 이상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였고, 언제나 그렇듯이 수능은 정의와 진리와, 세상의 그 어느 원리보다 소중했습니다.

2002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학생들이 화장실 갈 시간, 아침밥 먹을 시간이 없어서 위질환에 대정질환에 병투성이가 되어서 구급차로 실려 나가도, 학교는 자기들 체면이 더 중요했습니다. 수능과 효율이라는 "말같지 않은 진리"를 내세워서 어떤것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005년.. 아마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1965년으로부터 40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학교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변화하라는 수많은 학생들의 외침과 죽음이 있었지만, 어느것 하나 바뀌지 않았습니다.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이제 학교는 시장과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맞춰주는 "붕어빵 기계"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이럴바에는, 학교를 없앱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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