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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치킨을 아시는지요?' 오마이치킨은 기존 닭튀김 집의 절반 가격으로 서민들의 지갑도둑을 자처하며 퇴근길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다. 목 좋은 길목에다가 전공요리를 할 수 있는 공간에 몇개의 테이블을 갖추고 있는 소규모 점포다. 처음에는 '오마이뉴스'가 '오마이치킨'과 겹치면서 굉장히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오~나의 고귀한, 오직 나만의, 오~이것이야말로 내가 원하는'의 수식을 받기에 두 이름다 전혀 무리가 없다는 생각이다. 가격(수고)대비 최대만족이라는 공통의 슬로건이 똑같이 작용하고 있다고 할까. 게다가 오마이치킨을 통해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는 말보다 훨씬 더 강력한 '(장사가 무진장 잘 되셔서들)세상의 모든 닭을 튀겨도 새벽은 온다'라는 언론의 소명의식을 즐겁게 상상해낼 수도 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가 불쾌해 할 대목은 그닥 없어 보인다. 오히려 오마이뉴스는 고소한 닭튀김 같은 뉴스를 만들어 내는 걸 지상과제로 삼아도 되지 않을까.
물론 내게는 개인적으로 이 두 '오마이~'로부터 식탐을 만족스럽게 채운 경험이 있다. 여기부터는 이제 오마이뉴스와 연관된 것만을 얘기하도록 하겠다. 그 경험이 있기 전에는 오마이뉴스에서 기사를 이따금 검색엔진에 걸려드는 기사만을 읽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정보만을 얻어 가던 웹사이트 수준에서 오마이뉴스가 강력한 '첫인상'을 나에게 심어준 것은 오로지 그 경험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대통령 탄핵이다. 전날 친구들과 과하게 일잔을 나눴기 때문에 11시쯤이 되서야 몽롱한 상태로 TV를 켜게 됐다. 아뿔사, 설마설마했던 대통령 탄핵안이 실제로 국회에서 통과될줄이야. 경호권을 발동시켜서 반대하는 의원들을 험하게 몰아내고, 득달같이 탄핵안을 가결시키는 모습에 한동안 망연자실했다. 완력과 과반수로 밀어붙이는 정치가 우리나라의 현주소라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혼란스러웠다. 민주화투쟁에 관련된 책을 몇권보고, 광주항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본 게 다인 내 정치의식 어디에 그만큼의 분노가 숨어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런식으로 대통령을 탄핵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경악스러웠다. 방송에서 보여지는 탄핵안 가결 장면은 마치 절대 남들에게 보여줘서는 안되는 치부를 국회의원들이 인정사정없이 까발린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 국회 앞에서 보자는 선배의 전화가 왔다. 그런 대중집회에 나가본지도 까마득 했지만, 이 때 나가서 의사표현을 하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정치적 폐단이 현재진행형인데, 나는 여태 그런 걸 전혀 몰랐고 더 나아가 우리는 꽤나 선진화된 민주적 질서하에서 생활하고 있다라는 착각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옷을 챙겨입고 3시쯤에 국회 앞에 갔더니 웬 걸,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나 적은 사람들이 있다는데 당혹스러웠다. '내가 현실감각이 없는 건가?'라는 질문까지 할 정도였다. 물론 집회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의 수는 점차 늘어났다. 또 선배와의 만남을 통해 같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기에 그런 질문은 나중으로 미뤄 둘 수 있었다.
'도대체 다른 많은 사람들은 탄핵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거야?'라는 의문을 가지고 집에 돌와와서 컴퓨터를 켰다. 이곳저곳을 들르다가 오마이뉴스를 접속했는데, 거기에서야 비로소 다른 사람들도 여기에 대해 분노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인터넷이라는 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 이런 거구나를 느꼈다. 네티즌들이 웹상에서 자기의 의견을 솔직하게 토로하는 것 자체가 힘이 되는 순간이었다. 자기의 일상사가 허락하지 않을 경우, 집회에 나온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늦게까지 학생이라는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나의 경우엔 별로 그런 제약이 없다. 그래서 무엇보다 내가 궁금했던 건 지금 다른 사람들은 탄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였고, 그것을 뜨겁게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오마이뉴스였다. TV뉴스는 나올려면 한참이고, 신문은 다음날이나 나오는 상황에서 오마이뉴스는 네티즌 그리고 시민의 의견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창구 역할을 했다. 계속해서 업데이트되는 소식을 보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탄핵 첫날 소규모 집회에서부터 거대한 촛불집회가 성사되기까지 오마이뉴스의 많은 기사를 읽었다. 물론 그때는 다분히 감정적으로 울컥하는 심정이었기 때문에, 앞뒤 안 재고 내가 원하는 목소리만을 듣고자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면에 있어서는 그것이 어느 객관적 사실보다 더 객관적인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 정치적인 왈가왈부가 아니라 어떤 근본적인 부당함을 느끼고 거기에 대해 반응한 것이지 않았던가.
그래서 이때를 나는 오마이뉴스와의 첫만남이라고 기억한다. 탄핵사건 이후로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오마이뉴스는 내게 여러모로 유용한 정보원이었다. 오마이뉴스의 모든걸 신뢰한다는 위험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부분은 오프라인 매체가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도 시민기자님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가감없이 실릴 수 있는 열린공간을 오마이뉴스가 계속해서 잘 가꿔나갔으면 한다. 결론적으로 오마이뉴스는 강렬한 첫만남의 추억때문에 앞으로도 오랫동안 잊혀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심지어 고소한 닭튀김냄새를 맡을 때도 생각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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