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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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희(oddo)등록 2005.02.11 09:11
보건진료원은 승진이 없는 별정직이라 인사 고과와 관련이 있는 상을 받는 일은 늘 일반직 공무원에게 밀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특별한 일이 아니면 상을 받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작년 연말에 내가 우리 마을 이장님 덕분에 상을 받게 되었다. 이장님이 내게 상을 줘야 한다면서 면사무소 담당자에게 얘기를 했고 그 얘기가 발전하여 결국 내가 군수님이 주시는 모범공무원상을 받게 되었다.

작년 일년은 마을 노인들과 노인체조를 하느라 많은 시간을 함께 한 한 해였다. 55세 이상 된 분들 스물 일곱 명을 모아놓고 보니 50대는 몇 명 되지 않고 주로 60가 많았고 70 넘은 분들도 꽤 많았다.

이 분들에게 싸이의 챔피언에 맞춘 체조를 가르쳐드린다는 게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재미있게 배우셨다. 덕분에 힘든 줄 모르고 1월부터 대회가 있던 11월까지 참 바쁘게 살았다.

신협 2층을 빌려 일주일에 두 번씩 두 달이 넘게 연습을 하고, 농사일이 바빠지면서 경로당에 노래 테잎을 가져다 두고 저녁에 시간이 되는 사람들이 모여 틈틈이 연습하면서 농번기를 보냈다.

경연대회 날짜가 잡히고 옥수수철도 지나 조금 한가해진 틈을 이용해 본격적으로 경연대회 준비를 했다. 처음엔 농사일이 끝난 저녁 7시에 모여서 연습했고, 대회를 며칠 앞두고는 낮에도 모여서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중에는 체조하시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노트북을 들고 가서 보여드렸더니 그 것이 확실한 효과를 나타내었다.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체육복을 고르고, 머리에 쓸 두건을 만들고, 마을의 자랑인 대학찰옥수수를 홍보할 문구를 넣어 어깨띠를 준비하는 등 학예회를 앞둔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듯한 시간들이었다.

낮에는 가을걷이하면서 저녁에 따로 모여 연습하는 시간이 힘들만도 한데 그래도 게으름 피우지 않고 잘 따라와 주셔서 정말 다행이었다. 앞에서 체조를 가르쳐준 보건지소 담당자는 물론이고 할머니 노인회장님과 부녀회장님까지 주위의 많은 분들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셔서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큰 도움이 되었다,

누가 잘하네 못하네 토닥토닥 다투기도 하고, 서로 고생한다고 격려해가면서 준비한 몇 달 동안의 노력이 인기상인 반짝반짝 상과 상금 30만원으로 돌아왔다. 그 상금은 이번 겨울 경로당 난방비에 보태졌다.

그렇게 일년 동안 마을 노인분들과 고생하는 것을 보신 이장님이 추천을 해주셨다. 군청이나 군 보건소에서 알아서 챙겨주는 상이 아니라 주민이 추천해주어 상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 뿌듯하면서도 기분이 참 좋았다. 마을 이장님이 나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나를 객관적인 눈으로 봐서 인정해 주었다는 말인 것만 같아 사람을 기분 좋게 했다.

상을 받으면서 언젠가 운영협의회 때 한 해 동안 수고했다며 운영위원들이 모두 내게 박수를 쳐주었을 때 느끼던 그런 뿌듯함과 자신에 대한 대견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주민들에게 조금이라도 잘 하고 싶어하는 내 마음을 누군가 알아준 것만 같기도 하고.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공무원은 돈 모으는 것 보다, 승진하는 것 보다 주민들의 칭찬 한 마디가 가장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요즘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 군의 보건진료원들 모두 사기가 많이 저하되어 있다. 이렇게 기운 빠지고 주변사람들 때문에 하루하루 지내기가 힘들 때는 진료소를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보면 어떨까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지금의 이 직업이 내 천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지만 그래도 가끔 딴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잘못했을 때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것도 좋지만 잘할 때 잘했다고 칭찬해 주는 것이야말로 진짜로 일하는 사람을 신바람 나게 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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